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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마을 마을 숲 송대백학 안산
 방동마을 마을 숲 송대백학 안산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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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의 절경인 임실 관촌면 사선대에서 동북쪽으로 4km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방수리(芳水里) 방동(芳洞)마을에 이르는데, '천년고을'이라는 마을 표지석이 당당하다. 

마을에는 '꽃다울'이란 새로운 이름이 보이는데, 이 마을 이름인 한자어 '방동(芳洞)'의 우리말인 '꽃다운 고을'을 '꽃다울'로 이름을 지은 듯하다. 방동마을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1km 밖에 성미산과 공수봉이 섬진강 좌우로 우뚝 솟아서 이 마을을 지키는 수구막이 장승처럼 보인다.

방동마을 앞에는 자그마한 언덕에 30여 그루의 소나무가 기품 있는데 학이 한 마리 푸른 소나무 가지에 가볍게 내려앉으니 산뜻한 풍경이다. 송대백학(松臺白鶴)의 경치로 불리는 이곳 마을 숲은 방동마을의 안산(案山)이다.

이 마을 앞 드넓은 농토 끝자락에는 마을 숲인 장제무림(長提茂林)이 섬진강을 따라 1km 하천 제방을 이루고 있다. 이 긴 제방 숲은 때때로 홍수 지어 흐르는 섬진강의 거친 물결로부터 마을 앞의 넓은 농토를 보호하는 방수림이다. 

이 숲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와 왕버들 등 다양한 수종으로 수백 년 수령의 거목들이 섬진강을 따라서 폭 30~60m로 세 줄기 제방이 평행을 이루어 농수로(農水路)에 섬진강 물이 흐른다. 

섬진강을 따라 쌓은 6개의 산봉우리
 
섬진강과 장제무림 (왼쪽부터, 방미산, 섬진강, 강변, 장제무림)
 섬진강과 장제무림 (왼쪽부터, 방미산, 섬진강, 강변, 장제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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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마을에서 남쪽으로 1.5km 위치의 성미산은 테뫼식 산성이 있었고, 이 산성에는 백제의 군대가 주둔하며 이 지역의 행정까지 맡았던 임실현의 치소가 있었다. 호남정맥 산맥과 감입곡류 섬진강의 물줄기가 산첩첩(山疊疊) 강첩첩(江疊疊)한 이 지역에 섬진강을 따라 6개의 산봉우리마다 산성을 쌓아서 '산성의 그물망'을 치고 국경을 지켰었다.

방동마을 뒷산은 호남정맥의 만덕산에서, 섬진강 건너편 방미산은 내동산에서, 마을과 들녘의 어귀를 지키는 성미산은 고덕산에서 산줄기가 내려왔으니, 감입곡류의 섬진강 상류가 흐르는 방동마을은 험준한 지형의 국경 요새에 자리 잡은 마을이었다. 

이 지역의 오래된 향토 문헌인 운수지(雲水誌. 1675년)에는 방동이 임실군현의 옛 읍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국시대에 백제의 국경지대였던 이곳 방동에 마을이 들어선 유래가 천 년이 넘었다. 

조선 초기인 1413년에 구고현과 임실현을 합쳐서 그 지리적 중간인 현재의 임실읍 지역에 임실현의 새로운 치소가 설치될 때까지 섬진강 상류 방동마을은 천 년 동안 임실군현의 중심지였다.

천 년의 과거가 현재로
 
방동마을 장제무림 숲
 방동마을 장제무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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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 협곡의 국경 지역에 군대와 행정 치소가 주둔하면서 벼농사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다. 감입곡류 하천인 섬진강 상류는 강변에 제법 넓은 충적지가 형성되어 있어서 농경지로 개척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황 장군 부부의 제방과 보 쌓기 설화와 마천목 장군의 도깨비 보 설화가 전승된다. 

삼국시대로부터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섬진강에 보를 쌓고, 강변에 제방을 쌓아 농수로를 만들고 해마다 섬진강의 거센 물길로부터 시설을 보수하던 대규모 인력의 노력과 정성이 이 지역에 도깨비 보 등 설화로 전승되었다고 본다.

국경지대 산성, 군대 주둔, 벼농사 필요, 강변 충적지 개간하여 논 만들기, 강에 보 쌓기, 강변에 둑 쌓기, 강변 둑으로 농수로 만들기, 강둑에 나무 심어 강둑 보호하기 등. 섬진강 상류 방동마을의 장제무림 마을 숲은 이렇게 일관된 목적으로 천년의 세월을 이어 오며 살아 있는 소중한 역사 문화유산이다. 
 
좌청룡 마을 숲과 문전옥답 농경지 (왼쪽부터, 장제무림, 성미산, 공수봉, 마을 앞 들녘)
 좌청룡 마을 숲과 문전옥답 농경지 (왼쪽부터, 장제무림, 성미산, 공수봉, 마을 앞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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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무림 숲과 제방에 별꽃, 개별꽃과 큰개별꽃이 은하수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4월 하순이었다. 꽃 지름이 1cm인 별꽃과 개별꽃은 5개의 꽃잎인데, 별꽃은 꽃잎이 깊이 갈라져서 10개의 꽃잎으로 보이고 개별꽃은 꽃잎 끝이 w자 처럼 약간 파였다. 

별꽃은 풀을 말려서 볶아 치약 대용으로 활용하였고, 개별꽃은 인삼 같은 가는 뿌리가 약효가 좋아 태자삼이라고도 한다. 큰개별꽃은 꽃잎이 5~8장으로 불규칙하지만, 별꽃보다 큰 꽃이 예쁘고 귀여웠다. 다양한 별꽃 무리는 장제무림 숲에서 봄마다 은하수처럼 피어나며 천 년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방동마을에서 막동마을로 향하는 섬진강을 따라서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에 녹음이 짙었다. 방동마을의 뒷산에서 왼쪽을 호위하는 짧은 산줄기가 섬진강에 닿으며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이 시작되는 곳에 세심대(洗心臺) 암각서가 있다. 

세심대에서 공수봉 방향까지 섬진강을 따라서 장제무림이 길게 펼쳐져 좌청룡(左靑龍)의 형국을 이루고 있다. 방동마을 뒷산에서 뻗은 긴 산줄기는 방현(芳峴) 고개를 지나 공수봉까지 이어지며 우백호(右白虎)의 형국을 형성하고 있다. 섬진강 강줄기가 흐르는 방동마을 왼쪽의 허약한 형세를 장제무림이 비보풍수(裨補風水)의 관점에서 훌륭하게 보완해 주고 있는 셈이다. 

방동마을은 마을 남쪽의 공수봉까지 우백호의 산줄기와 좌청룡의 장제무림 마을 숲을 좌우로 펼쳐서, 마을과 마을 앞의 문전옥답(門前沃畓) 농경지를 포근히 감싸 안으며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 형국을 완성하였다. 섬진강 상류 방동마을의 장제무림 마을 숲 탐방은 천 년의 과거가 현재로 살아나는 시간 여행이었다.
 
임실 방동마을 장제무림 개념도
 임실 방동마을 장제무림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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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년고을장제무림, #임실현옛치소방동마을, #마천목도깨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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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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