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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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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에다 성큼 다가온 초고령사회에서 장수리스크를 걱정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26일 서정숙 의원이 주최하고 시니어파트너즈가 주관한 '100세 시대, 새로운 세대구분과 함께 하는 노년의 역할탐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아무개씨가 이같이 말했다. 70대 중반의 전직 교사인 김씨는 "장수시대가 마냥 좋다고 반길 수만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은퇴문화와 대안을 모색하는 이러한 모임이 자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노인인구 1천만 명에 이어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것이다. 인구 5명 중 한 명이 노인이란 이야기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OECD 가입국 중 우리의 노인빈곤율(40.4%)과 자살률 등이 1위란 사실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에 대한 준비와 논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날 토론회는 노인세대를 봉양과 공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제한적인 관점을 벗어나 미래의 노년을 새롭게 정의하고 노인세대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대갈등과 세대공존>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은 가치관과 선호가 다르고 사회가 급변하게 발전하면서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서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청소년세대와 노년세대의 여러 세대구분이 모호해지고 연령통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느 연령대라도 대학에 갈 수 있으며 직장에서도 퇴직 및 은퇴연령이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현재 평균수명은 약 83세(남 81세, 여 87세)이며 중위연령은 45.6세이다. 기대수명은 83.6세다. 현재 65세 기대여명은 23.6년이다(2020년 기준). 65세를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노년 연령기준이 바뀌어야 하는 배경들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20년 영국 킹스컬리지가 조사한 세대갈등조사를 보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내부의 세대갈등인식도 심각하다. 연령집단별 서로 다른 세대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면 세대갈등 인식이 연령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인식과 편견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15세 이상 2019년 서울서베이 조사결과분석).

세대갈등의 양상은 정치적, 경제적, 복지적 측면 등 다양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족관계적' 측면이다. 효의식(경로사상)이 세대 간 이해와 연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효의식이 높을수록 세대 간 갈등을 낮게 인식하고 노인의 사회적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특히 세대공존의 방법으로 노인연령 차별, 노인혐오 표현사용 등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강조했다. 노년세대가 사용하는 표현, 젊은 세대가 쓰는 언어 등에 대한 이해, 공동의 이해 등 노인연령 차별을 극복하고 세대가 공감하는 인식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베이미부머의 세대통합 역할 커
 
토론회 참석인사들 기념사진
 토론회 참석인사들 기념사진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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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는 세대공존하는데 '아끼고' '줄이고' '나누는' 노인(선배시민)의 역할을 제안했다.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큰 목소리로 길게 통화를 하며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기도 하고, 음악 또한 크게 틀어 눈총을 사는데, 이러한 범절은 '아껴야(하지 말아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세대공존은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배시민이 모범을 보이면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실천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외에 44조 원에 이르는 노인의료비와 복용하는 약물을 줄이고, 노년의 경륜과 노하우를 활용한 재능기부와 재산기부 등 나눔 활동도 노년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대통합에 있어 전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과거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경험과 능력에다 공적인 책임감까지 갖춘 인적자원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존 리 부자학교 대표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가르친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노년의 노후준비 소홀로 이어졌다"라고 평가하고 "어렸을 때부터 시행하는 금융교육은 궁극적으로 노후준비에도 기여한다"라고 주장했다. 

존 리 대표는 또한 "미국은 1950년대부터 정부와 자녀가 도울 수 없는 노후를 개인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개혁함으로써 폭넓은 중산층을 배출했다"면서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 청년대표로 참석한 강태환 도봉구 청년정책위원장은 "세대구분은 분절하는 의미를 가지지만 노인세대의 노는 노(老)가 아니라 로(路)라며,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길이 되는 사람(路人)이 필요하다"며 세대통합을 강조했다. 

최봉근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앞으로 노후준비에 세대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토론회 주장에 공감하면서 이점에서 정부도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시니어파트너스는 노인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노인이 이제는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자산이 되기 위한 지혜와 힘을 모으자는 모토로 구성된 비영리기관이다. 노인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퇴자협회를 롤모델로 했으며 내년 2월 창립대회를 앞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백세시대, #초고령사회, #노인역할, #세대통합, #시니어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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