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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국토부 탈을 쓴 환경부의 금호강 삽질을 규탄한다!
 환경파괴 국토부 탈을 쓴 환경부의 금호강 삽질을 규탄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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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삽을 든 것을 (환경부가) 막지 못했다. 그러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삽을 자기가 들고 직접 삽질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경부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지는 직무유기가 아니라 사기라고 생각한다. 환경부가 국토부의 삽질을 막아내기는커녕 자기들이 삽을 든다면, 국민의 힘으로 그 권한을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15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청사 앞에서 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환경부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진보당 대구시당 황순규 위원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기자회견에 함께한 낙동강네트워크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적확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선 건, 국토환경을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환경부가 도리어 잘 보존된 국토환경을 훼손하는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 영남지역 환경사회단체들이 뿔이 난 것이다. 
 
산업화의 아픔을 극복하고 생태계가 완벽히 되살아난 금호강. 그런 금호강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산업화의 아픔을 극복하고 생태계가 완벽히 되살아난 금호강. 그런 금호강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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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에 따르면 금호강은 "대구 도심을 관통해 흐르면서 대구의 상징과 같은 하천이지만, 산업화 시절 버려진 하천"이었다. 이들은 금호강이 "산업화의 온갖 오물을 뒤집어쓴 채 죽어간 산업화의 희생양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그런 금호강이 91년 페놀사태 이후 생겨난 정부의 각성과 시민들의 높아진 환경의식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겨우 우리 앞에 섰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겨우 살아 돌아온, 대구의 자식과도 같은 금호강에 환경부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제방길(5미터)을 7미터로 넓혀 슈퍼제방을 만드는 것과 무제부 구간(산과 강이 만나는 생태적으로 아주 민감한 구간) 앞으로 교량식의 자전거도로를 내겠다"는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것이 "환경부로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반생태적 개발사업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방 안쪽은 민가가 거의 없고 일부 농경지와 기찻길, 패밀리파크, 파크골프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방 안쪽은 민가가 거의 없고 일부 농경지와 기찻길, 패밀리파크, 파크골프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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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홍수피해를 걱정해서 슈퍼제방을 쌓고자 하는 곳은 민가가 거의 없는 곳으로 주로 농지로 구성돼 있고 그 면적도 넓지 않고 물길이 들이치는 수충부가 아니어서 수해도 잘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경미한 피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하천숲을 파괴하고 283억 원의 국가예산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작 수해가 걱정이라면 차라리 그 공사비로 농지를 매입해서 홍수터로 삼는 것이 더 근본적 처방이자 미래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선진외국의 하천관리는 제방을 쌓기보다는 넓은 홍수터를 만들어줌으로써 강물도 저장하고 유속도 줄여줘 더 큰 수해를 막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로 "지금의 자전거도로 또한 강 건너 맞은편으로 잘 닦여 있고 이쪽과도 잘 연결돼 있다. 강을 건너갈 수 있는 교량까지 건설돼 있어서 지금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이용하듯이 맞은편 자전거도로를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제방을 7미터로 넓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금호강 바로 지척 대구 동구 안심지역에 살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김민조 사무처장은 말했다. 

"환경청은 제방 폭을 넓혀 자전거도로 등 편의시설을 갖추겠다고 하지만, 공사 예정구간에는 이미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다. 문제는 이 자전거도로에 자동차가 다닌다는 거다.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제방 폭이 아니라 자동차다. 금호강의 생물 다양성을 위해서 그리고 금호강을 사랑하는 우리 대구시민들을 위해서 자동차 통행을 막아주시고 제방 폭은 지금 그대로 두시길 바란다."

이들은 "이 사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것은 환경부가 '환경파괴 국토부'의 2중대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명실상부한 환경부로서 자리매김하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사건"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파주 공릉천을 비롯한 전국 도처에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 당원들과 공대위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녹색당 당원들과 공대위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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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논란이 "환경부가 국토부로부터 하천관리권을 넘겨받으면서, 아무런 준비도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전 국토부 방식 그대로 하천관리 정책을 펴"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공대위는 "환경부는 하천관리권을 넘겨받았으면 제대로 하천관리를 해야 한다. 수많은 환경단체들이 하천관리권의 환경부 이양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은 이 나라 하천 환경과 생태계를 잘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작금의 금호강과 같은 방식으로 하천관리를 할 것 같으면 하천관리권이 환경부로 이관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제대로 하천관리를 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하천관리권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가 예전 국토부가 하듯이 하천을 토건사업 위주로 관리한다면 우리는 하천관리권 반납 투쟁을 벌일 것"이라 경고하며 "지금이라도 환경부는 대오각성하고 하천 개발이 아닌 하천 보존 정책으로 확실히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낙동강네트워크와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사람들이 15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벌이는 삽질을 규탄하고 있다 .
 낙동강네트워크와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사람들이 15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벌이는 삽질을 규탄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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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살고 있었던 사람이다. 전주천이라는 유명한 생태자연하천이 생겼던 이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강을 좋아했던 이유는 강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모든 야생동물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대구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 박용성 신부의 말이다. 박 신부의 말처럼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은 삽질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일지 모른다. 그냥 자연에 맡겨두는 것 말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이 인간과 야생의 공존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이 인간과 야생의 공존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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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과 인간의 문명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지녔다 해서 호모사피엔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그 지혜마저 사라지고 더 우매할 수 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환경청은 무엇을 해야 하는 기관인지 스스로 자각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요청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의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과 금호강을 비롯 우리강을 다니면서 이 나라 하천정책의 문제점들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대구환경운동연합,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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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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