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스포츠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국력을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축구는 국민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축구는 축구일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아예 축구이야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 때 우스개 소리로 여자들이 축구이야기를 싫어하고 군대이야기를 싫어하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제일 싫어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요즈음은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호감도가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관중석을 보여주는 카메라에 여성 축구팬들이 더 많아 보인다. 물론 튀거나 이색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여성을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축구를 좋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공을 차는 것보다는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능한 젊은 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하면서 술마시면서 대화하면서 아니면 게임하면서 축구경기를 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녀노소는 물론 직업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국가대표 경기에는 목숨을 건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가 간 축구경기를 이렇게 대하다 보니,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안쓰러울 정도다. 간혹 실수를 하거나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죽어라고 욕을 해댄다.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은 다를 수 있고 실력 발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축구 구사력은 기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도 축구 국가대표는 한치의 빈틈이 없는 로봇처럼 운동하기를 국민들은 원한다. 축구는 스포츠일 뿐이다. 즐겨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발과 몸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실력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국가대표의 역할과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요구는 경기력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둔 대표팀의 갈등에 대한 논란이 많다. 주먹질과 멱살잡이, 그리고 몸싸움과 의견대립 등 바람직하지 않고 교육적이지 않는 모습이다. 중요한 게임을 앞두고 단합과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자세도 중요하다. 물론 축구 선진국 대표선수들처럼 뛰어난 실력이 부족한 형편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유명한 선수들이나 남미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여유는 사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에서 이기고 우승하면 좋겠지만 축구는 스포츠다. 스포츠는 운동하는 선수도 관람하는 관중도 경기를 시청하는 국민들도 즐거워야 한다. 말 그대로 축제처럼 즐겨야 한다.

예전에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해본다면 축구는 전쟁이다. 살벌한 전투다. 실제로 부대장이나 지휘관들은 축구를 전쟁이나 전투로 생각한다. 전쟁 중에는 당연히 그런 마음이 필요하지만 평상시에 전쟁처럼 운동하고 전쟁처럼 밥먹고 전쟁처럼 생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대끼리 축구를 하든, 중대별로 축구를 하든, 아니면 대대별 축구경기를 하든 살벌하다. 이기면 당근이 따라오고, 지면 얼차려(군기잡기)가 기다리고 있다. '5분 남았다. 까라.' 이 지시가 내려오면 계급도 필요없다. 가차없이 반칙이 동반된다. 그야말로 백병전이 된다. 이미 운동이 아니라 전쟁이 된다.

한 때 우리나라 축구를 '군대축구'나 '태권도축구'라고 조롱을 받은 적이 있다. 아니면 야구에 빗대어 '차고 달리기 축구'라고 하곤 했다. 무조건 발 빠르게 달리는 선수가 최고로 인정받는 때가 있었다. 박지성 선수는 빠르지는 않지만 심장이 두 개라고 할 정도로 지치지 않고 달리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흥민처럼 빠르고 발기술과 슈팅능력을 가진 선수가 대접을 받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MZ세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지만 이 세대의 선수들은 사회에서도 그렇고 군대에서도 그렇고 모든 분야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사고, 행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MZ세대는 자기만의 개성과 취향이 대접받기를 원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좋은 의미에서 보면 이런 행동과 태도는 21세기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글이 떠오른다.

우리 아버지 세대를 생각해 보면, 가난과 고통이 일상이었다. 전쟁과 가난은 삶의 일부였고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겼다. 바로 모든 것은 국민과 국가로 통했다. 국민교육헌장을 비롯하여 국민만 내세우면 되었다. 바로 '국민의 시대'를 살았던 6·25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에게는 자신희생은 필요하고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개인주의와 사사로운 일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386세대는 다르다. 부모님 희생의 대가로 대학도 나오고, 사회의 여론형성의 앞자리를 차지한 세대다. 민주주의 대한 자부심과 민족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학시절에 군사 독재시대와 광주 민주화운동과 6.10 시민항쟁을 겪으면서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주의의 성취를 경험한 하나밖에 없는 세대다. 바로 시민으로서 눈을 뜬 세대이다. 시민의 의미를 파악하고 시민의 권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민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386 세대다.

MZ세대는 다르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세대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욕구충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세대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모바일게임을 경험하면서 기존의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정서를 만들어낸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팀웍이나 공동체의식은 약할 수밖에 없고, 국민이나 국가에 대한 절대적 추종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바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중요한 '개인의 시대' 를 살아가고 있다. 이 MZ 세대는 기성세대와의 대화와 감정교류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세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세대만의 소통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통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방식의 문제다.

축구국가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국민시대를 살아가고,
실무를 담당하거나 직접적인 운영을 하는 사람들은 시민시대를 살아가고, 선수들은 MZ세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 고참 선수들은 10년 전 선수들의 정서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조금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사선택에 의해 그 정서와 경험을 활용한다. 결국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감독(클리스만)의 지시와 운영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외국인 감독이기때문에 우리의 정서와 다를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외국인 감독들도 아마 같은 경험을 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축구는 축구일뿐이다. 축구에서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선택의 문제다. 분명한 것은 시대도 변하고 선수들도 변한다는 것이다. 축구는 그대로 축구지만 축구에 참여하는 선수와 방식은 달라진다는 말이다. 축구는 '국력'도 아니고 '국민성'도 아니다. 축구는 단체운동일 뿐이다.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나 수영처럼 개인의 능력을 개인이 혼자서 최대한 발휘하는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팀웍이나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수들간, 지도자간, 선수와 지도자간, 선수와 축구협회 간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선수들간의 문제만으로 파악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소통은 물론 다양한 관련자들의 소통을 모색해야 한다. 소통의 단절이 패스의 단절을 가져왔고, 슈팅의 단절을 가져온 것이다. 소통의 단절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강인만의 문제도 아니고, 주장인 손흥민만의 문제도 아니고, 축구 국가대표선수들만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축구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와 자세의 문제이고,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의식의 대한 문제다.

축구는 스포츠다. 축구는 다른 다양한 스포츠 중의 하나일 뿐이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갈등과 대립, 다툼은 이런 축구에 대한 의식과 태도의 문제일 뿐이다. 축구를 제대로 즐기고 축구를 국민의 스포츠로 만들려면 축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을 위해서 축구만을 고려하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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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저의 개인 블로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축구국가대표갈등 세대간소통 손흥민 이강인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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