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 강했는데 '윤풍'은?
총선 '대통령 후광' 따져보니

[총선 팩트체크 1편] 21대 총선 문 대통령 사진 쓴 민주당 후보 157명 중 109명 당선... '서고동저' 뚜렷

선거 공보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약력과 재산 상황, 공약 등 필수 정보가 담겼을 뿐 아니라 선거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현직 대통령을 앞세운 여당 후보가 당선에 유리할까요? 먼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살펴봤습니다.[편집자말]

위는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대구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 선거공보. 왼쪽부터 대구 달서구을 윤재옥 후보, 대구 달서구병 조원진 후보, 대구 달성군 추경호 후보. 모두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에 실었고,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아래는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제주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공보. 왼쪽부터 제주시갑 송재호 후보, 제주시을 오영훈 후보, 서귀포시 위성곤 후보. 모두 선거공보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실었고,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연 선거 공보에 현직 대통령 사진을 쓰면 당선에 유리할까요? 실제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영남 지역 후보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적극 활용했고, 실제 득표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2016년 총선 '박근혜 바람'... 새누리당 영남 후보 절반, 대통령 친분 강조
조희정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6년 8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학술지 '한국정치연구'(제25집)에 게재한 논문('후보자의 선거 전략과 득표율 : 제20대 총선 선거공보 분석을 중심으로')에 보면, 253개 지역구 933건의 선거공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대통령 사진 등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 건 105건(11.25%)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영남 지역 후보 가운데 절반인 약 51%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 반면, 다른 지역 후보는 1/3 정도인 약 33%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통령과의 친분이 득표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때는 어땠을까요?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첫째주(3/31~4/2)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긍정 평가가 56%로 부정 평가(36%)보다 높았습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 집전화 RDD 15% 포함.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20년 민주당 후보 62%, 문 대통령 사진 사용... 수도권-호남은 70~90%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보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당선자 비율(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도서관) ⓒ 김시연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인기는 여당 후보들의 선거공보에도 반영됐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 253명의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했더니 62.1%인 157명이 문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약 70%인 109명이 배지를 달았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가 모두 당선한 곳도 있었지만, 대통령 사진을 거의 안 쓰거나, 사용하더라도 낙선한 비율이 더 높은 곳도 있었습니다.

대통령 사진이 들어간 선거 공보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수도권과 호남, 제주 등에 많았고, 영남과 강원 등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영남권 여당 당선자 가운데 문 대통령 사진을 쓴 건 김두관(경남 양산시을) 후보가 유일했습니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이른바 '대통령 후광'이 가장 빛을 발한 곳은 제주특별자치도였습니다. 여당 후보인 송재호(제주시갑), 오영훈(제주시을), 위성곤(서귀포시) 후보 3명 모두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선거공보에 사용했고, 당선에도 성공했습니다.

다음으로 인천광역시 92.3%(12명), 광주광역시 87.5%(7명), 충북 75.0%(6명), 서울특별시(35명)와 대전광역시(5명) 71.4%, 전북 70%(7명), 경기도 69.5%(41명), 울산 66.7%(4명), 전남 60%(6명) 등에서 대통령 사진 사용 비율이 높았습니다.

제주를 비롯해 광주와 대전, 전북, 전남은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가 모두 당선했습니다. 다만, 제주를 제외하면 대통령 사진을 안 쓰고 당선한 여당 후보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남은 4명(40%), 대전 2명(28.6%), 전북 2명(20%), 광주 1명(12.5%)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여당 후보 2명 모두 대통령 사진을 쓰지 않고도 당선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굳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여당 후보에게 유리했다는 의미입니다.

인천은 여당 후보 13명 가운데 12명이 모두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10명(76.9%)은 당선하고 2명(15.4%)은 낙선했습니다. 정작 홍영표(부평구) 후보는 대통령 사진을 안 쓰고도 당선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각각 당선자 30명(61.2%)과 34명(57.6%)이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다. 사진을 쓰고도 떨어진 후보도 각각 5명(10.2%)과 7명(11.9%)으로 서로 비슷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통령 사진 없이 당선한 여당 후보도 각각 11명(22.4%)과 17명(28.8%)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강서을 수성갑 안동예천 중구남구 하남 구로갑 강남병 서구동구 부산진갑 동구을 동구남구을 수원을 안양동안갑 오산 용인을 용인정 청주청원 보령서천 포항북구 고령성주 칠곡 부천병 강북갑 고양갑 도봉갑 금천 관악을 강남갑 강남을 광산갑 광산을 안양만안 화성을 화성병 원주을 천안병 서산태안 안산단원을 노원갑 중구강화 옹진 부천갑 부천을 부천정 평택갑 고양을 고양병 송파병 강동을 동구남구갑 수원갑 성남분당갑 성남분당을 평택을 고양정 남양주병 용인갑 안성 증평진천 음성 논산계룡 금산 거제 양산갑 완주진안 무주장수 관악갑 구로을 부산진을 북강서갑 동구갑 수성을 달성 안양동안을 충주 보은옥천 영동괴산 포항남울릉 경주 용인병 북구 김해갑 제주갑 해운대을 사하갑 금정 사상 달서갑 중구 창원성산 서귀포 광진을 송파갑 중구 서구갑 유성갑 구리 제천단양 남원임실 순창 순천광양 곡성구례을 진주을 통영고성 세종시을 도봉을 강서병 익산을 용산 동대문갑 은평을 마포갑 마포을 서초갑 서구을 양주 포천가평 천안갑 아산갑 홍성예산 나주화순 영암무안 신안 세종시갑 남양주을 춘천철원 화천양구갑 성북갑 강북을 서대문갑 양천갑 강서갑 동구 미추홀을 부평을 계양을 안산단원갑 목포 연수갑 동두천연천 김포을 춘천철원 화천양구을 부평갑 계양갑 의정부을 김포갑 강릉 익산갑 서구을 군산 파주갑 파주을 중구성동갑 광진갑 동대문을 중랑갑 성북을 노원병 양천을 영등포갑 영등포을 동작갑 동작을 송파을 강동갑 남구을 해운대갑 기장 사하을 수영 서구 북구갑 북구을 달서을 달서병 동구 미추홀갑 서구갑 북구갑 북구을 서구을 남구갑 남구을 남양주갑 시흥을 광주갑 광주을 홍천횡성 영월평창 청주서원 청주흥덕 공주부여 청양 전주갑 전주을 전주병 김제부안 여수갑 여수을 고흥보성 장흥강진 해남완도 진도 담양함평 영광장성 김천 구미갑 구미을 영천청도 경산 창원 마산회원 사천남해 하동 밀양의령 함안창녕 양산을 산청함양 거창합천 안산상록갑 속초인제 고성양양 남동갑 안산상록을 시흥갑 원주갑 당진 의정부갑 노원을 연수을 남동을 중구성동을 중랑을 은평갑 서대문을 강서을 서초을 천안을 정읍고창 순천광양 곡성구례갑 남구갑 서구갑 대덕 여주양평 이천 동해태백 삼척정선 청주상당 아산을 진주갑 중구영도구 동래 연제 동구 유성을 동구 울주 창원의창 창원 마산합포 창원진해 김해을 제주을 수원병 성남중원 군위의성 청송영덕 광명갑 성남수정 광명을 군포 화성갑 수원무 수원정 의왕과천 영주영양 봉화울진 상주문경 종로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253개 선거구 카토그램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253명의 선거 공보를 전수조사해보니, 62%인 157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공보에 사용했습니다.

157명중 당선된 후보는 109명입니다. 광주, 대전, 전북, 전남, 제주는 문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가 모두 당선됐습니다. 48명은 문 대통령 사진의 후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중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1석을 차지했습니다.

영남-강원은 20~40%대... '문재인 사진' 쓴 당선자는 김두관 유일


지난 21대 총선 당시 경남 양산시을에서 당선한 김두관 후보 선거공보. 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영남 지역 여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당선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처럼 수도권과 호남에선 '대통령 후광'이 나타났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영남 지역에서 정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여당 후보만 당선한 세종시만 예외였고, 강원 12.5%(1명), 대구 25%(3명), 부산 44.4%(8명), 경남 43.8%(7명), 경북 46.2%(6명), 충남 54.5%(6명) 등은 여당 당선자가 적을수록 대통령 사진 비율도 낮았습니다.

대구와 경북은 여당 당선자가 아예 없었고, 부산 3명(16.7%), 강원 3명(37.5%), 울산 1명(16.7%) 등 여당 당선자들은 모두 대통령 사진을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통령 사진을 쓴 당선자보다 안 쓴 당선자가 더 많았습니다. 경남 지역 여당 당선자 3명 가운데 김두관 후보 1명(6.3%)만 대통령 사진을 썼고, 나머지 2명(12.5%)은 쓰지 않았습니다. 충남도 여당 당선자 6명 가운데 어기구(당진시), 이정문(천안시병) 후보 2명(18.2%)은 대통령 사진을 썼지만, 4명(36.4%)은 쓰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보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율과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 김시연

여당 후보의 대통령 사진 사용 비율에서도 19대 대선 당시 수도권과 호남 등 서쪽에서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강원, 영남 등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서고동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제19대 대선에서 41.08%를 얻어 당선했는데, 전북에서 64.84%로 가장 높았고 광주(61.14%), 전남(59.87%), 세종(51.08%), 제주(45.51%), 대전(42.93%), 서울(42.34%), 인천(41.20%), 경기(41.08%) 등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세종을 제외하면 이들 지역 여당 후보들의 대통령 사진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높습니다.

반면 문 대통령 득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던 경북(21.73%), 대구(21.76%), 강원(34.16%), 경남(36.73%), 울산(38.14%), 부산(38.71%), 충북(38.61%), 충남(38.62%) 등에서는 충북을 제외하면 대통령 사진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지역 후보들은 대통령 사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반면, 지지도가 낮은 지역에선 소극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통령 사진을 쓴 여당 당선자 비율이 높았던 건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 영향일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일수록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갤럽 3월 3주차(3.19~21)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긍정' 34%, '부정' 58%로 4년 전 문 대통령과는 긍정과 부정 비율이 거의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과연 이번 총선 선거 공보에는 윤 대통령 사진이 얼마나 등장할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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