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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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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여경을 전담해 보호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하반기 공채에서 여경 선발 비율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한 개인방송 BJ가 현직 경찰들의 의견이라며 유튜브에 올린 내용이다. 이 BJ는 "이름을 밝히고 싶지만 (그 분들이) 불이익을 받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의견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방송 조회수는 26만이다.

이 방송에는 '쉬운 건 여자일이고 힘들고 더러운 것은 남자일로 정한다. 심지어는 힘들지 않아도 여자들이 하기 싫으면 남자일이다'라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다. 해당 방송이 여경에 대한 비하, 여성에 대한 혐오의 장이 되고 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성차별적인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16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개인방송 성차별 현황과 자율규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성평등'이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비디오.
 "성평등"이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비디오.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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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지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유튜브와 유튜브에 올라온 아프리카TV 콘텐츠 중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인터넷 개인방송은 유튜브가 135편, 아프리카TV가 34편으로 총 169편이었다.

이 방송들을 분석한 결과,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에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이 7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특히 많이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적발한 한 개인방송의 경우 "페미니즘은 공산주의와 결합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좌파 집단", "페미니즘은 성별 갈등, 가정 해체, 동성애를 조장한다", "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여성 빨갱이 운동이 페미니즘 운동이다", "매국노 페미분자 자폭하라" 등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이 힘든 일을 기피하기 때문에 3D 직종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종사한다', '3D업종에 종사하는 남성이 같은 일을 하는 여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등 여성이 경제활동과 가족부양 등에서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는 현실을 부정, 왜곡하는 식의 내용을 방송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윤지소 부연구위원은 "여성가족부나 여성 등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할 때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왜곡된 사실을 들며 (적대감과 비난을) 정당화하는 유형이 많았다"라며 "인터넷개인방송은 오류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데다가 이를 지지하는 댓글에 의해 힘을 얻고 확산되기 때문에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세대'인 초등학생들... 개인방송서 '앙 기모띠' 등 단어 학습

문제는 '유튜브 세대'라 할 수 있는 10대~20대들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성차별적 내용을 그대로 학습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전국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1개월 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15세~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 만15세~24세는 하루 평균 2시간 29분, 만25세~34세는 95.8분 정도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10대~20대의 유튜브 이용량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교사 김은혜씨는 "저희 학급 25명 모두가 유튜브를 본다"라며 "2016년에 맡았던 학급의 경우 반 학생 전체가 BJ철구의 '앙기모띠'(일본 포르노에서 유래된 말)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이를 일상적으로 썼다"라고 했다.

개인방송을 통해 학습된 성차별적 인식이 여성혐오로 흐른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못생긴 여자와 예쁜 여자를 비교하는 영상을 보며 웃는다면 중학생이 되면 반 여학생들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게 된다"라고 했다.

증오, 유해표현에 '성차별적 표현' 포함돼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개인방송 성차별성 현황과 자율규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터넷 개인방송의 성차별 확산방지를 위한 지침 마련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개인방송 성차별성 현황과 자율규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터넷 개인방송의 성차별 확산방지를 위한 지침 마련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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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의 씨앗을 낳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어야 할까. 김경희 한림대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자율 규제이지만 공적 규제가 약한데 개인방송 사업체들의 자율규제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페미니즘, 여성 등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전하는 개인방송의 조회수가 110만을 넘는다. 웬만한 TV프로그램 시청자 수준이다"라며 "공적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생산자와 사용자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규제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김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 규정뿐 아니라 제작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라며 "각 플랫폼에 개인방송을 하려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일정 조회수 이상을 기록하면 또 듣게 하는 등의 규칙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정부 규제에 앞서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 사업자들이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들의 대부분이 자율규제에 상당히 적극적이다"라며 "이미 증오 콘텐츠, 음란물, 청소년 유해 콘텐츠 등을 규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무엇이 증오, 음란물, 청소년 유해 콘텐츠인지 정의나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규제 내용이 다소 모호하다"라며 "또한 성차별적인 방송에 대한 자율규제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급격하게 증가하는 개인 방송의 분량을 고려하면 사후 모니터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성차별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작자와 사업자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규제하고 있는 '증오', '유해 콘텐츠'의 개념을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근거해 여성, 남성을 왜곡해 묘사하고 역할을 한정하거나 성별을 이유로 경멸, 비하, 혐오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확장하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은혜씨도 "교실에서 앙기모띠를 쓰면 반성문을 쓰게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라며 "해당 표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무조건 규제만 하려고 하면 근절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신 아이들에게 그런 단어들이 왜 문제가 있는지 같이 이야기하고 신고도 해보니 학생들이 그제야 왜 쓰면 안 되는지 깨닫더라"라며 "그런 방송을 보지 말라고만 하기보다 교육이 함께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했다. 그는 "고운 말로 문자 보내기, 학급 홈페이지에 선플달기 정도에 그치고 있는 지금의 교육은 의미가 없다"라며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은 "일부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성차별적 콘텐츠가 생산돼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송 영역에 비해 규제가 쉽지 않아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인터넷 개인방송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올 연말까지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성인지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태그:#유튜브, #아프리카TV, #진선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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