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5 07:07최종 업데이트 23.08.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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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중국 국적 남성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제트스키를 타고 중국에서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하려던 그는 조력자 없이 혼자 기름통 5개로 연료를 보충하며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 인천해양경찰서

 
지난 16일 오후 중국에서 수상 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고 인천 앞바다에 와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중국 인권운동가 권평(权平)씨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후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대해 권평씨를 면회한 국제연대활동가 이대선씨는 "권평씨가 목숨 걸고 한국에 온 것은 중국 당국의 탄압과 감시를 피해 한국 또는 제3국으로 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인천해양경찰서(이하 인천해경) 측은 이씨의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지난 22일 권평씨를 면회한 국제연대활동가 이대선씨를 24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이대선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제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이대선입니다.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 관련 활동을 시작으로 태국, 미얀마, 이란, 벨라루스 등에서 발생한 인권탄압 관련 연대 활동을 한국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연대의 경우 그 방식이 무척 다양하다고 할 것인데 저는 주로 사건을 조명받게 하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 간담회나 미얀마 결의안 채택 관련 활동이나, 시위나 캠페인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한국으로 밀입국한 권평씨를 면회하셨습니다.
"그제(22일) 오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권평씨를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실제로 대면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둘 다 반가워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실제로 보니 긴장도 풀려 있었고 건강해 보였고 그래서인지 편안해 보였습니다. 지금 해경 측은 저와 권평씨의 면회 사실도 부인하고 있습니다. 권평씨는 22일 오전 10시에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저는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40분 사이에 권평씨를 면회했습니다.

권평씨에게 이런 일을 하는 전문 변호사들을 연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고, 관련 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설명했습니다. 권평씨는 본인이 조선족이기는 하지만 한국어는 듣기만 할 수 있고 구사는 못 한다고, 언어가 좀 더 편리한 영미권 등 제3국 망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당국, 감시 지속하며 출국 금지명령"
 

전 세계 인권 운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프론트라인 디펜더스'는 웹사이트에 권평의 프로필을 올리고 그가 중국에서 구금된 변호사들과 다른 인권운동 활동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소개했다. ⓒ 프론트라인 디펜더스

      
- 권평씨는 어떤 분인가요?
"권평씨는 지난 2016년 9월 1일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을 풍자한 슬로건이 담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본인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시진핑을 풍자한 티셔츠를 입고 퍼레이드를 할 계획이라는 글도 남겼습니다.

이후 그는 정확히 한 달 후인 10월 1일 '국가권력전복선동죄'로 체포돼 4개월 동안 독방에 구금됐습니다. 2017년 2월 15일에 길림성 연변 재판소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중국과 해외에서는 권평씨 석방을 요구하는 '#FreeKwonPyong' 캠페인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권평씨는 2019년 3월에 만기 출소하여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중국 당국은 출소한 그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며 출국 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 권평씨와는 원래 알던 분인가요?
"저는 2019년 8월에 권평씨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 권평씨는 출소 후 보호관찰 비슷하게, 공안부에 지속적으로 본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본인도 모르게 출국금지가 돼 있었습니다.

이후 권평씨는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등의 비자를 받아 놓고 망명을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에 연락하며 망명을 준비하다가 저와도 연락이 닿게 됐습니다.

이후 1년에 몇 차례씩 계속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8월 14일에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에 갈 거다, 연락처를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권평씨가 어떻게 한국으로 올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후 15일에는 날씨가 안 좋아서 못 갈 거 같다는 연락이 왔고, 16일 저녁에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인천까지는 왔는데 인천항은 나침반만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갯벌에 들어가게 된 상태에서 119에 연락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출동한 해경에게 전화를 빌려서 저에게 전화한 것입니다. 이후 국내에서 이 같은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을 찾아서 연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22일에는 면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해경은 현재 면회 사실조차 과도하게 부인"
 

중국 인권운동가 권평 ⓒ 이대선씨 제공


- 해경 측이 권평씨 면회 사실이나 망명 의사 전달 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황당한 상황입니다. 제트스키 타고 온 중국인이 밀입국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여론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게다가 해경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권평씨는 입국 전에 난민 관련 사례를 충분히 찾아봤고 인천항을 목적지로 했습니다. 이후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갯벌에 빠지는 바람에 상황이 꼬였습니다.

이후 권평씨는 해경 측에 영어로 이 같은 의사를 밝혔습니다. 권평씨는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서 영어를 잘합니다. 그러나 해경 측은 권평씨가 지속적으로 망명 의사를 진술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해경은 현재 저와의 면회 사실조차 과도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2016년이나 2017년에도 정치적 사안으로 국제적인 논란이 됐던 권평씨이기 때문에 현재 외신에서 많은 보도가 이뤄졌는데 민주, 인권의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있는 건 국제적 망신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권평씨가 제3국 망명을 선택하게 될지라도, 우선 한국에 들어오기로 한 건 대한민국이 민주, 인권, 자유 등의 가치를 가진 국가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진행되는 절차에 있어서 굉장히 놀란 상황입니다. 밀입국이라 하더라도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난민을 처리하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바라보며, 난민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걸맞은 절차가 준비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감시와 탄압을 받던 권평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자유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으니, 앞으로 어디를 선택하든 잘 적응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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