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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을 계기로 정당의 당원으로 처음 가입하였고 짧은 기간이지만 선거운동을 위해 동분서주 해 보았다.  내게 주어진 첫 번째 일은 지역에서의 선대운동본부 발족식을 찾는 일이었다.  격려인사를 하면서 세 가지를 다짐했다. 

 

첫째, 창조한국당과 문국현 후보가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 정치세력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중심을 잡은 뒤에는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생 정당으로서의 선명성과 더불어 지지받을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하고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민주공화국이라는 틀 내에서 관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로의 차이를 경쟁이 아닌 적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후진적 양상이다.  권력투쟁보다 가치경쟁과 정책경쟁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상호 긴장과 정치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동일한 직업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통합을 해 낼 수 없다면 국민통합은 요원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입장에서 정치참여를 주장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밝히면서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참정권의 실현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에게 여러 가지 기본권을 보장해왔다.  그 중 하나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곧 참정권이다.  그 권리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고 정치적 영역만은 아니지만 공무를 담임할 권리도 있다.  누군가를 국민 또는 시민의 대표로 선출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을 포함하여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는 투표 당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제한되고, 돈이 없으면 선거에 출마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고착되어 있다.  대선 투표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지방선거는 50% 내외로 하락하면서 전체 유권자의 20~30%의 지지에 의해 당선되는데 그쳐 대표성이 약화되고 있다.  참정권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실질적 참여가 절실한 대목이다. 

 

둘째, 정치는 더 이상 정당의 독점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욕이 강한 별종의 사람들만이 독점하면서 권력투쟁적인 무한경쟁으로 내몰았고  배타적 독점구조를 정착시켜왔다.  국민은 선거시기에 잠깐 ‘존경받는 국민’일 뿐 선거 종료와 더불어 권력자의 시혜의 대상이 되거나 ‘무시당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 한국 정치사의 단면이다.   그리고 지지 대신에 뭔가를 보장해주는 후견주의적 정치행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계속되어온 정치개혁과 더불어 등장한 노사모 돌풍, 문함대와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진보와 보수 단체의 정치참여 활동,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상황은 진보와 보수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적 중립을 무의미 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의 과거처럼 정당에 의한 정치 독점을 지속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경선을 택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지지를 표방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민주정치를 위해 바람직하다.  보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승자에게 줄서기를 일삼는 영혼 없는 기회주의적 처신만 빼고 말이다.  정당정치와 시민운동의 경계는 있지만 불필요한 분리적 자세는 서로를 위해서도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와 세력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의 정치는 시민참여와 책임을 전제로 한다.  2005년부터 군포와 경기도에서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정치NGO의 위상을 갖는 시민단체를 결성하면서 활동해 왔다.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도 하고 대선에서는 협력관계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혈이나 간택이라는 개인적 정치진출이 아니라 표방하는 가치와 정책에 대한 명확한 선호도에 따라 조직적으로 협력과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시민환경운동세력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유럽의 녹색당, 시민운동단체들이 선거자금을 모으고 지지하는 정당과 대등하게 협력하는 미국의 정치위원회(PAC)는 참고할만한 방식이다. 

 

대다수 시민단체를 사로잡고 있는 정치적 중립론은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독립적이면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정당과의 공개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노총이 이명박후보와 정책연합을 선언한 것은 가치적 측면에서 모순되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단초이다.  선거법상의 시민단체의 정치중립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중립이나 종속이 아니라 독립적이되 공정해야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과 정치는 소통하면서 상호 발전시켜갈 수 있다. 

 

넷째, 지지할 만한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보 없는 선거는 성립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지지할만한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기권하게 된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최악과 차악 후보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초와 광역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하면서 그 중 하나는 기권하고 말았다. 

 

정치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최악과 차악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럴 때는 기권도 의사표현에 해당하는 것이며 일종의 불매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출마한 후보 중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될만한 후보가 있었기에 지지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는 정치적 중립을 강요받는 공무원같은 직업이 아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정이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정치인의 자질에서부터 정당정치 시스템과 제도 모두에 대해 불만이 크다.  당선을 위해 정당을 옮겨 다니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 정치풍토,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를 둘러싼 경쟁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분권형 정치구조이다.  중앙집권적 정치구조에서 지역 분권형 정치구조 혹은 중앙 지역 연계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대선 공약 중에서 광역정당의 허용이라는 과제를 담고 있는 정당도 출현했다.  그리고 시민참여형 정당으로의 체질변화이다. 특히 국고지원에만 의존하면서 당원의 당비로 운영되지 못하는 정당은 반신불수 상태이다. 

 

다행히도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인 조직’(정당법 2조)으로 정의되어 있다. 주권재민에 입각하여 민의를 형성하는 자발적 조직이라는 뜻이다.  시민참여형 정치, 광역정당을 허용하는 분권형 정치, 가치과 정책경쟁을 하는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릴 때 한국의 정치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며 한국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해 질 것이다. 

 

한 사람의 시민운동가로서 정치참여 활동을 계속 하고자 한다.  자유롭게 찬반을, 지지와 거부를 그리고 때로는 참여와 출마까지 할 수 있음이 내가 이 땅에서 민주시민으로 사는 권리이자 의무이고 시민운동과 정치의 소통이 서로를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태그:#시민운동,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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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에 거주하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군포시민신문, 동아시아평화를 위한 역사NGO포럼,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시민아카데미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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