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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만원을 갖고 여행을 떠나려 하면 막상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들이 많다. 밥 사먹고 입장료 내고 교통비 충당하려면 기본적으로 십 만원 가까이 깨져야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 국내 여행의 현실이다.

 

<본전 쏘옥 뽑는 여행책>은 저렴하면서도 볼거리 많은 여행지를 3만원, 5만원, 7만원 이런 식의 순서로 나열한다. 독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에서 입맛에 맞게 여행지를 고를 수 있다. 책의 맨 첫 장인 삼만 원대 여행지를 펼쳐 보니 독특하게 ‘육군사관학교’를 소개한다.

 

육군사관학교로 여행간다?

 

주말에 제한적으로 개방한다는 육군사관학교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다. 70만 평 넓이의 엄청난 부지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기에도 좋으며 관광 가이드가 있어서 다양한 군사 물품과 박물관을 둘러본다는 장점이 있다. 어른 입장료가 2000원이고 육사 내 구내식당에서 3000원 내외의 밥도 사먹을 수 있으니 하루 나들이에는 괜찮은 장소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여행 중에도 삼만 원대 나들이 코스가 있다.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유명한 시도와 신도는 동인천 역에서 좌석 버스를 타고 삼목 선착장에 도착, 여기서 배를 타면 10분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배는 매 한 시간에 한 대씩 있고 신도와 시도는 다리가 연결되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모세의 기적, 해할 현상이 일어나는 목섬도 4호선 오이도 역에서 좌석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대부도 거쳐 선재대교를 지나자마자 하차하면 선재도인데 여기에서 목섬을 향해 바다 산책길이 생긴다. 모래 길을 따라 바닷길을 걷다 보면 고둥을 만나기도 하고 파도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들은 ‘국내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많구나.’, ‘수도권 가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좋은 여행지도 많네.’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이렇게 많다니, 주말에 괜히 차량 정체에 시달리지 말고 간단한 차림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 장은 십만 원대의 여행 코스다. 스파 빌리지를 비롯하여 온갖 펜션에 대한 소개들, 요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 등 각양각색의 좋은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요트는 바다의 귀족 스포츠라고 하여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데 여수와 통영 등에서 직접 체험하는 코스가 있다.

 

여러 체험 코스들 중에 직접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경기도 화성의 어섬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비행기 탑승 체험이다. 단독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실기 20시간과 이론 30시간을 이수한 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여러 까다로운 점이 많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낯선 체험이기에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단독 비행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조종사 바로 옆에 앉아 하늘을 날아 보는 체험 비행도 있다.

 

간단한 트레킹 코스도 여러 곳 소개하고 있는데, 가평의 ‘연인산’은 철쭉으로 유명하다. 이 산은 일반인에게 공모해서 이름을 정한 독특한 케이스다. 백둔 계곡, 백둔리 자연 학교, 연인산 등반 코스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가평은 이외에도 다양한 계곡과 작은 산들을 품고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쉽다.

 

지역축제에서 신명나게 놀아보자!

 

여행을 다니면서 입장료도 받지 않는 좋은 곳이 있으면 굉장히 기쁘다. 어른 둘에 아이 하나 데리고 가면 입장료 만 원 정도는 거뜬히 드는데 원당의 종마 목장은 입장료도 없는 좋은 나들이 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드넓은 초원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가족들이 한차례 신명나게 먹고 노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각 지방의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괜찮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남도 음식 문화 큰잔치는 소문난 전라도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음식 잔치다. 평소에 자주 맛볼 수 없는 전라도 큰상 차림을 한 상에 받아 볼 수 있는 음식점들도 가까이 있고 축제 자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눈과 입이 즐겁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날씨도 활동하기에 적합하고 요즘처럼 여행이 구미에 당기는 계절도 없을 것이다. 힘들게 가을 단풍 본다고 교통 정체 대열에 합류하지 말고 여행 책에서 소개하는 대중교통 이용 나들이 코스를 가보는 건 어떨까?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즐길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름대로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했는데도 여행 서적을 읽다 보면 내가 안 가본 곳이 참 많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이렇게 많다니,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가족 나들이를 한번 떠나야겠다. 가까이 있는 곳이더라도 거기서 산과 나무와 바위를 보며 아이는 충분히 즐거워하리라.

덧붙이는 글 | 류동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26일 / 9800원


본전 쏘~옥 뽑는 여행책

류동규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태그:#여행, #본전,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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