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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64)씨. 그는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대형 펼침막을 내걸고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 중이다
 이장호(64)씨. 그는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대형 펼침막을 내걸고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 중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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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4일 오후 5시 32분]

신숙희 대법관 후보가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재임 당시 오심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났다고 주장하며 수년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장호(64)씨. 그는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대형 펼침막을 내걸고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 중이다.

펼침막에는 신숙희 등 법관의 이름을 실명으로 쓰고 '오판과 판결을 조작한 판사 XXXX'이라는 원색적인 문구를 담았다. 그는 신 후보의 오심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발단은 27년 전 학원매매하며 작성한 차용증

사건의 시작은 27년 전인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전 중구 선화동에서 주산부기학원과 컴퓨터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이듬해 컴퓨터학원을 A씨에게 팔았다. 학원 매매대금은 1억 2500만 원이었는데 이 중 7500만 원은 학원매매대금으로, 계약서에 명시하기에 곤란한 학원증축비와 수강생권리금 5000만 원은 공정증서(차용증)로 별도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씨는 A씨가 7500만 원만 주고 학원 증축비 등 5000만 원의 돈을 갚지 않자 1999년  4월 공정증서(차용증)를 근거로 법원에 A씨와 제 3채무자(건물주)를 상대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아래 이전명령,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그러자 A씨는 즉시 항고했다. 5000만 원짜리 공정증서(차용증)는 학원 매매대금 7500만 원 중  중 계약금(500만 원) 및 중도금(2000만 원)을 갚고 남은 잔금이고, 이미 갚아서 더 이상 채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이의를 제기하는 민사소송(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빌린 돈을 다 갚았는데도 공정증서(차용증)를 회수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돈을 또 받으려 한다며 이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쟁점은 학원 매매대금(7500만 원) 외에 별도 5000만 원의  채무(공정증서) 사실이 있는지에 쏠렸다. 집행법원은 이씨 손을 들어줬다. 이씨가 낸 채권압류 및 이전명령(강제집행)을 확정한 것이다(1999년 4월 8일). 재판부는 또 A씨가 제기한 즉시 항고에 대해 "이전명령을 취소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기각했다(1999년 10월). 즉 대여금을 인정, 강제집행을 통해 이씨에게 우선 변제하게 하고, A씨가 진 빚은 제 3채무자인 건물주인 B씨와 해결하도록 판결한 것이다.

집행법원은 채무관계 5000만원 인정했는데...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인사청문회 나온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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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건이 종결돼 청구이의(민사 소송) 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관련 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전명령이 확정될 경우 소송을 해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청구이의 소는 바로 '각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0년, 당시 청구이의 소를 맡은 재판부는 이를 각하하지 않고 오히려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판결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가 이전명령에 의해 강제집행이 확정 종료된 사실을 모르고 오심을 내렸다고 이씨가 주장하는 대목이다. 당시 청구이의 사건을 맡았던 단독 판사가 신숙희 대법관 후보다.

이씨는 "이전명령이 확정돼 저와 A씨 간 채무 관계가 소멸했고, 이 때문에 당연히 청구이의 소는 각하했어야 함에도 담당 판사가 전후 관계를 살피지 않고 잘못한 판결을 했다. 이때부터 해서는 안 될 재판이 십수 년 동안 이어졌고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계속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사집행법 관련 전문 변호사도 "청구이의를 맡은 재판부가 앞서 신청된 이전명령 확정 여부를 살펴봤어야 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판결해 생긴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의 손을 들어준 신 대법관 후보의 판결은 이씨를 나락으로 이끌었다. 법원의 이런 판결은 검찰로 하여금 '사기 혐의'로 기소하는 실마리를 제공했고, 형사재판부는 민사재판부의 판결문과 매매한 학원의 건축물대장에 건물증축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이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출소 후 그는 민형사 재판의 오류를 찾기 위해 나섰다. 곧바로 관할 구청에서 발급한 건축물 관리대장이 사실과 다른 점을 밝혀냈다. 관할 구청도 '증축된 사실이 있는데도 컴퓨터 오류로 서류가 증축 사실이 없는 것으로 잘못 발급됐다'고 인정했다.

'사기 미수'로 실형... 재심-전부금 소송했지만 패소

이를 근거로 민형사 건에 대해 각각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2004년 형사(사기미수) 건에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재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청구이의 소(강제집행 불허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형사 건에 대해서도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다시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청구이의 소를 맡았던 재판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재심 당시 청구이의소 심리 대상은 민사소송법상 건물증축에 대한 위증이 재심 대상 판결의 증거가 되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중 변제 인정 여부)이었는데 결국 위증 부분은 재심 대상 판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됐다"며 " 즉시항고 기각 여부와 관련해서는 재심 요건이 충족하지 않아 심리 대상이 아니었고 될 여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의 주장대로 청구이의 청구 사건은 항고가 기각돼 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됐다면 강제집행은 종료돼 각하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공정증서에 따른 강제집행이 종료된 이상, 이는 이씨가 공정증서로 집행법원을 속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것이 되므로 오히려 소송사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구이의 소 재심 대상 판결에서는 '즉시항고가 제기되어 확정이 중단되었다'는 취지만이 기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후 전부금 소송을 통해 재판부가 애초 A씨의 청구이의 소를 각하하지 않은 법률상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청구이의 소 판결에 대한 위법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었다. 이 소송에서도 A 씨는 패소했다. 그러는 사이 소송으로 인한 빚과 생활고만 겹겹이 쌓였다.

당시 전부금 소송을 맡았던 민사재판부는 청구이의 소에 대한 오심 논란에 대해 "이씨가 (2000년) 재판 과정에서 압류 및 이전명령(강제집행)이 확정된 사실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아 생긴 일로 보인다"며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강제집행의 확정, 종료 여부를 법원이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주장과는 달리 이씨는 당시 재판부에 '채권압류 및 이전명령'이 확정된 사실과 함께 판결문까지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후에도 여러 차례 즉시항고 기각판결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신숙희 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오르자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만난 그는 "당시 신숙희 판사가 관련 서류만 잘 살폈다면 제가 전과자가 되는 일도, 우리 가정이 풍랑을 겪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오심을 인정, 무죄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신숙희 후보자는 199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1998년 서울가정법원 판사, 1999년 대전지방법원 판사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부산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 등 줄곧 법원에 근무했다. 지난 2023년에는 대법원 산하 독립 국가기관인 양형위원회에 여성 최초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태그:#신숙희후보, #오심논란, #대전지방법원,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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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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