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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보내온 카톡의 일부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보내온 카톡의 일부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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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승의 날을 맞아 사랑하는 몇몇 제자들로부터 반가운 카톡을 받았다. 특히 4년 전에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의 감사함을 전하는 글을 읽으면서 은퇴 후의 적적한 마음을 위로받는 것 같아서 그때가 그립고 고맙다.

고교 재학 시절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사해하는 제자들의 마음이 훈훈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교직에서 퇴직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가끔 전해 오는 제자들의 소식을 접하다 보면 현직에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제자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아울러 지나간 33년 동안의 이런저런 나의 교직 생활도 되돌아보며 이따금 상념에 잠기곤 한다.

제자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교직 생활

4년 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월, 나는 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 직전 2년 동안은 학생안전부에 근무하면서 담임을 맡지 않았기에, 새롭고 설레는 기분으로 우리 반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더군다나 그전에는 주로 3학년 담임을 하거나 간혹 1학년 담임을 맡았고, 2학년 담임을 한 지는 20년도 넘었었다. 오랜 교직 생활 막바지에 모처럼 2학년 담임을 맡아서 새로운 활기와 의욕이 생겼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코로나가 덮치는 바람에 새 학년 시작부터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우리 반 아이들 명단을 훑어본 주위의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올해 담임하시기에 좀 힘들겠다'며 은근히 걱정스러워했다.

그만큼 담임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선생님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던 나의 기분도 한풀 꺾였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1학년 때 가르친 적이 없어 그들의 성향을 잘 알지는 못했다.
 
4년 전에 우리 반 학생이 담임인 필자와 학급 학생들 전체의 특징을 살려 미술 시간에 완성한 작품이다.
 4년 전에 우리 반 학생이 담임인 필자와 학급 학생들 전체의 특징을 살려 미술 시간에 완성한 작품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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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학급 모임과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때 화상으로 맞이한 우리 반 아이들의 첫인상은 대부분 순수하고 착해 보였다.

온라인 수업이나 학급 모임에 들락날락하며 적응 못 하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그 학생들을 보니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염려하는지 금방 알게 되었다. 온라인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반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향과 분위기도 파악됐다. 격주로 등교하면서 아이들과 빠르게 가까워졌고 격의 없이 소통했다.

대면과 비대면 수업이 번갈아 이루어져 아이들 지도의 연속성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우리 반 분위기는 좋았다. 담임의 의도에 따라 반장과 부반장을 비롯한 몇몇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학급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예외적인 친구가 몇 명 있었으나 학급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담임까지 춤추게 하고 신바람 나게 했다. 우리 반뿐만 아니라 내가 교과를 담당하는 다른 학년이나 학급 아이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니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다시 젊은 교사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나는 화기애애한 학급 분위기 덕분에 담임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는 몇 학생의 지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과 대면, 비대면 가리지 않고 수시로 상담하며 어떻게든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온 힘을 쏟았다.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금이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점점 나아지기를 바랐다.

기대를 저버릴 때는 질책하고 다독이기를 반복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출석률이 낮고 수업 참여도는 좀 떨어졌으나 다른 친구들과는 사이가 좋아지고 잘 어울려서 3학년 진급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해에 나는 주변 선생님들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반은 물론 수업을 들어가는 다른 학년이나 학급 아이들과도 즐겁고 행복한 1년을 보냈다.

이런저런 일 겪어도 교직 생활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지난 교직 생활 30여 년을 돌이켜 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 못지않게 잘못하거나 아쉽고 불만스러웠던 일들도 있었다. 교직 생활 초반에는 교육 경험 부족과 젊은 혈기 탓에 제자들에게 지나친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은 없었나 되짚게 된다. 제자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지만, 교육 방법의 측면에서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많았다.

예전에는 일정 부분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의 문화나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해 보지만,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편 불과 몇 년 전, 교직 생활 말년에는 어느 학생의 생활 지도 문제로 학생, 학부모와의 갈등 속에 몇 개월 동안 마음고생을 하며 교육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적도 있었다.
 
스승의날에 제자들이 보내온 카톡에 필자가 답장으로 보낸 글이다.
 스승의날에 제자들이 보내온 카톡에 필자가 답장으로 보낸 글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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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교직 생활을 하며 이런저런 상황을 겪었지만, 교직에 몸담은 것을 후회하거나 아이들의 교육 자체에 회의를 느끼지는 않는다. 이제 교직을 벗어나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락해 오는 제자들이 있고, 교육에 대한 나의 관심도 식지 않고 있다. 나의 지도를 받은 많은 제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그들의 역할을 다하며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손길을 거쳐간 제자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이다. 언제 어디서나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격려할 것이다. 제자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

태그:#스승의날카톡, #교직생활, #사랑하는제자, #좋은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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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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