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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의료원이 파업을 벌여온 서울 세브란스 신촌병원 노조원들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 공고문을 31일 게시했다. 노조 측은 출입금지조치는 사실상 직장폐쇄를 뜻한다며 농성장을 옮겨 투쟁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안정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31일 연세의료원 파업이 22일째에 접어들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지난 10일 노동부의 직권중재 보류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파업이 시작된 연세의료원은 그간 교섭을 계속해 왔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 과정까지 거쳤으나 교섭은 파업 직후와 마찬가지로 제자리 걸음이다.

신촌, 영동, 용인 세브란스 병원, 광주 정신건강병원 등 의료원 4개 사업장에는 필수 업무에 최소인력만 배치돼 중증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당연한 단협사안 vs 인사경영권 개입 = 핵심 쟁점은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간호등급제 상향조정 등으로 노사 양측은 지금까지도 이들 사안을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노조는 이들 안건이 당연한 단체협약 사안으로 미리 논의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인사경영권에 대한 개입이라며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기 전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로 교체함에 따라 병원 업무를 어느 정도 익힌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떠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사측이 병원 확장에 투입된 비용을 비정규직 확대로 회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또 간호1등급제 도입으로 간호사 1인이 맡는 환자의 수를 줄임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이도 경영권 간섭으로 규정해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병실에서 1~2인실을 줄이고 5인실 이상 다인실을 늘려 병원의 입원료 수입을 낮추고 환자 복지를 증진하자는 '다인병실 확대안'도 노사간 쟁점이다.

◇ 중증 환자들 '발 동동' = 파업이 20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 연세의료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증 환자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만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의료원 집계에 따르면 파업 후 지금까지 위암·간암·갑상선 암·폐암·부인암·뇌종양·비뇨기 암·소아암 등 중증 암으로 이미 2~3개월 전에 각종 검사를 마치고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는 500명에 가깝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한 뇌 기저부암 및 두경부 암을 앓고 있는 환자, 수술 및 홀미움 또는 색전술과 같은 특수 치료가 필요한 간암 환자 등 20여명은 파업 종료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과 관련된 외과계 16개 병동의 간호사들이 70% 가량 업무 장소를 이탈해 최근까지 8개 병동이 문을 닫는 등 병동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암과 뇌수술의 필수검사인 단층촬영과 자기공명검사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수술 후 상태를 추적하지 못하고 있으며 진단검사의학과는 임상병리사 대다수가 빠져나가 입원ㆍ수술 환자 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자존심 싸움 '점입가경' = 의료원 파업이 경영계와 노동계의 자존심을 건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사태는 더욱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연세의료원장이 사립대병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연세의료원 파업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측이 다수 병원 사용자들을 대표해 '총대'를 멘 것은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영계를 대변해온 컨설턴트들이 사측을 지원하면서 '여기서 사용자가 밀리면 다른 곳들도 연쇄적으로 밀린다'는 식의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계-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의식은 결국 자존심 싸움이고 사태의 해결을 점점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의 대결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파업이 몇 달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뿐만 아니라 사태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파업 중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성실하게 대화를 하지 않고 병원 불편사항을 부풀리는 등 일반인들에 대한 거짓 선전을 계속하면 의사들의 진료 실적과 수입 등 부조리를 폭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연세의료원 고용현황 = 의료원 산하에는 신촌·영동·용인 세브란스 병원, 광주 정신건강병원 등 크게 4개 사업장이 있으며 전체 인원은 7400여명(비정규직 880여명)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직원 5400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4600여명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직접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가 450명으로 간호사 업무를 제외한 업무 전반을 맡고 있고 파견직은 240여명으로 간호조무·간호보조·비서 업무를 보고 있으며 특수고용직인 외래간호사가 10명 안팎이다.

용역 노동자는 모두 200여명으로 식당·청소·안내·운전·주차·경비 등을 맡고 있다.

정규직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월 잔업 16시간) 일하고 33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잔업이 없는 같은 조건에 월 225만원(정규직 대비 68%), 용역ㆍ파견직은 비정규직과 같은 조건에 90만원 내외를 받고 있다.

의료원은 약사와 간호사를 제외하고 임상병리사·방사선사·영양사·사회사업사·의무기록사·물리치료사·치과기공사·사무원·전산원·사서·식당 근무자 등 병원과 관련한 모든 직종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태그:#연세의료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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