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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에 소담스럽게 핀 목단꽃
▲ 목단꽃 연못가에 소담스럽게 핀 목단꽃
ⓒ 김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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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골집에 갔더니 연못가 구석에 만개한 목단꽃이 반겨준다.

화려한 붉은빛과 큰 꽃송이가 언제나 탐스러운 꽃이다. 넉넉한 마음씨로 잘 베풀고 성격도 쾌활하여 열정적이셨던 내 어머니를 닮았다. 친정집 마당에 있던 목단꽃을 캐 와서 심고 잘 살아줄까 싶었는데 용하게 뿌리를 내려 올해로 3년째 꽃을 피우고 있다.

나는 직장 명예퇴직하자마자 바로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시골집으로 모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랑 채 1년도 못 채우시고 이듬해 어버이날 소천하셨다. 그러니까 목단꽃 닮으신 어머니는 이 꽃이 지는 때에 돌아가셨다.

모란이라고도 하는 목단꽃은 동양에서는 부귀화로 여긴다. 원산지가 중국이라 예로부터 동양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꽃이다. 어머니는 가셔도 어머니 닮은 꽃을 보니 허전한 내 가슴을 꽃의 붉은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듯하다.

한번은 어머니 옆에서 자다 꿈에서 어머니 얼굴을 닮은 해수관음상을 보았다. 이제 꽃을 보며 그 넉넉한 모습과 자애로움, 복스러움을 떠올린다. 바다를 좋아하신 어머니는 교사였던 내게 여름방학만 다가오면 언제 올 거냐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같이 동해안으로 가서 바닷가에 텐트 치고 놀다 오기도 했다.
  
어머니 침상에 두었던 꽃과 마지막 드렸던 카네이션
▲ 어머니와 추억 어머니 침상에 두었던 꽃과 마지막 드렸던 카네이션
ⓒ 김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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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나오시지 않은 어머니는 한글을 겨우 깨치셨지만 유쾌한 성품으로 시집 친정 식구 두루 돌보시며 양가 온 집안을 화목하게 돌보며 살다 가셨다. 나는 직장 다니랴, 1남 8녀 외며느리 노릇 하랴, 내 생활이 바빠 명절이라도 친정에 못 갈 때가 많았다.

그러다 딱 한 번 친정에 가서 어머니랑 5박 6일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 좋아하시는 국수도 자주 삶아드리니 어찌 이리 당신이 하는 거랑 맛이 똑같냐며 하나뿐인 딸과 이리 보내니 꿈만 같다 하셨다.

그러나 벌써 노환에 다리 힘이 빠져 기저귀를 해도 몇 번 화장실 실수를 하시기에 어머니도 나도 마음이 편치 않고 서글펐다. 평소 어머니는 '죽으면 썩어질 몸, 아껴서 뭐 하냐?'며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하셨다. 그러던 그 많든 기운, 활기는 다 어디로 가고 이리 사그라질까 싶어 안타까웠다.

그런 어머니는 마음이 순수하셨는지 꽃을 무척 좋아하셨다. 가을이면 유난히 국화 향기를 좋아하셔서 이미 국화 철이 지났는데도 국화 화분이 있으면 사 오라고 전화를 하셨다. 나는 몇 군데 꽃집을 들러봤지만 없어서 이제 국화가 다 끝나버렸네 하고 말았다. 그런데 남동생은 인터넷으로 전국으로 샅샅이 찾았는지 어머니 집으로 국화 화분을 배달시켰다. 어머니 자주 하신 말씀이 '쟤는 마음이 천심이다' 이었는데 동생은 타고난 효자였다.
 
시골집 마당에 핀 목단꽃
▲ 목단꽃 시골집 마당에 핀 목단꽃
ⓒ 김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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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도 꽃은 철 따라 다시 피니 봄에는 목단꽃, 가을이면 국화꽃을 보면 꽃과 함께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태그:#목단꽃, #친정어머니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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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명퇴 후 여행기를 출간한 여행 작가이자 등단 시인.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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