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6 13:26최종 업데이트 24.03.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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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에서는 '장례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앞으로 결혼할 계획 있으세요? 만약 없다면 당신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설마?' 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형제·자매는 있으신가요? 있다면 당신 장례를 치를 정도로 관계가 친밀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해도 현재 기준으로 최소 500만 원에서 1천만 원 정도의 장례비를 부담할 경제적 여력이 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혼으로 배우자와 자녀 없음. 부모 사망, 형제는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오랜 관계 단절로 시신위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무연고 사망자'분들의 가족 관계입니다.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나눔이 집계한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중 50%는 미혼이었고, 형제가 시신을 위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결혼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뿐 아니라 고아로 홀로 살아온 사람,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홀로 남은 사람, 가정 안에서 소외되거나 단절된 사람, 미혼모, 미혼부, 독거노인, 친인척이 이민 상태이거나 돌보지 않는 사람 등 숱한 개인사가 존재합니다. 또한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면서 가족이 담당하던 장례 등 사후사무(死後事務)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해마다 '무연고 사망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2447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55명, 2020년 3316명, 2021년 3603명, 2022년 4842명으로 최근 5년 동안 2395명(98%)이나 증가했습니다. 만약 현재의 혈연과 법률혼 중심의 연고자 범위가 관계 중심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연고 사망자' 1만 명, 2만 명 시대는 멀지 않습니다.
  
법적 권리로 인정된 '가족 대신 장례', 한계 여전
 

시신위임서 고인은 미혼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연고자인 누나가 관계단절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동생의 시신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위임서를 작성했다. ⓒ 나눔과나눔

  
'무연고 사망자'가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21대 국회에서는 그 대응책 중의 하나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이로써 '무연고 사망자'와 친밀한 관계의 사람도 '장례주관자'로 지정받아 연고자가 아니어도 장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무연고 사망자'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가족 대신 장례' 지침이 법적 권리로 규정됨으로써 법률혼과 혈연 중심 사회의 종언(終焉)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이는 '무연고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를 위한 한국 사회의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한계는 여전합니다. 이번에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가족 대신 장례' 조항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조항입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사망한다면 배우자·직계존비속(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형제자매까지의 연고자를 파악한 후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면 친밀한 지인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는 것이지, 사망하자마자 바로 장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사망 후 평균 30일이 지나야 화장이 진행됩니다. 사망 직후 진행되는 3일장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번 법 개정 사항 중 오해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개정법률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해도 유언을 받은 사람이 곧바로 장례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연고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유언의 능력과 내용은 민법이 정하고 있는데 장례에 관한 사항은 민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장례 관련 유언은 참고 사항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개정된 법률 조문의 본질적 내용은 '연고자 파악이 끝난 후 유언을 참고해서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유언장에 기록된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2대 국회, '사후자기결정권'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이제 4월 10일 총선이 끝나고 5월이 되면 22대 국회가 출범합니다. 22대 국회는 '무연고 사망자'라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법률혼과 혈연관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후자기결정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 '내 뜻대로 장례'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합니다. '내 뜻대로 장례'는 명시적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장례와 사후사무를 맡기는 장례 방식입니다. 즉 생전에 혈연과 법률혼의 관계가 아닌 사람 또는 단체 등에 생전계약을 통해 사후사무를 맡기는 장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혈연과 법률혼 중심의 가족에게만 장례 등의 사후사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민법'에서는 당사자가 사전에 장례 등의 사후사무를 유언 사항에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이에 대한 공증 절차도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이뿐 아니라 사망진단서 발급 관련한 '의료법', 사후사무의 최종단계로 사망신고까지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 개정도 필수적으로 개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애도의 권리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장례복지'제도화
 

공영장례에서 '무연고 사망자' 화로봉송 과정. 자료사진. ⓒ 나눔과나눔

 
그렇다면 '사후자기결정권'으로서 '내 뜻대로 장례'가 법률적으로 보장된다면 '애도할 권리'와 '애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까요? 현재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빈곤의 문제입니다. 장례를 치를 연고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신을 인수할 수 없는 경우가 증가의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즉 '장례빈곤'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애도할 권리'와 '애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내 뜻대로 장례'를 위한 법률 개정과 함께 이러한 권리를 사회보장제도로 보장하는 '장례복지'가 필요합니다.

스웨덴은 장례복지를 위해 세금에 '장례요금(begravningsavgiften)'을 포함해서 납부합니다. 이를 토대로 스웨덴에서는 유족에게 별도 요금 부과 없이 정해진 사항에 대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재 한국의 장례복지는 잔여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시장에 내맡겨진 상태입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이 가족의 시신을 위임해 '무연고 사망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에서는 '장례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례지원과 공영장례 확대를 통해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장례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의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필자는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을 하고 있으며, 저소득시민 및 무연고자 장례지원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 글은 '1코노미뉴스 http://www.1conomynews.co.kr' 오피니언과 나눔과나눔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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