23.02.03 21:44최종 업데이트 23.02.03 21:44
  • 본문듣기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호'는 2023년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쇠토프 숲유치원,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트레크로네스콜렌, 코펜하겐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트레크로네르 스콜레(Trekronerskolen)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교정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 양민혜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1월 16일~24일)'에 탑승하기 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서 가장 기대가 컸던 방문지는 단연 덴마크 초등학교였다. 지난 1월 20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덴마크 로스킬데(Roskilde)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 '트레크로네르 스콜레(Trekronerskolen)'에 방문했다. 코스킬데는 수도권에서 대략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대학 캠퍼스 만큼이나 넓은 부지, 학교 고학년 교실 건물과 도서관을 제외한 다른 건물들은 모두 1층으로 돼 있었다. 땅값이 비싼 코펜하겐 도심 학교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한다. 교정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먼저 우리를 환영해줬다.

욘 리스네르(Jon Lissner) 교장과 안데르 울달(Anders Uldal) 교사가 학교 도서관으로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도서관 건물 구조 자체가 개방적이었다. 아이들은 먼 나라에서 학교를 찾아온 손님들이 신기한지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며 떠들었다. 욘 교장은 "여기는 학교니까 당연히 시끄럽죠"라면서 안데르 교사와 학교의 운영 상황을 설명했다. 
 

개방감이 가득한 트레크로네르 스콜레 도서관에서 욘 교장(사진 가운데)과 안데르 교사가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계단 위로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이 보인다. ⓒ 양민혜

 
이 학교에 숙제가 없는 이유

덴마크의 초등학교 편제는 대한민국과 다르다. 한국이 1~6학년을 초등학생으로, 중학교 1~3학년을 중학생으로 정의하는 것과 달리 덴마크 초등학교는 9학년제다. 덴마크 아이들은 6세가 되면 공립학교에 갈지, 사립학교로 갈지, 홈스쿨링을 할지 결정한다. 공립의 경우 6세가 0학년으로 입학해 9학년(15세)까지 다니는데, 몇몇 학교는 선택적으로 10학년(16세) 과정도 둔다.


트레크로네르 스콜레는 6세부터 16세까지의 학생들이 다닌다. 한 학년당 3~5개 반이 있고, 한 반엔 24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다. 이 학교는 총 39학급, 전교생 900명으로 규모가 크다. 이 학교엔 교사가 60명이 있는데 그 외에도 장애나 자폐가 있는 학생을 도와주는 페다고그(pedagogue)라는 보조교사가 22명이나 있다. 학생 수에 비해 교사 수가 한국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덴마크에서 교사가 되려면 세 과목 정도를 필수적으로 전공해야 한단다. 실제 학생들에게도 전공 과목 중 두 과목에서 세 과목 정도만 가르친다. 우리를 안내한 안데르 교사는 학생들에게 영어, 수학, 생물을 가르친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친구들과 함께, 충분히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는 행복한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욘 교장은 "친구들과 상호 교류하며 서로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학습 위주의 수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하는 과정에 교사들의 관심이 크다고.
 

트레크로네르 스콜레 교정 내 벽면에 설치된 학생들의 미술 작품. ⓒ 김지현

 
초등학교 교사인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율성과 협업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트레크로네르 스콜레에선 6명의 교사가 한 팀을 이뤄 그 안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교장은 그 결정을 지지해주는 역할뿐이란다.

학생의 문제라든지, 수업 평가 및 분석, 교육과정이나 수업시간표 편성도 상황에 따라 팀에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 덴마크 학교의 교육 커리큘럼 구성은 전적으로 해당 학교 교사의 몫이다. 물론 교육청이 큰 틀에서 교육과정을 제시하긴 하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건 교사들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부를 때에도 '선생님' 같은 특별한 호칭없이 그냥 이름을 부른다는 것도 놀라웠다. "학생, 교사, 교장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도, 교장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니 자율성과 협력에 기반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꽃 피우지 않았을까? 

바깥과 안이 서로 통하는 학교
 

교실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실내외 수업이 자유롭게 이뤄지기 쉽다. ⓒ 양민혜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뒤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은 학교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교실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도 교실 안이 잘 보였다. 교실 안에서 밖을 봐도 개방감이 있었다. 교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학교는 야외에서 하는 학습을 중요하게 여긴다고도 했는데, 실내외를 아우르는 교육이 이뤄지기에 적합한 교육환경이었다.

수업 중 갑작스러운 교실 방문에도 교사들은 학생들과 하고 있는 수업 내용과 교실 곳곳을 소개해줬다. 한 교실에선 영어 수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교실 앞에 동그랗게 원을 그려 모여 영어 단어를 손으로 짚어 가며 몸으로 익히고 있었다. 가령 단어 'head(헤드, 머리)'가 나오면 자신의 머리에, 친구에 머리에 손끝을 올리는 식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견학을 마친 뒤 교정을 이동할 때도 고학년 학생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많이 떠올랐다. 

한 학생에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나만의 직업(my own job)을 갖겠다"고 말했다. '운동선수' '아이돌'처럼 특정한 직업이나 부모님들이 원하는 직업에 한정해 답하는 한국 아이들과는 다소 다른 대답에서 큰 여운이 남았다.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이야기니까.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이 '트레크로네르 스콜레'를 견학한 사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덴마크 학생들과 꿈틀비행기 중고생 참가자들이 풋살 경기를 치렀다. ⓒ 김지현

 

트레크로네르 스콜레에서 일하는 욘 교장(사진 가운데)과 안데르 교사(오른쪽). ⓒ 김지현

 
'따로, 또 함께'의 가치

학교를 두루 살핀 뒤, 짧게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덴마크에서도 학교폭력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욘 교장은 "학교 매뉴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쌍방으로 지원하며 장기간의 과정을 통해 해결한다"고 답했다. 

'꿈틀비행기' 참가자 중엔 필자 말고도 초등학교 교사가 많았다. 한 참가자가 '교실 내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 대해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물었다. 안데르 교사는 "학생마다 학습 속도의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면서 "(학습 부진 학생) 그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수준이 다른 친구를 통해 함께 배우는 협력수업의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이 최대한 자신의 이야기, 자기의 주장을 펼 수 있도록 열린 분위기를 만든다. 학생은 그 안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며 함께 배우는 과정을 통해 학교를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교사 역시 자유롭게 교육활동을 구성하며 동료교사의 협력과 지지를 바탕으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따로, 또 함께' 행복한 덴마크 초등학교를 보면서 한국의 학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광주광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 꿈틀비행기 17호는 오는 8월 출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omn.kr/1mleb'를 참고해주세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