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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반빈곤연대활동 기자회견
 2018반빈곤연대활동 기자회견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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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불빛이 밤거리를 밝히는 서울 거리 곳곳은 풍요롭고 마냥 행복해 보인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면 빈곤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빈곤은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며, 아직도 언제든지 우리의 삶에 침투할 수 있게끔 곁을 지키고 있다. 한국의 GDP 수치가 세계 11위, 수출 흑자가 50억 달러가 넘어가는 시대이지만 한국의 상대적 빈곤률(중위소득에서 50% 이하를 버는 빈곤층 인구)은 여전히 전체인구의 15%를 웃돌며, 2017년에는 OECD 국가 중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빈곤률을 보인다. 왜 빠른 경제 성장에도 빈곤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걸까?

나에게 2018 반빈곤 연대활동은 도시 속 숨겨진 빈곤문제들을 만나고 그 원인을 알아보는 자리였다. 서울 각 지역에서 빈곤문제를 가지고 투쟁하는 이들과 각 지역에서 온 빈곤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들과 만나 도시 정책들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도시와 함께 상생하는 방안 등을 간담회를 통해 듣고 같이 투쟁하기도 하였다. 3박 4일 동안 현장에서 함께 듣고 외친 쟁점들,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말해 보려 한다.

우리가 만난 이들1. 노점상/임차상인

도봉구청은 창동 2번 출구 노점 상인들에게 도시미관사업의 일환으로 노점특화거리를 제안하며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노점상인들은 제안을 받아들여 철거를 마쳤으나 구청 측은 지방선거를 이유로 거리조성을 8개월 동안 미뤄 왔다. 한편, 노점인들의 재정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형 노점, 탈세, 외제차 퇴근 등 잘못된 루머를 양산해 노점상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며 재정착을 반대하고 있었다. 선거이후 재정착을 약속했던 도청측은 계속되는 반대집회를 이유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생계를 이어나갈 수단을 잃게 된 창동 노점상인들은 재정착을 하지 못하고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식당 노동자로 나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비단 창동 노점상의 일만은 아니다. 서울 곳곳의 노점들은 2007년 시행된 '노점특별관리대책'에 의해 소수의 인원만을 남기고 모두 폭력적인 단속 과정을 거쳐 결국 강제 철거 되었다. 도시미화라는 명목으로 길 위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을 쫒아낸 것이다.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노점상투쟁주체들과 연대하며 쓴 피켓.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노점상투쟁주체들과 연대하며 쓴 피켓.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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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상가를 임대해 장사를 하는 임차상인들의 상황은 좀 나을까? 우리가 만난 현 궁중족발 사장님은 서촌상권이 발달되기 전 터를 잡고 2009년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서촌이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할 무렵 2016년 1월 현 건물주가 투기를 목적으로 궁중족발의 건물을 구입하였다. 현 건물주는 사전협의 없이 기존 월세의 4배 인상을 요구했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계약갱신권(계약 갱신시 임대인이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게 보장하는 권리)은 5년 이하의 임차상인만 적용되기 때문에 궁중족발은 이런 부당한 요구에도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명도 소송 끝에 궁중족발측은 패소했고, 이에 사장은 소송에 불복하고 궁중족발을 점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행된 폭력적인 집행과정 또한 문제가 되었다. 건물주는 사장에게 비인격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사설 용역을 고용하여 무력집행을 시도했다. 경찰 등 공권력의 적극적인 방조로 이러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되고 있다.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있는 법이 도리어 길거리로 상인을 내모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물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와 그를 임차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과의 권력 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투기 목적 부동산 보유 비율이 높은 한국은 그런 경향이 더욱 크다. 그러나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보다 임대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피켓작성중인 학생들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피켓작성중인 학생들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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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이들2. 철거민

재개발, 재건축 등의 도시정비사업은 노후 되고 낡은 건물을 새로 올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데 목표가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동의 단계가 있는 공공사업인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사업 절차가 간단하고 민간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주민 동의 과정이 매우 형식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재건축 사업 전반에서 실제 그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세입자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12년도에 재건축 인가가 난 광진구 자양1구역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광진구청은 그곳에서 쫓겨날 사람들을 위해 임대 주택이나, 다른 지역에서 정착할 만큼의 보상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또 폭력적인 철거 집행 과정이 문제가 되었다. 자양 1구역의 재건축 사업을 맡은 L건설 측은 빠른 철거를 위해 사설 용역을 고용했다. 이들은 CCTV를 이용해 사찰을 시도했고 CCTV를 건물 쪽이 아닌 거리 쪽으로 돌려놓거나 플랜카드로 가려놓으면 바로 와서 플랜카드를 잘라내 버리기도 하였다. 또 비인격적인 모욕을 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은 보상을 요구할 법적권리가 전무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다. 분명히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의의가 있는 재개발, 재건축이 오히려 그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정책이 되었다. 도시 정비 사업은 세입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임대주택,이사 비용 등 선대책을 마련하고 철거 전 정비 사업이 효용이 있는지 실제 살고 있는 주민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야한다.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철거지역동지들과 연대하는 모습.
 2018반빈곤연대활동에서 철거지역동지들과 연대하는 모습.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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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이들3. 홈리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 주, 즉 온전한 삶을 이루는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길거리, 쪽방촌,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홈리스 들이다. 그들은 가정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해 거리를 집으로 삼아 살아간다. 이들은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고 위생적인 환경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 장애인 홈리스들은 성폭력이나 명의 도용 등 범죄에 더욱 취약해 온전한 생존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홈리스 행동에서는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을 위해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거나 그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알려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홈리스들의 제대로 된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제도 밖에 있는 그들을 위해 제대로 된 주거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 혹한기나 혹서기에 방한, 방서 대책을 강구하거나 시설 입소등과 같은 당장 생존을 위한 대책 외에도 사회로 다시 돌아오도록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게 돕는 좀 더 장기적이고 질적인 복지계획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난 이들4. 노동자

신영 프레시젼은 LG의 제 1차 하청업체로 스마트폰 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하거나 사출하는 업체이다. 최근 LG의 스마트폰 사업 영업부진, 핸드폰 소재 트랜드 변화(플라스틱→메탈)로 인해 영업 이익은 감소하였고 적자가 계속 되고 있다. 회사는 대대적인 비정규직 구조조정을 실시하였고 금속노조 신영프레시젼분회는 이에 맞서 사내집회 등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비단 신영 프레시젼의 일뿐만 아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면서 비교적 단순한 업무인 제조업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대체될 수 있다는 교용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고용불안은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저임금 상태를 지속시킨다. 현 정부는 노동권리의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인상을 공약으로 내기도 했고, 실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재계와 보수언론, 야당 등은 이러한 임금인상이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결국 노동자의 제도적 권리 보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한국사회는 왜 빈곤해지고 있을까?

한국은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용불안이 심해지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소득 불안정도 심해져 갔다.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부재했다. 저임금상태에서 일하거나, 퇴직금과 대출을 합쳐 자영업자가 되거나, 그조차 못되는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도시낙후지역에서 살림을 차리고, 노점상이 되고, 홈리스가 되었다. 그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 되면서 도시는 그들을 흡수할 괜찮은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였고 또 노동자가 정당히 일할 권리는 경시되었다. 가난이 소수의 불운이나 게으름으로 더 이상 여겨질 순 없다. 꾸준히 돈을 벌더라도 누구나 빈곤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무도 빈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사회가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아직도 곱지 않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보조만 받으려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거나 이들의 표면적인 모습만 보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자들로 여기는 편견어린 시선이 아직 만연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빈곤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여야 하는 제도들은 이 사회 구조적인 모순으로 양산되는 빈민을 차별과 시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제도들은 개인의 삶을 돕기보단 대사화시키고 서열화시키는 방식으로 밖에 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타자의 시선을 거두고 힘없는 약자의 권리침해와 대상화가 너무나도 자유로운 이 구조를 반대해야만 한다. 또 약자임에도 거대한 사회와 싸움을 이어나가는 이들에게 연대하여야 한다.


태그:#빈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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