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장삐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드라마로 만든 <신병>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스타배우 대신 원작캐릭터와의 '싱크로율(두 물체의 물리적 상태가 일치하는 정도)'을 중요하게 여기며 배우를 캐스팅했다. 그 결과 최일구 상병 역의 남태우와 임다혜 이병 역의 전승훈, 오석진 소위 역의 이상진, 성윤모 이병 역의 김현규 등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원작 팬들을 열광시켰다. 

반면에 원작과의 낮은 싱크로율로 원작 팬들의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지난 2016년 방영됐던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었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두 주인공 김고은과 박해진은 물론이고 당시 신예에 불과했던 서강준과 이성경, 남주혁, 차주영 등이 대거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고은이 연기한 홍설 캐릭터는 원작과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캐스팅 당시부터 원작 팬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유명한 원작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때는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통산 95억 달러의 흥행(<신비한 동물사전> 포함)으로 역대 영화 프랜차이즈 흥행순위 3위에 올라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 특히 지난 2001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소설을 찢고 나온 영상과 캐릭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지난 2020년 개봉 20년 만에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지난 2020년 개봉 20년 만에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평생의 자랑거리 될 캐릭터 연기한 배우

19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10살이 되던 1999년 드라마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코퍼필드의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해리 포터> 실사영화 오디션에서 무려 4만 대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해리 포터 역에 낙점되면서 래드클리프의 인생이 180도 바뀌이었다. 실제로 래드클리프는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현재까지도 '해리 포터의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래드클리프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총 7편의 영화에서 해리 포터를 연기했다. 동그란 안경이 어울리던 귀여운 소년이 수염자국이 선명한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10대 시절을 해리 포터에 바친 셈이다. 물론 래드클리프가 출연한 7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77억5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로 인해 누구보다 빠른 황금기를 누린 셈이다.

2011년 <해리 포터>시리즈를 끝낸 래드클리프는 이듬 해 제작비 1500만 달러의 소규모(?) 스릴러 영화 <우먼 인 블랙>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두 편에 걸쳐 개봉한 래드클리프의 전작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제작비는 무려 2억5000만 달러였다). 래드클리프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애 딸린 중년을 연기한 호러 스릴러 장르의 <우먼 인 블랙>은 제작비의 8배가 넘는 1억28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우먼 인 블랙> 이후에도 해리 포터 이미지를 씻기 위한 래드클리프의 노력은 계속 됐다. 2013년에는 로맨틱코미디 <왓이프>에 출연했고 2016년에는 <나우 유 씨 미2>에서 악역에 도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폴 다노와 함께 출연한 <스위스 아미 맨>에서 시체를 연기하면서 스페인의 시체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래드클리프는 올해도 <나우 유 씨 미3>와 <데드풀과 울버린>에 출연할 예정이다.

혹자는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를 연기하면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해 불쌍하다고 동정하기도 한다. 외모가 출중했던 할리우드의 아역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역변하는 시기를 의미하는 '마의 16세'에 걸렸다고 분석하는 관객들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앞으로도 영원한 해리 포터로 기억될 래드클리프가 자신의 10대 시절 커리어를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도 좋은 이유다.

<해리 포터> 유니버스 입문을 위한 영화
 
 <해리 포터>의 주인공 3총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10대 시절을 이 시리즈에 바쳤다.

<해리 포터>의 주인공 3총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10대 시절을 이 시리즈에 바쳤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출간된 조앤 K. 롤링 작가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는 전 시리즈를 통틀어 5억 부 이상이 팔렸고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80개의 언어로 번역돼 출간된 전설적인 소설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판권을 사들인 워너 브러더스는 <나홀로 집에 1,2>와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가족 및 어린이 영화 연출에 능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며 원작훼손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2001년 하반기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원작자인 조앤 롤링 작가의 조언을 받아 원작의 설정을 훼손하지 않으며 제작됐다. 조앤 롤링 작가는 '콜럼버스 감독이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 같다'며 감탄했고 관객들 역시 머리 속에 그렸던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에 열광했다. 개봉 당시 9억7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2020년 재개봉하면서 '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해리 포터> 원작은 동화처럼 출발해 갈수록 진지해지는 이야기 진행이 특징이다. 따라서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역시 가족영화에 특화된 콜럼버스 감독의 특기를 살려 밝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또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4개의 기숙사, 그리고 학생 및 교수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에 입문하기에도 매우 좋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공의 스포츠 퀴디치는 원작소설은 물론이고 영화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런닝 타임과 제작기술의 한계 때문에 영화에서는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경기만 나오지만 이 한 경기를 제작하는데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퀴디치는 하늘을 나는 빗자루가 없는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스포츠지만 '해리 포터의 고향' 영국에서는 다리 사이에 빗자루를 끼고 룰을 조금 바꾼 '머글 퀴디치'를 즐기기도 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한 2001년 연말에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의 첫 번째 이야기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도 개봉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2001년과 2002년 연말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며 2년 연속 겨울시즌 흥행을 양분했다. 하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개봉이 2004년5월로 늦어지면서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사이 좋게(?) 한 발 떨어져 겨울과 초여름 극장가를 독점했다.

본의 아니게 원작을 파괴(?)했던 배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헤르미온느를 연기한 엠마 왓슨은 2017년 <미녀와 야수>로 또 다시 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헤르미온느를 연기한 엠마 왓슨은 2017년 <미녀와 야수>로 또 다시 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진주인공은 당연히 해리 포터를 연기한 대니얼 래드클리프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 최고의 아웃풋은 단연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귀엽고 총명한 모범생으로 나오는 헤르미온느는 수업시간마다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 손을 높이 든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감출 수 없었던 엠마 왓슨의 미모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원작 속 수수한 헤르미온느의 이미지를 깨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루퍼트 그린트가 연기한 <해리 포터> 시리즈 주인공 3총사 중 한 명인 론 위즐리는 위즐리 일가의 순수 마법사 혈통으로 머글세계에서 자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엄친아, 엄친딸 형제들에 가려 다소 위축된 채로 자라왔지만 호그와트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만나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다. 결국 론은 영화 후반 호그와트 역사상 최고의 체스게임을 보여주며 그리핀도르에 50점을 추가로 얻어왔다.

매튜 루이스가 맡은 네빌 롱보텀은 겁이 많고 건망증이 심한 소년으로 많은 학생들의 놀림감이 됐다. 특히 비행수업시간에는 빗자루를 컨트롤하지 못해 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네빌은 마법사의 돌을 찾으러 가는 해리 일행을 막아 세우다가 헤르미온느의 주문에 그대로 잠이 들지만 덤블도어 교수로부터 "때론 친구와 맞서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특별점수 10점을 받아 그리핀도르의 역전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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