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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나르는 솔개처럼' 노래로 유명해진 솔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1969년까지만 해도 서울 종각과 창덕궁 나무 위에 260∼270마리씩 모여 잠을 잤다는 기록이 있다.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국내에서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등재되어 보호하는 종이다. 솔개미, 소리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는 최근 일부 도서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 철새로 극히 소수만 월동하는 종이 되었다. 국내 월동하는 개체군 대부분은 낙동강 하구 일원에서 대부분 월동하고 타 지역에서 극히 드물게 한 두 개체가 확인되는 것이 전부인 종이다.

1960~70년대 쥐약 살포와 서식지 훼손이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로 추정된다. 창덕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솔개는 특정 지역 이외에서 확인하기는 불가능한 종이 된 것이다. 필자도 1996년 낙동강에서 본 이후 한 번도 확인하지 못했다.

솔개의 경우 쥐, 물고기, 새 등을 사냥하기도 하고, 썩은 고기와 죽은 물고기를 먹는다. 도심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이런 습성 때문에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종이다. 다양하게 먹는 덕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야생조류 중 하나지만, 국내에만 상황이 다른 것이다.
 
쿠시로 습지 위를 비행하는 솔개
 쿠시로 습지 위를 비행하는 솔개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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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렇게 귀한 솔개를 북해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4월 26일 북해도를 찾았는데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었다. 너무 놀라운 모습에 그저 넋을 잃어버리곤 했다. 흔했던 과거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만난 것 같았다.

마을 주변을 선회하면서 병아리를 채가는 일이 많아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종이기도 했다. 때문에 '솔개미 떴다. 병아리 감춰라'는 노래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가까웠던 솔개를 필자는 일본에 가서야 카메라에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구에 드물게 찾아갔지만 솔개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솔개를 볼 수 있는 낙동강 하구는 솔개의 최후의 보루이다. 다른 지역 다 사라진 솔개가 낙동강 하구에만 서식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몇 년 전 거제도와 부산에서 번식하는 솔개가 국립생태원에 의해서 발견됐다. 사시사철 머무는 솔개를 북해도처럼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가. 솔개 집단이 성공적으로 번식해 대한민국에서 다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북해도처럼.
 
비행중인 솔개의 모습
 비행중인 솔개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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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솔개, #북해도, #멸종위기야생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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