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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벌고 싶었다. 전역한 지 두 달. 지갑은 계속해서 '진돗개' 경보를 외쳤다. 그래서 개시된 작전, 콜센터 아르바이트. 언론사를 준비 중이던 내가 이곳을 두드리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보고 싶어서'. 그러나 그 결심을 했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전화벨 소리에도 가슴이 쿵쾅 뛴다. '어떤 사람이 또 나를 힘들게 할까?' 생각부터 든다.

따르릉 벨 소리에 심장이 쿵쾅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쿵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쿵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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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서울의 모 기업의 외주 고객센터에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몸담은 만큼 목표도 세웠다. 첫째,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자. 기자가 될 사람인 만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째, 성심성의껏 상담하자. 가끔 콜센터로 전화하면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대는 게 불만이었다. 돌릴 필요 없이 내가 정성을 다해 상담하자고 결심했다.

첫 번째 결심은 아직 지켜지고 있지만 두 번째 결심을 깨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비 투입까지 끝나고 난 첫 출근, 바로 그날 두 번째 결심이 깨졌다.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서비스 특성상 대부분 사용법에 대한 문의가 많다. 복구나 저장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복구가 불가능한 서비스를 문의하는 고객 중 딱한 사정이 있는 분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한 두 번. 스무 번, 서른 번 계속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받으면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든다. 다짜고짜 화를 내는 사람부터 해달라고 무조건 애원하는 사람까지. 결국 전화를 돌린다. 그나마 전화를 돌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어떤 고객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심지어 서로 간 의사소통이 어긋난 부분에선 무조건 내가 잘못 알려줬다며 욕을 한다.

"야, 니가 잘못 알려줬잖아. 모르는 사람한테 욕먹으니까 좋냐, ##야."

같이 맞상대하고 싶었지만 내 입은 의지를 꺾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웃으며 친절하게...힘든게 현실
 웃으며 친절하게...힘든게 현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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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만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회사 차원의 압박도 시작된다. 목표한 콜 수(전화 통화 수)를 채우지 못하면 엄청난 눈치를 받는다.

"자, 우리 전화 한 통화씩 더 받읍시다."

실적으로 줄까지 세운다. 전화를 많이 받은 사원에겐 상품권을 주며 경쟁심을 일으킨다. 나도 받아봤다. 상품권을 받으려면 결국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질 수 없다. 처음엔 차근차근 친절하게 답했다. 이젠 방법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느라 바쁘다. 어린아이나 노인분들이면 "한번 해보신 뒤 다시 전화주시라"며 시간을 단축한다.

콜센터 알바에게 고객이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하루 종일 전화하며 스트레스를 받아도 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130만 원 정도. 용돈에 학원비에 공과금을 빼고 나면 내 손에 남는 돈은 50만 원도 안된다. 나머지 돈도 고스란히 내년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위해 적금한다. 밥값도 아까워서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다.

인센티브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진다. 인센티브(성과 보수)를 받으면 라면 대신 순댓국밥을 먹을 수 있다. 허접스러운 도시락 대신 영양가 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기껏해야 1만~2만 원이 아니다. 하루를 풍족하게 해주는 황금 티켓이다.

황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동시에 과거 고객센터에 항의했던 일들을 반성한다. 고객센터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절절히 느낀다. 그 회사를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회사 소속이 아니었다. 일하며 생기는 불만을 그 회사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마치 돈을 받고 회사가 받을 비난을 우리가 대신 받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오늘도 걸려 오는 벨 소리에 마음을 졸인다.


태그:#콜센터, #구직, #회사, #학생,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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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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