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2 13:23최종 업데이트 23.08.22 13:23
  • 본문듣기

대출 풀리자 2030세대 아파트 매입 증가... 25개월 만에 최대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이 다시 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설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층을 위한 대출 기준이 완화되면서 금매물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0대와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30%를 넘어섰다. 사진은 4월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 연합뉴스

 
오늘 이야기를 한 가지 사례로 시작하자. 지난 2월 대우건설이 울산의 644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시공을 포기하면서 440억 원을 물어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내막은 이랬다. 이 건설사업을 기획한 시행사는 투자자들로부터 100억 원(자기자본)을 모았고, 900억 원을 대출(이를 '브리지론'이라 한다) 받아 1000억 원에 땅을 매입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집 지어주는 업체)로 참여하면서 땅값 대출 중 440억 원에 보증을 섰다. 

완공 후 대우건설은 1600억 원을 공사비로 받기로 했다(2021년 계약). 공사비 1600억 원을 받으면 7.5%(약 120억 원) 수준의 시공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양이 되지 않으면 공사에 들어간 비용(이익 제외하고 약 1480억 원) 전체를 떼일 위험이 있었다. 대우건설은 보증을 선 440억 원을 물어주고 손을 떼는 편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건설을 시작하려던 울산에서 당시 분양이 잘 안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기에 너도나도 집을 지으려 달려들었다. '돈이 됐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시공사는 100억 원으로 총사업비 2600억 원의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얼마에 분양하려 했을까? 만약 1채당 평균 5억 원에 분양했더라면, 매출총액은 3220억 원이 되고, 100억 투자해서 620억 원을 버는 구조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충분한 빚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 빚은 고스란히 집을 사는 사람에게 전가됐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묘사하는 말로 '투기판' 이외에 더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빚 내서 집 사라, 시즌2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가계부채가 10.1조 원 증가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5월 4.2조, 6월 5.8조, 7월 6조 원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장까지 나서서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이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가계는 왜 빚을 늘렸을까? 한국은행의 같은 발표에 따르면, 은행 대출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이를 제외한 기타대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빚을 장려할 뿐 아니라,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서다. 

빚을 권하는 정책 중 대표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들 수 있다. 애초에 그 취지는 좋았다.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대출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고율의 (변동금리) 대출을 저리의 고정금리로 바꿔준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책 시행 초기에는 특례보금자리론 대부분이 '갈아타기용'으로 대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특례보금자리론을 받는 사람 중 새로 집을 사는 사람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획재정부는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전세대출용)을 더 쉽게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발표도 했다. 현재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의 합산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없는데, 이 소득 기준을 높이겠다는 게 이번 정책(안)의 내용이다. 또한, 결혼을 하면 한 곳에만 청약을 할 수 있었는데, 부부가 각자 따로 청약하고 분양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출을 늘리려는 정책은 더 있다.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 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에게 하락한 전세금만큼 대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 전세금 반환용 대출에 대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 이하여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갭투자자들에게 대출해 줄 테니 (싼값에) 집을 팔지 말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은행들도 대출을 더 많이 해주려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최근 은행들은 만기를 50년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했다. 이렇게 만기를 늘리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작은 것처럼 보여 대출 의욕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만기가 길어지고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하면 DSR 기준을 피할 수도 있다. 

제도적으로도 양도세율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규제를 풀었다. 몇 가지 중요한 것만 나열해 보면, 투기과열지구 대부분이 해제됐고, 주택 가격별로 대출에 제한을 두던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거주지 상관없이 어디든 집을 살 수 있게 했다. 한 분양에 청약을 넣어 당첨됐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고 즉시 다른 아파트 분양에 청약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같은 집에 사는 엄마와 아들이 동시에 아파트 청약을 넣을 수도 있다. 의무 거주 요건 또한 완화됐고 전매제한도 없앴다.

이 모두를 합쳐 보면, 청약에 당첨되는 즉시 분양권을 (웃돈을 받고) 되파는 일이 가능하다.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정책 일변도이다. '청약에 당첨되는 즉시 프리미엄 받고 넘기면 되지'라는 심리 말이다. 최근 분양시장 청약률이 급등한 것이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반년만에 인상 반등세를 보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반년 만에 인상을 앞두고 있다. 주택금융공사(HF)는 지난 1월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3월부터 5개월 연속 금리를 계속 동결해왔지만, 그동안의 재원조달비용 상승, 대출신청 추이 등을 고려해 오는 8월 11일부터 일반형 상품의 금리를 0.25%p 인상해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30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작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계가 더 많은 집을 사도록 해서 말이다. 가계의 부채가 다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게 가계 부채는 관심 밖의 사안처럼 보인다. 집을 사라는 말 자체가 빚을 더 지라는 말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빚을 지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채의 증가는 사회와 경제 전체를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를 이은 10여 년 동안의 불황도 부채가 원인이었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부채, 그것도 경제의 세 주체인 정부·기업·가계 중 가장 취약한 가계 부채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이 높은 수준이다. 빚을 많이 지면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등골이 휜다. 당장 이들이 상환을 포기해 금융위기로까지 발전하지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빚 갚느라 내수가 줄고, 그 결과 내수 부문의 소득(GDP의 약 60-70%)이 줄고, 궁극적으로 경제 전체의 동력이 고갈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가계부채 증가를 종용하고 집값 하락을 막으려 할까? 부동산 대출을 최대한 늘려온 금융권의 부실을 막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분양이 잘 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분양이 잘 돼야 금융권 대출의 부실화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현실적 고충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형평성의 문제 말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도박같은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얻으려던 세력들은 어떤 책임을 지는가? 전세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의 투자 실패(전세가 하락)를 왜 국민 전체가 떠안아야 할까? 부동산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브리지론이니 부동산 PF대출이니 부동산에 뒷돈을 댄 금융사들은 엄청난 이자수익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이더니, 왜 자신의 투자 실패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야 하나?

한마디로, 왜 항상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투기꾼들이 돈을 벌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그 뒷수습은 선량한 시민 모두의 책임이어야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그 유명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다.

[다음기사]
빚 내서 집 사게 하면 모두가 가난해진다 https://omn.kr/25a9y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