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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교통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교통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를 위한 이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공공화를 넘어 모두를 위한 교통을 실현할 1만원 교통패스 도입 방안과 그로 인한 변화의 전망을 기후정의활동가, 녹색전환연구자, 청소년 이용자 등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 봅니다.[편집자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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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청소년에게 대중교통은 이동을 위한 권리를 보장받는데 가장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등·하교, 등·하원, 귀가 등 청소년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빈도는 상당히 높지만, 그에 비해 교통수단 선택의 폭은 아주 좁다. 그 좁은 선택의 폭 중 가장 큰 비중을 대중교통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대중교통은 청소년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청소년의 생활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에게 1만원 교통패스가 왜 필요한가?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교통 요금은 720원이다. 학교에 등·하교하고 학원에 등·하원하는 데에만 일주일에 만 원 이상이 든다. 한 달 기준으로 교통 요금으로만 약 5만 원을 사용하게 된다. '환승할인'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청소년은 환승할인 혜택을 받는 횟수가 매우 드물다.

대다수 청소년의 대중교통 이용 패턴은 집-학교-학원-집이다. 집에서 학교에 가고,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에 가는 시간 간격은 당연히 30분이 넘는다. 환승 할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720원을 온전히 내야 한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어른은 '720원이 그렇게 큰돈이냐?'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한 달 기준으로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여기서 교통 요금이 인상된다면 그 이상을 교통비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 한 명에게 한 달에 들어가는 사교육비 부담이 점점 늘어난다',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계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여 가계경제에 부담이 된다'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거기에다 교통 요금까지 더해진다면 가정 경제 부담도 더 심해질 것이다.

청소년 본인이 아르바이트 해서 본인의 용돈을 직접 마련해 생활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요즘엔 청소년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고, 만약 구해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해도 교통비 인상으로 인한 교통비 지출이 커지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다른 지역의 청소년 교통비 지원 제도를 알아보게 되었다. 타 지역의 경우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지도 않았는데 교통비 지원 사업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경기도, 그리고 시흥시에서는 시 자체에서도 지원해 주고 있다.

경기도는 만13~23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경기버스 또는 경기버스와 연계된 환승 통행 실사용액을 연간 12만원 한도에서 지역 화폐로 환급해준다. 시흥시의 경우 1일 2회, 월 30회를 지원하는데 만13세~18세의 경우 월 최대 3만3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만7세~12세는 2만1900원). 단, 두 사업을 중복해서 지원 받을 수는 없다. 

시흥시에서 말하는 교통비 지원의 목적은 '시흥시 청소년들의 아동 기본권강화'였다. 교통비를 지원받고 부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학교, 학원에 다니고 그 외의 여가 생활도 할 수 있어 아동의 기본권인 발달권을 존중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발달권 : 교육받을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생활을 하고 정보를 얻을 권리, 생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

또한 UN 아동권리협약의 발달권뿐만 아니라 이동권도 존중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교통 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이 확정된 지금,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들과 그 청소년을 양육하는 가정의 부담을 덜고, 발달권과 이동권을 존중할 방안은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이다.

따릉이도 있고, 공유 킥보드도 보편화되어 있는데 굳이 왜?
 
1만원교통패스연대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및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있다. 이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공공교통 확충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정기권을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했다.
▲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하는 시민단체 1만원교통패스연대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및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있다. 이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공공교통 확충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정기권을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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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따릉이도 있고 공유 킥보드 등의 서비스가 잘 보편화되어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선 자전거나 킥보드가 도로의 여러 가지 위험 요소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다닐 수 없다는 것이 내가 확인한 현실이다. 

평소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을 외치시는 필자의 부모님은 따릉이는 절대로 혼자 이용하지 말고,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안전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따릉이나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등교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또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다 발생하는 사고들에 대해 다룬 적도 많다. 

교통 요금이 인상돼 금전적 부담감 때문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필자를 포함한 청소년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이동수단을 찾아야할지도 모른다. 요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 요금 인상과 우리의 안전을 맞바꿔야 하는 것일까?

사실 현재 서울시의 교통 요금 제도는 청소년의 발달권과 이동권을 완벽하게 보장하기에는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환승 할인 제도는 청소년의 대중교통 이용 패턴과는 매우 맞지 않다. 이런 것들을 개선하는 것이 시스템상 어렵다면, 1만원 교통패스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제도가 사각지대 없이 완벽하게 적용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각지대와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고 그것을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1만원 교통패스가 아닐까 한다. 

서울시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서울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청소년의 대중교통 이용 패턴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 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가 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반영한 1만원 교통패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청소년입니다.


태그:#청소년공공교통, #1만원교통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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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교통패스연대는 대중교통 이용율을 높이고 교통부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독일에서 실험했던 9유로 티켓을 한국 버전으로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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