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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언론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의 <시선집중>에 대한 법적대응 및 이를 핑계로 ‘TV토론을 거부’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구시대적인 작태임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반성하기는커녕 한나라당은 또 다시 기자회견과 항의방문을 통해 MBC를 겁박했다.

 

한나라당이 시비 거는 것은 ‘<PD수첩> 등 수십 건의 보도 및 제작프로그램’이란다. 한나라당은 어제(28일) 기자회견을 열어 “MBC는 범죄 피의자인 김경준 측의 주장을 여과 없이 사실인양 보도하고 있다”며 이들 방송을 “이명박 후보를 음해하는 일방적인 편파보도”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또 오늘(29일)은 오후 3시 소속의원 7명이 MBC를 항의 방문하여 최문순 사장을 만나 <PD수첩>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으며, 내일(30일)은 당 지도부 차원의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방호 한나라당 선대본부장은 BBK 보도를 한 MBC는 ‘정동영 방송’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해당 프로그램은 ‘범죄행위’라는 말도 안 되는 비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또 박형준 대변인은 “(언론이) 확인되지 않는 검찰 발 기사를 마구잡이로 쓰는 것에 대해 엄격한 법적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PD수첩>을 문제 삼아 29일 방송 예정이던 <100분 토론>을 또 다시 불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MBC를 협박하면서 내놓은 칼은 ‘항의집회, TV토론 거부, 방송사는 물론 해당기자에게까지 민형사상 소송, 시청 거부운동’에서부터 “집권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민영화 하겠다”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과연 국민들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이다.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만 믿고 국민은 곧 한나라당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긴 이방호 선대위원장이 BBK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민란(民亂)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까지 말했으니 한나라당의 자아도취는 이미 ‘따라올 자가 없는’ 수준이긴 하다.

 

우리는 더 이상 현재의 방송에 대해서 ‘기계적 균형’을 지키라는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방송사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한나라당의 목소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한나라당이 선거방송에서 지켜야 할 것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줄로 알고 있는 것 같아 몇 가지만 설명하겠다.


방송위원회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는 “방송은 선거방송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과장·부각 또는 축소·은폐하는 등으로 왜곡하여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KBS ‘선거방송 준칙’에서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을 자의적인 판단기준으로 확대하거나 축소 또는 은폐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자질, 선거자금, 과거 정치업적, 부정행위 등을 검증 보도할 경우 최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며 확인하기 힘든 사실을 불가피하게 보도해야 할 경우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반론기회를 보장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특정 정당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을 축소·은폐하지 않는” <PD수첩>에게 시비 거는 것도, “후보자의 부정행위 등을 검증 보도할 경우 최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확인하기 힘든 사실을 불가피하게 보도해야 할 경우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반론기회를 보장한” <시선집중>에게 협박하는 것도 사실은 매우 부끄러운 짓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에게 충고한다. 원망하려면 불리한 후보를 내놓은 스스로를 원망하고, 대책을 세우려면 그런 후보에 대한 대책을 세워라. 엉뚱하게 방송을 겁박해봤자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몰지각한 정당이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구시대적 정당이라는 부메랑만 돌아올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단체는 ‘기계적 균형’의 함정에 빠져 눈치 보기만 하던 지상파 방송 중에서, 그나마 공영방송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MBC를 높이 평가한다. MBC가 진정 무서워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국민이며 유권자임을 잊지 말기 바라며, 한나라당의 시답지 않은 협박에 의연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한편 다른 방송사에게 촉구한다. BBK가 대선판도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금까지도 국민들은 여전히 BBK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뉴스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루고 있으며, 시사프로그램은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SBS는 한건도 없었고, KBS <시사 투나잇> 10건, <취재파일 4321>과 <미디어포커스>에서 각각 1건, 그리고 MBC <PD수첩>뿐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방송사는 선거보도의 기본은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임을 잊지 말고 방송에 임하기 바란다.


태그:#한나라당, #MBC, #PD수첩, #시선집중, #언론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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