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가 '삼성그룹 2인자'로 불리는 피고인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유영근 부장판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합니다.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유영근 부장판사는 이상훈 의장에게 일침을 놓았다.

"재판하면서 봤지만 본인이 실제로 알지 못하는 부분 있고 그럴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그런 것을 눈감아드릴 수 없습니다."

잠시 후 이상훈 의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구속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 밖 교도관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법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사건에 '유죄' 선고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사건 판결 선고를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8년 9월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노조탈퇴를 종용하면서 이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면서, 피고인 32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개인정보보호법·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 2013년부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조와해를 계획하고 실행을 지시한 핵심 인물들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노조와해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상훈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삼성그룹 무노조경영 사령탑 역할을 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강경훈 부사장(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는 지난 13일 삼성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선고에서도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을 피한 바 있다.

또한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징역 1년 6개월),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도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삼성과 결탁한 이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데 관여한 송아무개 삼성전자 전문위원(징역 10개월), 노조와해에 개입한 정보 경찰 김아무개씨(징역 3년, 벌금 5000만 원)도 구속됐다.

재판부는 나머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전자 인사팀·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 노사교섭 과정에서 삼성전자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후 교섭을 지연시킨 경총 직원 3명 등에게 집행이 유예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유죄를 인정했다. 위장폐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들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과거 고용노동부의 판단과 달리,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을 인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파괴 확인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관련 1심 선고가 내려진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 등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관련 1심 선고가 내려진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 등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선고 직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등 삼성그룹 경영진의 범죄사실을 확인한 것의 의의 역시 크다"라고도 했다.

다만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노조 파괴 공작이 집중되었던 2013년 하반기에 삼성그룹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던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를 기소하지 못했다. 그나마 일부 경영진이 기소되었지만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나 미래전략실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형량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다. 부당노동행위가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오늘을 계기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법정형을 상향하기 위한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또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상급심에서 보다 정의로운 판단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쟁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삼성 노조파괴의 진실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는 어느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삶을 거는 일이 없도록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확산시켜 나갈 것을 다짐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