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5 07:09최종 업데이트 23.08.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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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이 발표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별진료소의 모습. ⓒ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히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어차피 바이러스 종식은 불가능하고, 앞으로는 독감처럼 유행에 따라 번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할 것이니, 새로운 유행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독감처럼 유행할 변이를 예측해서 예방접종을 하고, 유행폭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도입과 병상 대비 등의 방역대책을 세워 '엔데믹'에 대비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가 남아 있다. 

21일 자 <네이처> 지는 "돌연변이가 많은 코로나 변이에 과학자들이 경계하는 이유(Why a highly mutated coronavirus variant has scientists on aler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미크론에 필적할 만한 코로나 변이 'BA.2.86'의 등장을 소개했다. 짧게 줄이면 이 변이는 난데없이 등장해 전문가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지 어느덧 만 4년이 되어간다. 세계가 팬데믹을 경험하는 동안 그 변이는 셀 수 없이 많았다. DNA를 복제해 번식하고 그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돌연변이가 생기는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변이의 탄생은 당연한 것이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 돌연변이가 '새로운 특징을 보이는가'였다. 전파력이 세지거나 치명률이 높아졌나가 관건이었다.

델타와 오미크론은 그런 면에서 모두에게 각인될 만한 여파를 가진 변이들이었다. 델타의 경우 전파력과 치명률이 모두 높아진 버전이었고,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전파력이 워낙 커서 전체 중증 환자 수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특히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를 주시하고 있던 전문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여러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모여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버전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라는 단어는 괜한 위화감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실상 돌연변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들의 번식 과정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고,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원래의 바이러스나 생물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미크론, 그리고 BA.2.86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공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 ⓒ CDC

 
물론 그렇더라도 돌연변이가 거듭 생기면 확률적으로 뭔가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단백질과 같이 생물학적 기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위에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결국 기능적으로 정말 다른가는 늘 지켜 볼 문제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역시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변이에 대한 보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놀라웠던 이유는 단순히 돌연변이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간 못 보던 돌연변이'가 많아서였다. 돌연변이는 일단 생기면 다음 세대로 복제가 되어 남게 된다(물론, 생존과 번식을 불리하게 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에게 생긴 돌연변이는 나에게로 복제되어 오고, 그 돌연변이에 더해 나에게 생긴 돌연변이가 내 아이에게로 복제되는 식이다. 즉, 전문가들이 "XBB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XBB의 DNA에 오미크론과 그 이후 복제된 바이러스들에게 나타났던 돌연변이가 관찰된다는 말과 같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40여 개 있는 오미크론이 나타났다는 말은, 이렇게 많은 돌연변이가 세대를 거쳐 쌓이는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동하고 있던 모니터링 시스템에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지는 동안 모니터링에 감지되지 않는 지역이 존재하거나, 에이즈 환자처럼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특수 환경에게서 바이러스가 복제를 계속했거나, 사람이 아닌 다른 종에서 전파를 거듭하며 나타난 새로운 변이가 사람에게 옮겼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 등장한 BA.2.86에 과학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지금까지 모니터링에 잡히던, '세대에서 세대로' 돌연변이가 쌓여가던 변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21일 기준 4개국에서 6개의 감염 케이스가 보고되었고 아직 이 변이가 특별히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다. '새로운 놈'이 나타났으니, '어떤 놈'인가 지켜보는 숨죽이고 있는 시간인 셈이다. 변이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지만 보건당국이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해두면 상황 통제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는 사망자와 중증환자 숫자의 감소로 이어진다. 

아직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변이에 대중이 미리 술렁거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위험한 감염병 유행이 시작될 때 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체계가 우리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코로나19 변이뿐 아니라 어디에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병원체를 즉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감염병 유행 시에 탄력적으로 병상 확보와 전문인력의 확충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런 체계가 한국에서 훌륭히 가동 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팬데믹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우리 의료진과 연구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전 세계 유행 패턴과 백신 및 신약의 확보 상황 등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감염폭을 예측했다. 또한 이에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절과 병상 확보, 백신 접종의 연령층과 시기 등을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했다. 

예산 삭감, 시스템 구축 뒷전... 정부는 '새로운 감염병' 대비하고 있나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다. ⓒ 질병관리청

 
문제는 팬데믹이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자마자 당장 감염병 관련 예산들이 삭감되기 시작한 데에 있다. 

실제로 2023년 질병관리청 예산은 2조 9470억 원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 대비 7515억 원 감액되었다. 이는 2022년 예산인 5조 8574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은 9531억 원으로, 22년 1조 4368억에 비해 33.7% 감소했다.

당장 내년 예산안도 문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내년 예산 준비하는 때인데 보건의료 부분이 사실 눈에 잘 안 보이는 예산이다"라며 "자꾸 줄이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 '이제 코로나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예산을 줄이자고 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얘기들이 들려온다"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정부 시스템, 그러니까 모든 이런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모으는 시스템, 그리고 공중보건시스템을 제대로 체계화 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한국의 사례를 보며) 보건소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고 큰 걸 알았고 그거를 따라서 외국도 지금 다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외국은) 우리를 따라 하는데, 정작 우리는 예산을 줄이고 있다?"라고 물어보니, 기 교수는 "그렇다"라고 답한다.

감염병은 새로 나타난다. 병원체는 많기도 하지만 꾸준히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로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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