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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하청노동자의 죽음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듣게 된 TV 뉴스 보도,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 습관처럼 켠 스마트폰 웹페이지, SNS 등에서 이러한 사고 소식을 접한다.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의 일상은 깨지고 아득한 마음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잠시 깨졌던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안전이 무너진 사회에서 이러한 소식은 이제 일상에 끼어든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고는 반복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또 일어날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청년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가전 수리기사의 추락사 등 연이어 발생한 외주·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곳곳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실천이 이어졌다. 실천의 하나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은 8월 내내 위험한 고공작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약 3주간 센터 앞 선전전을 진행했다. 또,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출장 방문수리를 요청한 고객에게 'AS 고공작업 실태와 문제점'을 알리는 유인물을 전달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의 선전전 모습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약 3주간 센터 앞 선전전을 진행했다. 또,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출장 방문수리를 요청한 고객에게 'AS 고공작업 실태와 문제점'을 알리는 유인물을 전달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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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청계광장 광교갤러리에 아주 특별한 사진전이 열렸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희망연대노동조합, 지하철 산재사망 시민대책위가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사진전을 공동 주최한 것이다. 이 사진전은 8월 22일~25일과 9월 9일~11일, 두 차례에 걸쳐 광교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청계광장 광교갤러리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사진전 배너에 취지와 일정 등이 담겨있다.
▲ 사진전 배너 청계광장 광교갤러리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사진전 배너에 취지와 일정 등이 담겨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천센터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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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은 '시민들과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의 만남'을 주제로 잡았다.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이 바로 내 곁에서 일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이들의 작업 조건과 노동환경이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임을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했다.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는 광교 아래 마련된 전시공간으로 모두 오픈되어 있고, 무더위에 땀을 식히기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무섭고 두렵다", 고공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심정을 담은 사진 및 글귀.
▲ 사진전 모습 "무섭고 두렵다", 고공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심정을 담은 사진 및 글귀.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천센터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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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에는 총 45개의 사진과 그림이 전시되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지난 2~3년간 모은 사진, 수리기사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그린 그림, 한예종 돌곶이포럼에서 함께하기 위해 제작한 걸개 등으로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사진전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와 LGU+,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케이블방송 통신 설치·수리기사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실외기가 30kg이 넘어요. 혼자서 아등바등 들다 보면, 허리 다치는 건 예삿일이지요."
"소매랑 바지춤 걷으면 흉터가 많이 있어요. 앵글도 쇠로 되어있고 아무래도 부품들이 날카롭다 보니까 긁히고 다치고."
"난간에 매달려있으면 앞으로 넘어갈 것만 같아요. 좁은 곳에 발 디디고 서 있으면 떨어지는 일도 많죠. 2층에서 떨어지면 다행인 거예요."
"혼자서 위태롭게 작업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고객님께 부탁드려요. 사다리 잠시만 잡아달라고..."
"지붕도 타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기도 해요.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죠."


청계광장 광교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전을 감상하고 있는 시민들 청계광장 광교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 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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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 광교 갤러리 앞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시민들은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었다. 시민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사진전을 관람했고 대형 걸개 앞에서는 포토존처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시민들은 참여를 위해 마련해놓은 스티커 설문조사와 포스트잇 게시판에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한 시민은 포스트잇 게시판을 통해 "기업, 국가 차원에서 안전대책을 세우고 산업현장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위험 상황에 처해있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포럼에서 제작한 걸개그림이다.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사진전 주제를 담고 있다.
▲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한국예술종합학교 돌곶이포럼에서 제작한 걸개그림이다. <우리 동네 기술서비스 노동자 추락하지 말아요, 우리가 잡아줄게요> 사진전 주제를 담고 있다.
ⓒ 돌곶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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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광교 아래 조명이 사진과 그림을 밝히고 있다. 청계광장 광교 아래 갤러리가 있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여름밤, 야경과 밤공기를 쐬기 위해 청계광장을 찾게 된다면 광교 갤러리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8월 22일~25일, 9월 9일~11일 기간 중 이곳을 찾게 된다면,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의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지회, #희망연대노조,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 #지하철산재사망시민대책위, #청계광장 광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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