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신설 사업 관련 문제점을 짚는 기사를 총 5편 보도합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 사례를 주로 살피겠으나, 부산 고리원전 경북 한울원전 사례도 다룹니다. [편집자말]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사진보기


전남 영광 한빛원전 지상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설계 작업이 2025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물밑 추진 중인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폐로(폐쇄) 결정된 고리 1호기가 있는 부산 고리원전 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이 설계 중인 사실은 알려진 바 있으나, 전체 원전이 가동 중인 경수로 원전 부지를 대상으로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과 무관하게 '물밑 추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21대 국회에서 막판 제정이 논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와 무관하게 '최소 5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구조의 저장시설 건설을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약 2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종합설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식(乾式·drying system) 저장시설은 말 그대로 습식저장시설에 대비되는 시설이다.

지난해 12월 설계용역을 공고해 업체를 선정했다. 계약 후 20개월 이내 설계 완료, 계약 후 50개월 이내 인허가 완료, 계약 후 80개월 이내 건식저장시설 준공이 목표다. 이에 따라 설계용역 완료는 2025년 8월 말, 인허가 완료는 2028년, 건식저장시설 준공은 2030년으로 목표를 잡고 사업이 추진되는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설계 작업이 정상 추진 중인 게 맞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
  
사용전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을 가리키는 말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강한 열과 방사성물질을 10만 년 가까이 방출하므로 인류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사용전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을 가리키는 말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강한 열과 방사성물질을 10만 년 가까이 방출하므로 인류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련사진보기

 
건식저장시설 건설 부지는 한빛원전 5, 6호기 뒤편으로 정해졌다. 전체 사업 부지 면적은 국제규격 축구장 면적의 4배 이상 수준인 3만3000㎡(약 1만평). 건축물 크기는 1만7550㎡(약 5300평)으로 파악됐다.

저장시설 건축물 형식은 철근콘크리트. 인체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사용후핵연료를 특수저장된 용기에 담아 저장소 내부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시설은 해발 10m 이상 지역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한빛원전은 영광 앞바다와 인접한 곳에 있는데, 침수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과 저장소 운영 시기는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 (원전 부지 밖) 중간저장시설 운영전까지 한빛원전 운영에 필요한 최소 저장용량이라고만 언급돼 있다.

그러나 중간저장시설을 언제, 어디에 건설할지를 놓고 정부와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십 년 논쟁을 벌여왔던 터라 '임시' 건식저장지설이 '영구' 처분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년 말 설계 완료, '50년 이상 장기운영' 가능성 명시...영구 처분장?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첨부한 시방서 내용. 건식저장시설이 50년 이상 장기 운영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첨부한 시방서 내용. 건식저장시설이 50년 이상 장기 운영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관련사진보기

 
해당 용역 시방서에 '건식저장시설은 50년 이상의 장기운영에도 그 성능이 유지되고 구조물의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된 점에서 한수원 역시 최소 2080년 이후 운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용국씨는 "원전 사업자 측이 지역사회와 단 한마디 상의 없이 원전 부지에 추가 핵시설 건설을 본격화한 것으로, 현재 한수원이 강행 중인 노후원전 수명연장 문제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치명적 위험성' 내포, 추가 핵시설 설계 착수도 일방통행" 

김 전 집행위원장은 "원전 사업자가 수백억 원을 투입해 은밀하게 설계에 나섰다는 것은 지역사회 반대에도 강행하겠다는 것 아니냐. 설계 등 건설 작업이 공론화된 문제도 아니고, 한수원의 사전 약속과도 다르다"며 "시설 건설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원자핵공학 박사)은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처리 문제는 원전 사업자(한수원)와 지역사회 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책임의 문제"라며 "사업자와 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갖고 전면에 나서 건식저장시설 건립 등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처리 문제를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 사례. 중수로형 원전인 경북 경주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국내 원전부지 내 지상 건식저장시설은 현재 없다. 또한 원전 부지 밖 중간 처분장(영구처분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저장)은 물론 영구처분장 또한 극심한 갈등 속에 역대 어느 정부도 입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 사례. 중수로형 원전인 경북 경주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국내 원전부지 내 지상 건식저장시설은 현재 없다. 또한 원전 부지 밖 중간 처분장(영구처분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저장)은 물론 영구처분장 또한 극심한 갈등 속에 역대 어느 정부도 입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련사진보기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 2022 원자력발전백서

관련사진보기


한빛원전 지상부에 건식저장시설 신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 중인 발전소 소내 습식저장시설(물탱크·수조) 저장공간 포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한수원은 밝히고 있다. 한수원 자체 분석에 의하면 한빛원전 '임시' 저장수조 포화 시기는 오는 2030년으로 예상됐다.

한수원이 한빛원전 지상부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을 위한 별도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사실은 지난해 4월 처음 알려졌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6일 이사회를 열고 5999억5000만 원을 들여 한빛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 신규 시설 투자를 의결했다.

한수원 사장, 1년 전엔 "구체화되면 지역과 소통할 것"

한수원이 이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건식저장시설 설계 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 등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지난해 말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설계 발주한 후 현재까지 한수원의 별도 설명이나 소통은 없었다고 영광 등 지역사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관련기사]
[기획②] 한수원, 임시시설이라며 50년 이상 장기 운영 설계 고려?... 용도, 운영 기간, 위험성은 https://omn.kr/28r0f
[기획③] 내달 3개 원전 핵폐기물 저장시설 '지반조사' 착수할 듯...한빛·고리·한울원전 일괄 조사업체, 7개월 안에 마치는 일정... 졸속 추진도 문제 https://omn.kr/28r1b

태그:#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핵폐기물, #설계착수, #전남영광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