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이태원 173-7번지 거리에 섰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이태원 173-7번지 일대.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58명이 사망(11월 15일 오후 6시 기준, 외국인 사망자 26명) 했습니다. 부상자는 196명입니다. 사상 최악의 압사 참사 앞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경찰청장-행안부 장관-국무총리-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는 무너졌습니다. 첫 대응은 안일했고, 책임자는 ‘책임’을 방기했습니다. (관련기사 : 이태원 참사 '책임자' 7인의 행적, '빼박'입니다 )

게다가 각종 실언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던 책임자들은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기 몇 시간 전 갑작스레 사과를 내놨습니다.(관련기사 : 꼿꼿했던 허리 숙여진 날, 윤석열 정부의 '입' 타임라인 )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라고 언론에 밝혀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과 국민정서를 살피지 않는 정부 당국자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우리는 다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173-7번지에 섭니다.

그 거리에 서서 이번 압사 참사의 본질에 대해 다시 묻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이 거리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 173-7번지 일대입니다.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며, 한 시민이 112에 신고 전화를 했습니다. (관련기사 : 사고 4시간 전 112 첫 신고 "'그 골목' 압사당할 것 같아요")

오후 8:53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
오후 9:00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오후 9:10
"압사당하고 있어요."
오후 10:11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112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93건 이상 있었지만, 경찰은 제때 오지 않았습니다.

3년만의 마스크 없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습니다. 10월 29일 밤 10시 해밀톤 호텔 주변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1만 8천여명이 운집했습니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 업소들은 인도에까지 부스를 설치하고, 불법점유해 폭 5미터의 도로는 더 좁아졌습니다.

가로세로 1미터, 1제곱미터에 5명이 모이면 '혼잡'하다고 느껴집니다.

10명이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당시 16명이 이상이 모였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해밀톤 호텔 비상 출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비상 출입문이 열려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거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건축법상 도로폭은 4미터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해밀톤 호텔에서 가벽을 설치하면서 도로폭은 3.2미터로 줄어들었습니다.

가벽이 없었다면 도로는 통행이 훨씬 수월했을 것입니다.

2017년에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2만 4000여 명이 모였음에도 사고가 없었습니다. 더 적은 인파가 모였어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았고, 결국 참사로 이어진 비극.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만이 미래의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희생자의 이야기, 생존자의 이야기(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기록입니다.




글 : 이주연
3D 구현 : 이종호
인체모델링 : mega3d· Loïc Norge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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