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노인영화제 공식 포스터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공식 포스터 ⓒ 서울국제노인영화제

 
해를 거듭할수록 영화제도 관객과 함께 성장하며 자란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꼭 그렇다. 지난 2008년 작은 영화 교실에서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행사는 매해 조금씩 다듬어지며 그 규모를 키웠다. 2019년부터는 국제영화제로 명칭을 변경하며 국제 출품공모를 통한 해외 작품까지 초청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총 75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4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지웅 집행위원장을 비롯, 신희정 사무국장, 장단아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최귀화 배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하지 못해 영상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개막식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지웅 집행위원장은 가장 먼저 영화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의의에 대해 언급했다.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과정에서 실현되는 상실된 노인 가치의 원복과 권익 보호와 더불어 젊은 세대의 감독과 작가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을 공감대 형성"이라던 위원장은 "비로소 올해 그런 가치들이 달성되고 추구하고자 했던 많은 부분이 성취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어 올해 영화제의 콘셉트가 공개되었다.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늙지 않은 노인'을 테마로 늙지 않은 노인과 노인이 될 우리의 꿈과 희망을 만나볼 예정이다.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당연한 인간사에 급격한 기술과 지식의 전파가 바꿔놓고 있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노화와 순리, 그 수용의 변화가 바탕이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 예측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도 청춘의 활기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노인이 있고, 시간과 지식에 목말라하던 젊음은 다시 연륜과 지혜로 변모하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긍정적 순환의 의미가 이번 슬로건 속에 담겨있다.

장단아 프로그래머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가진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점이자 보석과도 같이 빛나는 가치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는다는 특징이 있음"을 언급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삶이라고 하는 것을 그저 그들의 생각과 어떤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청년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또 청년들은 그런 부분을 영화 언어라는 것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게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영화제 운영위원회가 노년의 삶과 긍정적인 문화 형성에 중심을 두고 있으면서도 여러 세대 간의 교류에 힘쓰고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원활동가에 해당되는 시스프렌드(SISFFriend)가 올해 영화제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영화제를 뜻하는 SISFF와 Friend(친구)의 합성어인 시스프렌드는 지난해까지 단순한 현장지원팀의 형태로만 운영되었지만, 올해부터는 사무국과 함께 주도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하며 젊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사전에 펼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의 핵심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제의 성격과 이름이 가진 주체성을 확립하고 잘 발현하는 것"이라던 신희정 사무국장은 "초고령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러 방안을 내세우지만 정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건강한 노인 문화를 정착시키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계속해서 노인 문화를 정립해 나가고 건강한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장기적인 비전"이라는 다부진 포부도 함께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개막작 <빅 키즈>

서울국제노인영화제 개막작 <빅 키즈> ⓒ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안드레아 베스콘드와 에릭 메타이어 감독의 <빅 키즈>(2023)가 선정되었다. 급식중단 문제로 인근 요양원 식당을 이용한 초등학생들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현재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돌봄의 영역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장단아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에 대해 "그동안 다른 해외 영화제에서 봤던 작품들 가운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동일한 문제의식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두 세대,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할 때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 있다는 시각에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서로 다른 색채를 가진 10개의 섹션을 통해 공개될 SISFF 단편 경쟁 부문, 비극의 역사 속에 서 있는 노인의 모습 그 자체를 조망하는 작품들로 구성된 장편 초청 부문, 청년 감독들의 시선을 통해 어르신의 삶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 프로그램 기억아카이빙 프로젝트 부문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변사프로그램 '세월따라 이야기따라'는 지금은 사라진 무성영화 시기의 스타 변사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해설과 함께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될 예정이다.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오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총 5일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피카디리1958 CGV에서 열린다.
영화제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노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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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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