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개발을 제한한다고 하는 부정적 의미 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흡수구역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부여한다면 주민보상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요?"

29세 MZ 세대 경기도의원이 경기도의회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명확한 반대입장을 제시하며 내놓은 말이다.

그린벨트는 소중한 녹지공간이자 강력한 탄소흡수원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걸 풀어헤칠까 하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해는 한다. 묶어만 놓고 주변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제한된 삶과 기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탄소중립 후에도 150년간 떠도는 탄소를 흡수해 기후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그린벨트 탄소흡수지대가 야금야금 콘크리트로 덮여가는 걸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테다. 우리가 지금 경기도 의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린벨트 논의에 주목하는 이유였다.

지난 12일, 29세 MZ세대 도의원이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방송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그는 경기도의회 내에서 대놓고 그린벨트 해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호준 의원(초선, 남양주)이다.

"20세기 사람들이 낳은 기후위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출처 : OBS 라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유호준 경기도의원(남양주) 출처 : OBS 라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OBS 라디오

관련사진보기

 
- 경기도 의회내에서 그린벨트 관련 두 가지 논의가 있다는데, 구체적으로 뭔가요?

"하나는 경기도지사의 그린벨트 관리 권한 면적을 지금보다 배로 확대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중앙정부가 비수도권 광역 지자체 단체들에게 이 권한 면적을 확대하도록 허용했는데 이걸 수도권, 즉 경기도지사에게도 달라는 말이죠.

물론 여기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님들 심정도 이해합니다. 도지사한테 권한이 더 주어진다고 해서 그게 그린벨트 해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지방자치의 자율권 강화 측면이 있고, 수도권이란 이유로 이중삼중 규제를 받아온 수도권 역차별이란 측면에서 찬성하는 입장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수도권도 협조해야 하고, 두 번째는 그린벨트가 이미 30%가량 해제됐어요. 다양한 이유로. 저를 포함한 20세기 사람들이 낳은 기후위기잖아요.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좀 필요합니다. 지금의 그린벨트 개념을 확장해서 탄소흡수원 개념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더 나은 편익이 있지 않을까, 이런 의견으로 저는 반대했습니다."

- 캠핑장 확충 관련해서도 의회 내 논의가 있는데요. 캠핑 인구가 늘면서 캠핑장이 확충 정비돼야 하는데 그린벨트 규제가 발목잡는다는 겁니다. 이 내용 맞나요?

"이 사안은 좀 더 현실적으로 봐야합니다. 그린벨트가 있는 경기도 내 시군이 21개가 있는데 이미 우리가 3배수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허용해주고 있어요. 이걸 5배수로 늘리자는 건데, 이미 캠핑장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그린벨트 아닌 곳에도 만들 수 있거든요.

환경훼손 우려는 당연히 있습니다. 승인 과정에서 환경훼손 여부는 진행하지 않고 있고요, 경기도 광주의 한 사례를 보면, 그곳은 그린벨트는 아니지만 캠핑장을 두꺼비 산란장소 근처에 지었어요. 그러다 보니 오가는 차량에 두꺼비들이 많이 깔려 죽는 일이 발생하기도... 더구나 5배수로 늘면 42개의 캠핑장이 새로 들어서게 되는데, 42곳 사업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갑니다. 그린벨트 주변 주민들 전체가 아니라 극소수 일부 주민만을 위한 소득증대라면 이건 미봉책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대안은? 앞으로 그린벨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발제한구역을 우리가 편의상 그린벨트라고 부르잖아요. 헌법 제23조에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그 헌법 바로 뒤에 어떤 단서조항이 붙어있냐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나와요. 문제는 정당한 보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요.

저는 (그린벨트 지정) 목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탄소흡수원 개념으로 보자면 그린벨트가 가진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가 엄청나거든요. 지금은 사실 그린벨트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맨 땅으로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곳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나무를 심어서 탄소흡수원으로 만들고, 나중에 탄소거래 등을 통해 탄소흡수의 가치만큼 보상을 해주면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그린벨트 지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많은 스태프들이 공감했다. '개발제한구역' 하면 뭔가 개발을 꼭 해야 하는데 그걸 가로막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 그린벨트에 '탄소흡수구역' 등 기후위기 대응의 의미를 담아 목적성을 부여한다면 그동안 끊임없이 따라온 민원과 갈등을 풀어헤칠 재원도 국민적 합의 속에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생방송 청취자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유호준 의원은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도의원이군요. 검색해봤습니다.' 그 말에 29세 도의원은 앳된 미소를 띠면서 '검색해서 나오는 사진과 실물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세상 일에 관심이 많았고 총여학생회 간부일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 끝에 도의원이 된 29세 MZ 도의원은 그렇게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라디오 출연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고 기뻐하며.

그린벨트를 탄소흡수지대로 명확한 목적성을 부과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 어떨까? 우리는 앞으로 이 질문을 도지사, 시장, 군수를 포함한 수많은 출연자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볼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2023년 6월12일(월) OBS 라디오의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매일 오전 11시~12시)를 통해 방송됐으며 방송 내용 다시보기는 OBS 라디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기후위기, #기후변화,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유호준의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FM 99.9 OBS 라디오에서 기후 프로그램 만들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