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1 04:47최종 업데이트 23.07.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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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된 지 이틀째인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의 모습. ⓒ 연합뉴스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고 한다. 최근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적)금을 맡긴 사람들이 서둘러 돈을 찾으려는 조짐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최근 언론을 통해 '7일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가 전날보다 1조 원가량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구체적인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부분적인 정보마저 반년에 한 번씩만 공시한다. 그래서 불안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

'새마을금고 사태'의 주범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항은 대략 이렇다. 우리나라에는 1294개의 새마을금고가 영업하고 있고, 거래자는 약 2300만이라고 한다. 예적금으로 수신한 금액(아래 모두 2023년 6월 말 기준)은 259.6조 원(총자산은 약 284조 원)이다.


대출(여신) 총액은 196.8조 원인데, 총 연체액이 12.16조 원으로 전체 대출의 약 6.2%가 상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새마을금고의 대출 총액은 약 177조 원이었고, 연체율은 1.93%(연체 대출채권으로 환산하면 약 3.4조)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새마을금고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동산 관련 대출이 문제이다. 연체율을 주체별로 구분하면, 법인 대출이 9.99%, 개인사업자가 5.11%, 가계가 1.57%로, 법인 대출의 연체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법인 대출 가운데 업종별로 구분하면, 부동산 및 건설업 대출 잔액이 56.4조 원으로 가장 크고, 연체액도 5.2조 원에 달한다.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의 약 9.22%가 상환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관리형 토지신탁 대출금 약 16조 원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연체율은 2019년 말 2.49%에서 2020년 말 3.49%, 2021년 말 4.08%, 지난해 말 7.67%까지 상승하다가 올해 1월 9.23%까지 급등했다. 연체 대출 총액으로 환산해 보면, 2019년 말 약 6770억 원에서 5.2조 원으로, 약 8배로 증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른다. 하나는 방만한 경영을 한 새마을금고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태도이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가 차주의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경영진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대출하는 관행이 지적된다. 또한, 경영진이 공금을 사용하여 해외여행을 가는 등 도덕적 해이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직원의 횡령 사건들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두 번째 비난의 대상은 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로 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분명 금융기관인데 왜 전문성도 없는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냐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10명에 지나지 않더라는 자극적 보도가 나오면서, 새마을금고의 경영에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과 붕괴 사이클

필자는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더 깊은 원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질 때마다 항상 일부 금융기관에는 관련 대출 중 일부가 부실화되었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를 보면, 우선 1997-98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망했고, 그들에 대출한 '대형 은행들'에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대형 건설사가 직접 시행사 역할을 하는 경우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소규모 시행사들이 등장했다. 시중 은행들이 이들에게 부동산 개발 대출을 내어주지 않자, 이들은 제2금융권을 활용했다. 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도 급락하자,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의 큰 부분은 '저축은행'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저축은행 여럿이 파산했다.

이번 부동산 상승은 2014년부터 시작했는데, 부동산으로 흘러간 자금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주택을 포함하여 부동산 매입 자금은 주로 대형 시중은행(소위 제1금융권)이 대출했다. 대신 이들은 신용도가 낮은 '부동산 건설 자금'은 공급하지 않았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일대 아파트. ⓒ 연합뉴스

 
둘째, 부동산 건설 자금을 공급하는 데에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하여 캐피탈사, 증권회사, 저축은행, 심지어 보험회사 등이 주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주택 매입용 대출(주로 가계 대출)의 연체율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는 주로 '건설 자금'(소위 부동산PF 대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 중 건설 자금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하는 패턴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아무 땅이나 파고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 그게 가능해지고, 너도나도 달려든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소규모 상가, 원룸 등 지역의 소규모 건설이 붐을 이룬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분양이 안 되면, 이런 대출은 부실채권이 된다. 한마디로, 부동산 거품의 정점 즈음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사업이 벌어지고 관련 대출도 급증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이 망하게 됐다.

현재 문제가 되는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도 대부분 이런 영역의 대출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IMF 이전까지는 시중 대형 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에 돈을 댔다면, 그 이후로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캐피탈사, 증권사, 보험회사 등 여타 금융기관들이 달려들었다. 즉, 대출 주체만 달랐지, 부동산 거품과 붕괴 사이클을 따라 부실 대출이 증가하는 패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의미에서, 역사는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첫째,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가 새마을금고에서만 벌어질까? 그렇지 않다. 가령,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오고 있다. 역시 이들 모두 부동산 개발을 위한 대출이다.

둘째, 부동산 가격 거품의 붕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필자가 이렇게 보는 이유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수적 경제연구소로 알려진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금융권 가계부채에 전월세 보증금 추정치 약 1058.3조 원을 합하면 총 2925.3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사실상' 가계부채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부채가 1033조 원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가계부채는 3958.3조 원으로, 2022년 명목GDP 2161.8조 원의 183%이다. 이 정도 가계부채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다. 일례로 2007년 말 부동산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경제들의 가계부채 비율도 고작 GDP 대비 100% 전후였을 뿐이다.

일단은 구하자? 정부가 진짜 해야할 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대응도 실망스럽다. 작금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두 가지다. 첫째,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부가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약속을 한 일이다.

둘째, 이것이 더 문제로 보이는데, 부실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각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재량으로 탕감하거나 유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연체를 연체가 아닌 것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자만 탕감해 줘도, 해당 대출은 더 이상 부실채권이 아니게 되니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고, 도덕적 해이의 극치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의 문제를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사안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 정도는 정할 수 있다. 그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제기되는 비판이 있었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

부동산 투기꾼들과 그들에게 투기 자금을 댄 금융자본은 경제 전체를 인질로 삼아, '나 구제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망할 거야'라고 외쳤다. 이에 대해, '나라 걱정은 하지 마세요, 당신만 망하면 됩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투기꾼과 그들에 뒷돈을 댄 금융기관과 경영자 모두 최대한 배상하게 하고, 위법한 사실을 조사하여 형사적 처벌까지 내려야 한다. 이게 시장원리이다!

이번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연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이자든 원금이든 탕감은 대출자(법인)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등 모든 회수 조치를 시행한 후에 생각해 볼 방안이지, 처음부터 선포할 일은 아니다.

일이 벌어지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사전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모든 정부의 주거정책은 주택을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부동산 사이클은 더 크고 깊게 출렁였고, 주택을 포함하여 모든 부동산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런 정글 같은 세상에서는 선량한 시민마저 투기꾼으로 만든다. 주택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주거안정'에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 기회가 크게 축소되고, 선량한 시민을 투기꾼으로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제안한 방안(관련 기사 : 사실 정부는 전세사기 막는 방법을 알고 있다 https://omn.kr/24bpc)을 참고하시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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