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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학교심리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 단 26명만의 전문상담교사를 임용할 계획임을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사전 예고제를 통해 공고된 각 시·도별 전문상담교사의 선발 인원은 서울 1명, 인천 2명, 경기 5명, 광주 1명, 충남 2명, 제주 1명, 충북 2명, 전북 2명, 전남 5명, 경남 2명, 경북 1명, 세종 2명, 대전 1명으로 전국 평균 1.5명, 총 26명에 그쳤다. 특히 대구, 부산, 울산 등 광역 행정 구역에서는 아예 선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4200명 전문상담교사 뽑겠다더니...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현실에서 학생상담의 필요성은 오래전서부터 이야기돼왔다. 언론에서는 학생 자살 및 집단 따돌림, 성폭행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 수치도 매우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과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수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 실제 지난 4월 3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광주지역의 고교생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학생이었지만 해당 학교에 상담교사나 상담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시내 학교 중 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321개 학교 중 57명(약 17%)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2월 교육부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으로 2020년까지 전문상담교사를 4200명까지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의 수는 고작 1889명으로 전체학교의 13.9% 수준에 그쳤다. 당초의 계획대로 4200명 충원을 목표로 한다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500명 이상의 전문상담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올해 고작 26명의 인원만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교육부에서 제시한 '1학교 1인 전문상담교사' 목표에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왜 그런 걸까.

"전직교사 아니면 기간제교사로"... 제 기능할 수 있을까

울산지역 담당 장학사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 울산지역에 전문상담교사 선발공고가 한 자리도 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퇴직교사가 한 명 있지만, 한 명 결원에 대해서는 전직교사로 충원할 예정"이라면서 "또한 만약 전직교사가 없다면 그 자리는 기간제 교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수 부족 등 이유로 전문상담교사를 두기에는 부담이 있다"라고 답했다.

즉 그나마 남아있는 자리도 심리나 상담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문가인 전직교사가 메우거나 비정규직인 기간제 전문상담사를 채용해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담교육의 문제는 결국 예산 부족 문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처럼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체인력은 학생의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상담자의 경우 각 학교의 관리자에 의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채용되지만 심리나 상담을 제대로 전공하지 않은 사회복지사나 타 교과 교원자격증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해 전문 상담교사로서의 자격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크다. 또한 전직교사 역시 상담을 전공하지 않은 타 교과의 교사로서 단기간의 연수를 통해서도 자격취득이 가능해 과연 얼마나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상담이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내담자)이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상담자)과의 대면관계에서 생활과제를 해결하고 사고·행동·감정 측면의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학습과정이다. 즉 상담 및 심리학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상담은 그저 우리가 평소에 아무나 할 수 있는 '대화'일 뿐이다.

학교현장 및 교육 전반에 대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고 학교 내 상담전문가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증원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복지와 안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전예고제가 아닌 10월 24일 본 공고에서 전문상담교사의 증원을 촉구하는 바이다.


태그:#전문상담교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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