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송강호-전도연과 작품 해보고 싶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양조위 “송강호-전도연과 작품 해보고 싶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양조위 배우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양조위라고 한다. 영화 <무간도> 암표가 50만 원 상당에 팔리고 영화제 공식 기념품 양조위 굿즈는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동이 났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읽고 있으니 오래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양조위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1997년, 연예 정보 프로그램 작가였던 나는 취재를 위해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 개막작은 <차이니스 박스>였고, 다음날 그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를 인터뷰하러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로 갔다. '내 눈을 바라보는 순간, 너는 나에게 빠진다'라고 말하는 듯한 카리스마 가득한 그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풍성한 갈기와 윤기 나는 털을 가진 한 마리 수사자 같았다.

자신감 넘치는 제레미 아이언스를 보니 촬영장소로 올라오기 전 잠깐 본 눈이 선한 남자가 떠올랐다. 작고 마른 남자는 호텔 로비 기둥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는 건물 내 흡연할 수 있었던 호랑이도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뭐지, 저 꾀죄죄한 남자는?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하면서 지나쳤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사람 양조위였어!"
 
 지난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의 주연인 량차오웨이(梁朝衛, 양조위)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오프토크에 참석, 취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의 주연인 량차오웨이(梁朝衛, 양조위)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오프토크에 참석, 취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옆에 있던 PD도 느낌이 남달랐다고 했다. 우리는 촬영을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내려왔으나 그는 없었다. 아마 어디선가 인터뷰하고 있겠지. 당시 나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에 빠져서 영화 <중경삼림> 속 '중경삼림 맨션'이 진짜 있는지, 있다면 어디인지 보고 싶어 홍콩에 다녀올 정도로 좋아했다. 그 <중경삼림>의 주인공 경찰 663 양조위를 몰라보다니 한심했다.
 
나중에 <화양연화>나 <색, 계>를 보면서, 나는 왜 그때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머리를 쥐어뜯느라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나를 쳐다본 그 맑은 눈빛은…… 물론 내가 아니라 방송용 촬영기구를 들고 가는 우리 팀-내가 약속한 사람들인가 싶어-을 본 것이겠지만 말이다.
 
내 기억이 맞는지 검색해보니 이런 문구가 나온다. "지금처럼 블록버스터 영화 홍보를 위해 외국 배우가 내한하는 일이 거의 없던 제2회 영화제 때 배우 양조위(량차오웨이)와 제러미 아이언스 등이 한국에 온 것은 영화 팬들에게 하나의 '사건'이었다." (<한겨레 신문> 2015년 9월 15일 자)
 
그렇다. 그때는 우리나라 리포터가 외국 영화 배우를 인터뷰하려면 외국으로 갔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온다고 해도 일본까지만 오던 때였기 때문이다. 팝스타들도 대부분 일본공연만 했다. 나는 그 '하나의 사건'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다. 다시 내 머리를 쥐어뜯어야만 했다.
 
24년이 흐른 2021년, 나는 양조위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스크린으로.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았다. 빌런(악역)으로 나온 양조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의 순정이 어떻게 집착을 넘어 광기로 표출될 수 있는지, 아버지로서 아들을 바라보는 애정과 연민이 어떻게 구속을 넘어 파괴에 가까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감정연기는 물론 액션 연기도 화려해서 양조위가 열연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캐릭터에 거부감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대학생 딸은 그때부터 양조위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젊은 주인공 샹치가 아니라 샹치 아버지 역을 맡은 양조위에게 반하다니. 딸은 OTT로 양조위의 옛 영화를 찾아보면서 더더욱 그에게 빠졌는데, 특히 <화양연화>에서와 같이 대체 불가능한 '눈빛' 연기를 좋아했다. 게다가 배우자 유가령과 19년간의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도 한몫한 듯하다. 딸을 보니 요즘 MZ세대가 왜 양조위에게 빠지는지 알 것 같다.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에 온 양조위는 지난 7일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에서 팬 4천여 명과 만났다. 진행을 맡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40년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또다시 어린 팬들이 생기게 된 기분이 어떤가?"라고 질문했는데, 그는 "물론 기분이 좋다. 배우라면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그들에게서 응원받고 사랑받는 게 꿈일 텐데 그걸 이룰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양조위가 좋은 작품을 통해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배우로 남아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다음에 부산 국제 영화제에 양조위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때는 버선발로 달려가 반드시 만나고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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