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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 6대차산 중 하나인 이무 의방산 차마고도 길.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쇠락해 현재는 초라하지만 보이차 모차(초벌차) 가격이 폭등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운남 6대차산 중 하나인 이무 의방산 차마고도 길.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쇠락해 현재는 초라하지만 보이차 모차(초벌차) 가격이 폭등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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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8월 27일자에 실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보이차 90%는 '가짜'> 기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파른 속도로 애호가들이 늘고 있는 한국 보이차의 현주소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필자는 오랫동안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 살아오면서 10년 전 우연한 기회에 보이차를 알게 되었다. 이후 차가 인간의 소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일상을 보이차와 함께하는 마니아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의 기사는 우선 내용을 떠나 '일반화의 오류'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보이차의 90%가 가짜"임을 뒷받침하는 팩트(사실)가 그저 한 사람의 주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장하는 사람이 보이차와 관련된 공적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보이차 전문가거나, 보이차 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단지 중국 관광지의 가이드였다. 그리고 기사의 중요 사실로 자리매김한 가이드의 말은 사실과 너무 다르다. 먼저 문제의 기사 문장을 보자.

가이드에 의하면 윈난에서 생산되지 않은 찻잎으로 만들었거나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것, 몸에 좋지 않은 이물질을 섞은 것, 상표만 도용한 것 등 가짜 보이차가 대부분이다. 진짜 보이차는 눈 씻고 봐도 구분하기도 구하기도 힘들단다.

중국 현지 사정과 유통 과정 등을 따져 보건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보이차 90%(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단다.

가이드는 중국(정확히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보이차 대부분이 가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보이차 90%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형적인 논리적 비약이다. 마치 중국 운남에서 진짜 보이차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보이차는 진짜일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어떤 사실 하나를 확인하고서 모든 게 다 그럴 것이라고 재단하는 일반화의 오류에 다름 아니다.

맹해차창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하관차창에서 지난 2004년 생산한 남조금아타차. 하관차창의 운남타차는 지난 80년대에 프랑스, 스페인 등에 수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프랑스 약국에서는 하관차창의 운남타차를 판매했고, 파리대학 등에서는 이 차를 가지고 보이차가 성인병 등에 탁월한 약리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맹해차창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하관차창에서 지난 2004년 생산한 남조금아타차. 하관차창의 운남타차는 지난 80년대에 프랑스, 스페인 등에 수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프랑스 약국에서는 하관차창의 운남타차를 판매했고, 파리대학 등에서는 이 차를 가지고 보이차가 성인병 등에 탁월한 약리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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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보이차? 정식 수입 통관 절차 거친 보이차는 안전

기자가 가이드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중국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보이차가 한국에서도 판매되는지 여부만 가리면 되기 때문이다. 가이드 말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여행을 가면 주로 북경의 아무개 차 가게를 비롯해 각종 여행지 차 가게나 북경 공항 면세점 등에서 보이차를 산다.

필자는 최근 중국 관광지에서 보이차를 사온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이들이 사왔다는 보이차 10여 종을 직접 입수하거나 사진 등을 받아보고 네이버에서 검색어 '보이차'를 친 다음 5곳의 보이차 전문점에서 동일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단 한 군데도 중국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제품을 파는 곳은 없었다. 보이차 전문점 몇 개 업소를 더 살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보이차 전문점 티마켓 관계자는 "중국 관광지 등에서 판매하는 보이차는 거의 99%가 듣도 보도 못한 차이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이 안 돼서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오랜 시간 속에서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 보이차가 훨씬 더 저렴한데 그런 정체불명의 엉터리 차를 수입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산 보이차는 한국에 어떤 절차를 거쳐 들어오게 될까? 정식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치는 중국산 보이차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타르, 납, 잔류 농약 기준 등의 검사를 받는다. 이같이 정식 통관을 거친 보이차는 포장지에 식품위생법 제 10조에 따른 '식품표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식 수입 통관을 받은 보이차의 경우 중국 관광지 등에서 판매하는 싸구려 보이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간혹 언론을 장식하는 '가짜 보이차'나 '밀수 보이차'는 무엇일까? 대부분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고 '보따리 장사' 등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 것들이다.

그렇다면 중국 관광지에서는 왜 가짜 보이차를 판매할까. 북경 마련도 시장이나 광동성 광저우 방촌시장, 운남성 쿤밍 북부시장 등에서는 역사적 정통성이 있는 데다 널리 검증받은 브랜드 보이차가 널려 있다. 이런 보이차를 관광지에서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가격이 저렴한 데다 투명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보이차는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보이차 가격의 10~30%에도 미치지 않는다. 관광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투명한, 저렴한 브랜드 차를 파는 것은 밑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보이차 유통업을 하는 한국인 김아무개(46)씨는 "중국 관광지에서 파는 보이차는 대부분 가짜 보이차"라며 "관광객 몰이꾼 등에게 리베이트를 줘야 하는 관광지 속성상 많은 마진을 부칠 수 있는 가짜 보이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차의 대명사인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맹해차창 대익패. 맹해차창에서 생산하는 차는 곧 보이차의 교과서이자 롤모델이다. 지난해 광동 광저우에서 열린 차박람회에서 대익이 자신의 차를 홍보하고 있는 광경.
 보이차의 대명사인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맹해차창 대익패. 맹해차창에서 생산하는 차는 곧 보이차의 교과서이자 롤모델이다. 지난해 광동 광저우에서 열린 차박람회에서 대익이 자신의 차를 홍보하고 있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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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이 '진짜' 보이차일까

그렇다면 뭐가 '진짜 보이차'일까. 일반적으로 보이차라는 말은 운남에서 생산되는 보이차가 보이시(사모시에서 명칭 변경)에 모였다가 외지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유래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운남 지역과 보이차가 밀접한 관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정부는 2008년 12월 1일 보이차를 '운남 지역 대엽종 차나무 잎을 사용해서 쇄청(햇빛에 말리기)한 원료로 만든 생차와 숙차'로 정의 내렸다. 이는 현재 보이차의 일반적인 정의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이 정의에서 위배되는 차가 '가짜 보이차'다.

보이차 전문가들은 중국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보이차 대부분이 운남성 대엽종 찻잎으로 만들지 않았거나, 쇄청(보이차의 제다과정 중 한 부분으로 이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발효를 기대하기 어렵다)을 거치지 않았거나, 상표 도용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모 대학 교수가 최근 중국 관광지에서 15만 원 주고 사왔다는 보이 숙차. 생산일시도 없을뿐더러 풋내가 나서 정상적인 보이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국의 많은 가정에서 이런 '중국 관광지 보이차'를 마치 보이차의 대명사인양 즐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여행가면 무조건 보이차부터 사고 보는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국내 모 대학 교수가 최근 중국 관광지에서 15만 원 주고 사왔다는 보이 숙차. 생산일시도 없을뿐더러 풋내가 나서 정상적인 보이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국의 많은 가정에서 이런 '중국 관광지 보이차'를 마치 보이차의 대명사인양 즐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여행가면 무조건 보이차부터 사고 보는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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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모 대학 교수가 최근 중국 관광지에서 15만 원을 주고 사왔다는 보이숙차(사진)의 경우 생산된 지 1년 미만으로 추정되나 상표 어디에도 생산일자가 찍혀 있지 않은데다 제대로 제다과정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풋내가 나 진짜 보이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런 보이차는 운남 대엽종 찻잎으로 만들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약이나 중금속 포함 여부 등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15만 원이면 한국에서 마니아들이 앞다투어 사들이는 10년 이상된 노차(오래된 차) 값이니 폭리 치고는 엄청난 폭리가 아닐 수 없다.

보이차 마니아 이건행(48)씨는 "개인이나 몇몇 소규모 집단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는 보이차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보이차 전문점 등에서 판매되는 보이차는 대부분이 정상 통관을 거친 진짜 보이차"라며 "가짜냐, 진짜냐 진위여부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보이차가 무엇인지 찾아서 즐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이차 구별법 브랜드 보이차 구매하되, 습 먹은 차 경계하라
맹해차창에서 창장을 역임한 해만차창의 추병량 씨는 현재 중국의 살아있는 유일한 보이차 대사다. 그가 해만차창에서 지난 2002년 제작한 이무산야생청병은 생차가 오랜 시간 속에서 발효되면 맑으면서도 진한 감칠맛을 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맹해차창에서 창장을 역임한 해만차창의 추병량 씨는 현재 중국의 살아있는 유일한 보이차 대사다. 그가 해만차창에서 지난 2002년 제작한 이무산야생청병은 생차가 오랜 시간 속에서 발효되면 맑으면서도 진한 감칠맛을 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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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보이차가 어려울까. 관심을 갖고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마신다면 누구나 쉽게 보이차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게 마니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니아들은 무엇보다 브랜드 보이차를 구매할 것을 권유한다. 역사가 오래되고, 널리 검증받은 데다 가격이 합리적인 대형 차창의 보이차를 일단 즐긴 다음 고수차나 전문가 등이 직접 만든 차 등으로 관심을 이동해가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보이차 역사 그 자체인 브랜드 보이차는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맹해차창, 하관차창 등과 보이숙차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추병량씨의 해만차창, 충성도가 강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아이텐씨의 백차당차창, 청나라 때 황실에 보이차를 공납했던 차순호의 후손이 경영하는 차순호차창 등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이런 차창에서 생산한 3~6년 정도 된 숙차는 가격이 편당 3만~7만 원대다. 편당 보통 357그램이며 5~8그램 우릴 경우 2리터 이상 나오기 때문에 커피잔으로 한 잔에 100원꼴이다. 

정상적인 숙차는 맛이 구수하고 청아하며 뒤로 갈수록 달콤함(흔히 이를 회감(回甘)이라고 한다)이 올라온다. 반면 가짜 보이차는 이런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막 나온 숙차는 발효 때 묻어 있는 숙향숙미가 나오지만 가짜 차는 아니다. 이런 차는 조금 묵혔다가 마시면 된다.

문제는 진짜 차이지만 보관에 문제가 있거나 인위적으로 오래된 차처럼 보이기 위해 습을 과도하게 먹인 차다. 이런 불량차를 습이 많은 지하창고에서 보관되었다 해서 흔히 습창차라고 부른다. 이런 차는 습 냄새가 고약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미약하더라도 지푸라기 냄새가 난다면 습창차다.

10년 전 보이차 수입 초창기에 홍콩이나 대만 등지에서 들여온 차 대부분이 이런 습창차였다. 사실 보이차 애호가들이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은 습창차 같은 불량차다. 이런 습창차는  전문점에서 구매했을 경우 즉각 환불내지 교환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구별해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자신의 안목을 믿을 수 없다면 가까운 보이차 전문점에 문의하거나 보이차 마니아에게 자문을 구하면 된다. 보이차 구별법은 결국 관심의 문제인 것이다.

1980년대 청병인 이 보이생차는 이른바 습창차다. 습 냄새가 진동하지만 이런 차를 오래된 노차라고 좋아하면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성인병 등을 예방하기는커녕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서 습창차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아울러 10~20년 이상된 노차를 구하고자 할 때는 필히 보이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1980년대 청병인 이 보이생차는 이른바 습창차다. 습 냄새가 진동하지만 이런 차를 오래된 노차라고 좋아하면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성인병 등을 예방하기는커녕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서 습창차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아울러 10~20년 이상된 노차를 구하고자 할 때는 필히 보이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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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이차, #보이차 효능, #보이차 가격, #차, #가짜 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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