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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거의 매일 같이 '건강'과 관련한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라도 그때는 동쪽으로 가라고 말했다면, 이때는 서쪽으로 가라고 하니 결국은 시청자가 알아서 새겨들으라는 말입니다.


'건강 뉴스'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병증이 있을 수 있다. 방치하면 매우 위험하다. 빨리 검진받아야 한다. 그리고 치료는 수술해야 한다. 예방은 운동하고 피로를 줄이고 하는 등의 막연한 섭생이야기나 혹은 어떤 음식재료나 기호품이 좋다는 상당히 지엽적인 근거를 내세우면서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그러나 그런 뉴스 가운데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뉴스의 바탕에는 상업적인 노림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료의 적용확대를 꾀하거나, 특정 질환에 대한 진료 수요를 확대시키려고 하거나, 수입농산물이나 기호식품의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이익집단의 조직적인 그러나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논리를 전개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오랫동안 계몽적인 정보의 일방적인 전달에 순치된 탓인지, 혹은 자신이 바라는 것만 혹하여 골라서 믿는 기질 탓인지는 몰라도 대중매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는 각종 정보나 광고에 매우 약한 것 같습니다. 즉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논리적인 해석보다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검진한 전문의는 뭐라고 말합니까?"


얼마 전에 자궁근종을 치료해준 40대 부인이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치료 당시에는 하혈과 하복부 통증으로 근종을 확인하고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받았었는데, 남편이 고집하여 한방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증상도 없어졌고 근종 자체도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비용상의 문제로 더 이상 치료를 중단하였는데, 한 일 년이 지나자 다시 오신 것입니다.


최근에 검진해보니 근종의 크기가 치료를 중단한 이후부터 조금 커져 4센티 정도가 되었는데, 이웃 아줌마들이 자꾸 자궁을 떼어 버리라고 아우성이어서 다시 상담하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답하기를 전에도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교과서에도 자궁근종의 경우 수술을 하려면 7, 8센티는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검진한 전문의는 뭐라고 말합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다음과 같이 겁먹은 표정으로 호소하였습니다.


"모 대학병원에서는 그래도 자궁을 떼어내는 것이 깔끔하고 좋다고 하고 근처의 큰 산부인과에서는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하고, 동네 단골 산부인과에서는 10센티까지는 기다려 보아야 하니 그냥 가지고 계시라고 해요. 그리고 전에 자궁을 떼어낸 아줌마는 나보고 못 떼지 말라고 하는데 아직 자궁을 떼지 않은 아줌마들이 맨날 암 걸리면 어떻게 할 거냐 그까짓 것 왜 달고 당기냐고 뭐라 그래서 스트레스받아 죽겠다."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정작 그분은 심각한 심리상태에 있어 보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께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웃음이 나오든지 혹은 제가 과장하여 말하고 있다고 의심하실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자궁을 떼는 것이 대세인데 내가 대세에 저항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가를 물어보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물론 그분의 불안은 의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위의 분위기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이었는데, 사실 이런 불안은 가라앉히기가 의학적인 것보다도 더욱 힘든 일입니다. 결국 다시 근종에 관한 처방을 해주었습니다만 이런 경우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란 것입니다.


이 사례는 위에서 말한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정보의 편재가 심해져서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명한 선택을 방해받았던 예입니다. 여기서 편재란 한쪽 정보만 있고 다른 쪽은 없다는 양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과학적으로 보이는 수사와 여론조성에 의한 질적인 편재를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판단이 한층 정교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저는 의학과 관련된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마도 모든 분야에 적용되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요즘은 소비자들의 판단이 한층 정교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예컨대 아무리 성형수술을 잘 받았어도 얼굴의 근육이나 구조물은 미세한 변화를 계속합니다. 그래서 한 부분을 잘라내면 온 얼굴의 구조물이 없어진 부분의 기능이나 공간을 메우기 위하여 다시 조금씩 변합니다. 이 생리적 이치가 또다시 성형을 하게 합니다. 이렇게 몸 속의 변화는 작아 보여도 한 시각도 쉬지 않습니다.


즉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생리에 어긋나는 변화일수록 서서히 생기는 것이고 서서히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생기는 이치가 있다면 없어지는 이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건만 조성되면 생기는 기간보다 없어지는 기간이 빠른 것은 몸은 항상 정상적인 생리로 돌아가려는 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고가 아닌 만성적인 병증이 생겼을 때는 우선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만성병증도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살아왔으므로 지금 병증을 앓았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아직은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건강검진을 통하여 만성적인 병증이 발견하였다면 일단 관련되는 정보를 구해 보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만성 병증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수술이 한시가 급하여 수술을 성공리에 끝마쳤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그 병이 나아서 생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술이 한시가 급할 정도면 수술 자체가 주는 병리적인 부담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성병증 수술을 권유받았을 때 반드시 알아봐야 할 사항 다섯 가지


만성병증으로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반드시 다음 사항은 알아보아야 합니다.


첫째, 의료기관 선택에 관한 것입니다. 종합병원과 양의원은 아마도 빠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의원도 반드시 두 곳 이상을 방문하여 양방과 다른 관점에서 보는 병증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합니다. 양의사의 설명과 한의사의 설명을 들어서 만성병증에 대한 그 두 학문의 공통된 점이 무엇이고 서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아 이번에는 그 다른 점을 서로 바꾸어서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병증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하게 그려질 것이고 나름대로 수술 여부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둘째, 이미 치료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수술 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혹은 한방치료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선 단순히 의료적인 장단점뿐만 아니라 생활과 관련한 종합적인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양방이건 한방이건 병에 대한 이치를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수술을 하면 낫는다든가 혹은 남들이 모르는 비방이 있어서 이 약만 먹으면 낫는다고 말하는 의료인들은 무조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병 치료가 전문이 아니고 광고가 전문인 의료인들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니 이에 대한 설명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넷째, 수술은 병의 1차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증상을 없애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의 원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경우, 같은 병증이 장소를 달리하여 재발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병증이 없어지면 병의 원인도 없어졌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수술 후의 조리와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방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손발이 찰 경우 왜 손발이 찬지에 대한 병리를 구하지 않고 무조건 손발만 따뜻하게 하면 나중에 오장이 상하게 됩니다. 즉 생활에서의 섭생과 예방에 대한 개선할 점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병증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병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는 말은 그만큼 내 몸에서 병에 대해서 저항해왔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병을 탓하기 전에 그동안 내 몸이 수고해 왔던 점을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몸에서 그 병을 이겨내기 위하여 무엇을 해왔는지를 알아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칼을 대지 않더라도 스스로 병을 낫게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덧붙이는 글 | 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www.harabiclinic.com) 에도 동시에 올립니다.


태그:#수술, #만성병, #자궁근종, #건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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