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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나루 사당의 모습
ⓒ 임재만
29일, 안개가 자욱이 드리운 공주 금강변의 곰나루를 찾았다. 공주는 옛 백제의 도읍이었던 곳으로 산성공원, 백제무령왕릉, 곰나루 등의 역사 유적지가 많이 있다.

공주의 옛 이름은 웅진이다. 웅진은 곰나루란 뜻이다. 공주에서 금강 변으로 나있는 백제 큰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 정도 달려가면 강변 쪽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작은 동산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곰나루다. 곰나루로 향하는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 보면 멋진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 곰나루에서 바라다 본 금강의 모습
ⓒ 임재만
특히 이곳은 공주의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MT를 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송림 속의 벤치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시름이 씻은 듯 가슴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곰나루의 하얀 백사장으로 내려가면 두루미, 까치, 까마귀가 강물 위를 날며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곰나루에 서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 금강이 유유히 흐르며 운치있는 풍경을 그려낸다.
ⓒ 임재만
곰나루 소나무 숲 앞으로 푸른 금강이 휘돌아 흐르는데 제법 운치가 있다. 시원한 강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는 곰나루는 맑은 바람이 가득하며 소나무 향이 그윽한 여름 휴식지의 별천지 같다. 곰나루 강변에 서서 강 건너에 우뚝 솟은 산을 가만히 바라보니, 옛이야기가 강바람을 타고 가만히 들려온다. 곰나루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이렇다.

▲ 곰나루 사당 안에 있는 곰의 모습과 웅신단비
ⓒ 임재만
곰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어슬렁어슬렁 강나루로 내려 왔다. 목이 말라 물을 조금 마시자 배가 고팠다. 곰은 꼼짝 않고 물 속을 노려봤다. 물고기가 한 마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재빠른 동작으로 곰은 앞발을 들어 물고기를 탁 쳤다.

싱싱한 물고기를 먹으니 배가 불렀다. 곰은 느긋한 기분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정해 보였다. 갑자기 곰은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속에 어울리고 싶었다.

그날 이후부터 곰은 산에 올라가서 자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곰이 다가가면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강가를 어슬렁거리던 곰은 금강 어귀까지 내려왔다.

한 어부가 혼자서 그물질을 하고 있었다. 곰은 어부를 뒤에서 덮쳐 자기가 사는 동굴로 끌고 갔다. 기절한 어부를 정성껏 간호한 곰은 어부가 깨어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좋아요. 저와 함께 살아주세요."

어부는 무섭고 놀라서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안 됩니다. 가족들이 저를 기다릴 겁니다. 제발 보내 주십시오."

그러나 곰은 어부를 절대로 돌려 보내주지 않았다. 나갈 때면 커다란 바위로 입구를 막고 나가 어부를 도망칠 수 없게 해놓았다. 밖에 나가 돌아올 때면 산 속 깊은 곳에 열려 있는 산열매와 벌꿀, 싱싱한 생선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어부에게 먹게 했다. 어부는 곰의 정성에 감동하여 점점 정이 들었다.

▲ 소나무 사이로 곰이 살았던 여미산이 보인다.
ⓒ 임재만
어느덧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둘 사이에서 새끼 곰이 두 마리 태어났다. 곰은 이제는 어부가 도망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동굴 입구를 막지 않고 나다녔다. 어부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바깥 세상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멀리 강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부는 그동안 그리웠던 고향집과 부모님이 생각났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곰이 보이지 않았다. 어부는 살금살금 동굴을 빠져나와 강나루에 있는 빈 배에 올라탔다.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곰은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것을 마련해 가지고 오다가 어부가 배를 타고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곰은 동굴로 재빨리 돌아가 새끼 곰을 안고 강나루로 왔다.

"가지 마세요. 돌아오세요."

곰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어부는 정신없이 노를 저어 앞으로 갈 뿐이었다. 곰은 너무 허탈했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동안 그토록 정성을 기울여 보살폈는데, 그리고 새끼까지 낳고 사는데 도망을 가다니….'

곰은 새끼 곰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 이후부터 그곳에는 풍랑이 쉬지 않고 일어 사람들과 배를 집어삼켰다. 마을 사람들은 인간에게 배신당한 곰의 원한이 서려 그런 것이니 곰의 넋을 달래기 위한 사당을 지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당이 세워지고 난 후에야 물결이 가라앉았고 그 때부터 이곳을 곰나루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곳 곰나루는 고어로 고마 나루라고 하는데, 매년 7월과 8월 사이에 고마 나루 축제를 연다. 곰과 인간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의 공연예술 축제로, 국악, 연극, 관현악, 사물놀이, 시민 어울림 마당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이어지는 여름밤 축제이다.

▲ 넓게 심어진 코스모스의 모습이 곰나루의 가을을 기다리게 한다.
ⓒ 임재만
▲ 길에서 바라다본 곰나루의 아름다운 모습 뒤로 여미산이 보인다.
ⓒ 임재만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충남교향악단을 비롯하여 공주의 자랑인 연정 국악원의 국악 한마당, 우리지역 음악인들로 구성된 윈드 앙상블 등 수준 높은 공연은 물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펼쳐져 한여름 밤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 곰나루 주변에 설치된 야외 극장
ⓒ 임재만
또한 이곳에는 야외 수영장과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새롭게 지어져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더욱이 돗자리를 들고 송림 속에 편안히 누워 시원한 강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애틋한 곰나루의 옛 전설에 빠져보는 즐거움도 크다.

태그:#충남 공주시, #곰나루, #전설, #곰,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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