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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차 한미 SCM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 전환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국 국방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전환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조건#1과 #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한미 공동 연례평가를 완료한 것을 평가하고 많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조건#3과 관련해 첫 번째 역내 안보환경 평가를 도출한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는 점에 공감"하고 "조건#1과 #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공동평가 결과가 상호 합의된 수준을 달성하면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해 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작권 전환비용 300조원

주지하다시피 애초 2012년 4월 전환될 예정이던 전작권 전환은 두 차례 연기되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 두 번째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전환 시기도 정하지 않은 채 소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 COTP)이 합의된 점이다. 앞서 소개한 공동성명에서 조건#1, #2, #3으로 기술된 내용이 그것인데 조건#1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를 의미한다. 조건#2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 능력 구비'를 말하며 조건#3은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을 의미한다.

이 같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충족해야 할 조건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도된 바에 따르면 조건#1은 작전, 정보, 군수, 통신으로 나뉘어 25대 대과제가 있고 조건#2는 탐지, 방어, 결심, 격퇴로 나뉘어 역시 25개의 대과제가 있으며 그 하위에 설정된 세부과제는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각 과제는 전략과 작전개념 발전, 훈련과 교육 등으로 구성되는데 핵심과제는 전력증강과 관련된 것으로 무기도입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많은 비용이 수반되었는데 2020 국방백서에는 [2021-25 국방중기계획]을 언급하며 "전작권 전환을 위해 300조 원이 반영되었다"고 기술되어 있기도 하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그 자체가 잘못된 설정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2020년 8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조건 충족의 중요성만 강조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과연 그것들이 전작권 전환에 꼭 필요한 과제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애초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해 합의했던 미래의 한미연합 군사구조가 병렬형으로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였던 데 반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한 채 사령관만 한국군 장성으로 바꾸기로 한 상황에서 왜 지금과 같은 과도한 조건의 충족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한미 간 연합훈련 등으로 통해 진행되고 있는 세 단계의 검증절차인 기본운용능력(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IOC)-완전운용능력(Full Operational Capability, FOC)-완전임무수행능력(Full Mission Capability, FMC) 체계는 원래 창설되는 부대에 대해 그 운용능력을 사전에 평가·검증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준이 불명확하니 조건 충족 여부도 판단이 어렵고 조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니 환수시기도 정할 수 없다. 또 기존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하지 않아도 될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더한 난제는 조건#3에 있다. 조건#1과 #2가 그래도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군사력을 증강하거나 훈련 등을 강화해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건#3은 군사적 방식으로만 풀 수 없는 문제다. 또 이 부분은 기준을 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환경을 말하는 것이며 또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방식은 기준을 정할 수 없거나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을 설정해놓고 시간과 비용만을 낭비하는 애초부터 잘못된 설정이었던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조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립된 한 나라의 주요한 권한인 군대의 통수권, 그리고 그 핵심적 내용인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은 준비의 문제도 명분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6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한국이 여전히 자국 군대의 지휘권조차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떤 나라가 제 나라 군대의 지휘권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한반도, 나아가 전 세계의 전쟁위기 심화시킬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과 관련된 내용도 매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 언급되던 내용이었으나 올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반영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경보정보에 대한 한미일 3국 간 준비가 마무리되었다고 보고되었고 3국 간 고위급 정책협의, 군사정보공유, 국방교류협력 등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 및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캠프데이비드 선언 당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가 발표한 성명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캠프데이비드 선언 반대한다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전쟁위기 심화시키고 평화 파괴할 것" http://www.militarywatch.or.kr/?p=9841)

미국의 대중국 견제 맨 앞자리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

마지막으로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와 관련된 내용이 비중 있게 언급되었다. 2020년 처음으로 관련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길 당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기술되었으나 내용은 점차 구체적이고도 대담한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안보의 본질적 요소이며 레드라인이라 천명하고 있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지역실무그룹'(Regional Cooperation Working Group, RCWG)이라는 활용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에 긴밀하게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다른 한켠에선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에 심화되고 있는 갈등과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고 있고 일본도 중국과의 채널을 유지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의 맨 앞자리에 서 있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많은 노력에도 무산된 한중정상회담,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의 상황은 중국도 이제 더 이상 한국의 미국 편향적인 외교 및 군사정책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의 영역에서 갖는 무게, 한국경제에 갖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윤석열 정부의 미일 중심의 외교 및 군사전략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한국의 평화와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남길 것이다.

평화적 지향을 담지 못한, 북한에 대한 공격적 군사정책만이 담긴, 군사적 자주권에 대한 회복의 희망을 담지 못한, 미국 중심의 블록화에 기댄 군사외교정책만이 담긴 제55차 한미 SCM 결과가 실망스럽고 걱정스러운 이유들이다.
  
* 2018~2023 한미 SCM 공동성명 주요내용 정리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http://https://docs.google.com/document/d/1vBBs7UbYqTAv1Nl9x46vP2QHkXxs0GZ8VhyodE84HXg/edit?usp=sharing

[관련기사]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분석 ①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분석 ②

태그:#전시작전통제권, #한미SCM, #한미일, #미중패권,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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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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