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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학입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교과부의 전국 초중고 학생생활기록부 폭력 기재 현황파악을 요청하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지시는 폭력을 폭력으로 풀려는 한심한 대책이다. 진보교육감들의 거부가 있자 교과부는 개별학교와 교사에게까지 징계까지 운운하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교사에게 협박성 지시를 내렸다. 학생생활 기록부, 아이들의 발달과정의 기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전과 기록같은 주홍글씨를 새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교과부가 지난 5월부터 학교폭력대책위원회(폭대위)가 1호부터 9호까지, 전학부터 작은 사과문까지 어떠한 조치를 받았다면 생활 기록부에 남기고 5년간 보존하도록 일선학교에 훈령으로 지시를 했다.

지금 학교는 폭대위가 수시로 열리고있다. 위중한 폭력사태도 있지만 작은 말다툼까지도 폭대위를 열어 해결을 종용하고 있다. 가해 학생들의 학부모 중에는 합의금을 들고 피해학부모들을 찾아다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학교가 아무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하지만 이건 교육을 부정한 처사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5년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주홍글씨를 보고 지나칠 수 있을지, 그나마도 생활고에 짖눌린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이조차도 방치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생활기록부에 학교 폭력 발생 여부를 기재한 이후 학교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하는 교과부는 폭력을 더욱 강한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인 폭력 기록 중간 삭제도 사실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근본적으로 용인한 것이다. 학생생활기록부를 아이들의 전과기록부로 남길 것인가.

아이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세상에 태어나 작은 발걸음으로 유치원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까지 실수를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징계가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초중고생들은 IMF의 혹독함을 겪은 아이들이다. 부모가 실직하거나 파산하고 이혼하고, 한부모 가정과 조손부모 그도 모자라 방치된 아이들까지 사회의 혼란을 온몸으로 견뎌낸 세대들이 바로 지금 시대의 아이들이다.

경쟁을 뚫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온갖 시험으로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몰은 사회가 지는 책임이 고작 아이들에게 주홍글씨나 새기는 전과 기록부라니...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과부가 검찰과 경찰이 할 일들을 서슴없이 학교 현장에 끌고들어와 대책이라고 만족하는 모양새다. 교육을 포기한 교과부의 어이없는 대책에 분노한다.

덧붙이는 글 | 윤명화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상임위원회 위원, 인권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교과부, #생활기록부, #폭력전과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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