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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해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반지하방의 12일 오후 모습. 침수된 방은 정리되지 않은 채 소방대원들의 현장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해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반지하방의 12일 오후 모습. 침수된 방은 정리되지 않은 채 소방대원들의 현장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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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한 반지하 방에 살던 일가족은 삽시간에 방안으로 차오른 빗물로 인해 현관문을 열 수 없었다. 남은 탈출구였던 방범창은 주민 여럿이 달려들었지만 뜯겨나가지 않았다. 일가족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부가 270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대안을 내놨다. 정부는 우선 재해 취약 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생활 여건을 분석한 뒤 재해취약주택을 직접 매입해 용도변경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성의 없다"거나 "사실상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시하면서도 얼마나 공급할지는 미정이고, 실행 가능성이 낮은 방안까지 마구잡이로 내밀었다는 지적이다. 

비정상거처 거주자에 공공임대 우선 공급...반지하 매입해 커뮤니티 시설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8.16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8.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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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가 해야 할 근본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국민들께 안전하고 또 안심하고 편안히 살 수 있는 주거를 공급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이번 주거안전 실현방안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당초 주택공급대책은 지난 9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중부 지방의 수해가 커서 일주일 미뤄졌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재해취약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 먼저 정부는 9월부터 관계부처·지자체가 협력해 해결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재해취약주택이 밀집한 지역 등 상황을 살펴보고 재해취약주택 거주 가구의 생활여건과 세대구성, 소득과 임대료 수준 등을 파악한다. 이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마음이 있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재해우려구역'으로 판정시 주택 개보수나 정상거처로의 이주를 지원한다. 우선 재해취약주택은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지하 등은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를 변경해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입이 어려운 주택은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안에서도 열 수 있는 여닫이식 방범창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고시원 등 비정상거처 거주자들에게 연 1만호까지 우선 공급한다. 도심 속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신축 매입약정 물량과 전세임대도 확대한다.

공공임대를 통한 공급이 이주 수요보다 적을 것을 우려해, 비정상거처 거주자들이 민간임대로 이주할 때 전세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급여도 확대해 주거복지망을 강화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해취약주택 거주자 주거지원 종합방안을 연내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토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고시원 등 비주택에는 46만3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 주택에도 32만7000가구가 살고 있고 그중 61.4%는 서울에 있다.

전문가들 "취약계층 위한다면 공공임대주택 물량부터 늘려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해취약주택 대책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성의 없는 대책"이라며 "반지하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에서 찾아야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은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원 장관이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나 공급할지는 빠져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질적으로 혁신하고 공급을 확대하겠다고만 돼 있을뿐 공급계획은 올해 4분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청년·신혼부부 등의 주거대책으로 공공임대를 제시하면서도 얼마나 공급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은 '연평균 10만호 공공임대주택' 공급(2021년 12월 24일 SNS)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공공임대 공급량은 14만 가구인데, 윤 대통령 공약대로 간다면 공공임대 공급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될 우려가 있다. 

반지하 주택 매입 역시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아주 쉽게, 반지하 주택 매입을 이야기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소유자에게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다가구 주택 등을 매입해야 하는데 그들이 쉽게 팔겠나. 그렇다고 강제 수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또한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정부가 여전히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는데도 정작 이와 관련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이어 "물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올해 1인가구 기준 32만7000원인 취약계층 대상 주거급여라도 늘려야 한다"며 "고작 월 30만원대 급여로는 반지하나 고시원밖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주거 취약계층의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원희룡, #주거취약계층, #주거급여,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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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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