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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희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그는 지난 27일 한국외대 법대 101호에서 열린 7기 평화아카데미 3강에서 문화측면에서 북에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신은희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그는 지난 27일 한국외대 법대 101호에서 열린 7기 평화아카데미 3강에서 문화측면에서 북에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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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교관련 통계사이트인 어드히런츠닷컴(adherents.com)이 북의 <주체사상>을 세계 10대 종교에 속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이트가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한 배경은 스피리티즘(spiritism)이라는 영성차원에 있다. 어드히런츠닷컴은 "사회학 관점에서 <주체>는 분명 종교이며 많은 면에서 구 소련시대 공산주의나 중국의 마오이즘보다 훨씬 더 종교적"이라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교포로 종교철학을 전공하고 북을 수차례 방문하여 김일성 종합대학 등에서 강연(주체신학 등)도 한 바 있는 신은희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는 여기에서 나아가 <주체사상>이 <주체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인간중심 민족종교>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은희 교수는 지난 27일 저녁, 한국외대 법학관 1층 101호에서 열린 7기 평화통일아카데미 3강(평화연대 주최)에서 주체사상을 '종교'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로 "주체사상은 종교의 3대 구성요소인 신념 또는 교리, 사제와 정기 제례를 실행"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신은희 교수는 특히 '종교(Religion)'라는 용어가 19세기 후반까지 동양 문화권에서는 없었으며, 종교와 문화를 구분하는 것은 서양 잣대임을 강조했다.

서양문화는 기독교가 단일문화로서 표본문화 기능을 하며 발전해 온 사회로 종교라는 용어를 기독교와 타문화를 구분하기 위한 차별 개념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주체사상, 정치이념에서 민족국가종교로

신은희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신은희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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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대교는 고대 히브리인의 민족 신앙형태가 종교화된 것이고, 기독교는 유대교의 소규모 종파"라며 "유대교 이단종파였던 기독교는 당시 억압받는 민중을 위한 새로운 정치혁명을 시도한 예수라는 인물과 동료들에서 시작한 정치 종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종교인 천도교·증산도 등을 거론, "외세와 부정부패에 항거하는 저항영성으로, 또한 고유한 문화전통을 지키기 위한 민족주의 발현으로서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특정한 역사 상황 속에서 일종의 정치혁명으로 출발했던 이들 민족종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양식과 제례를 갖추어 하나의 민족종교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주체사상의 종교화 과정을 이해한다면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상호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 강조했다. 

주체사상은 "정치 이념으로 출발하여 종교화 과정을 거쳐 고유문화로 남아 일종의 민족 국가종교로 유지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신앙의 표현과 대상이 다를 뿐

그는 또 "많은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 인민들은 '민족의 구원자'인 수령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며 "예수가 절대 신앙대상이 되는 것이 정상문화고 북이 지도자를 의지하면 비정상 문화라는 것은 남쪽논리이지 북쪽논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주체가 종교성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북 인민들이 주체사상을 수동으로 따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 지주역할을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그는 "주체사상 종교화 과정을 볼 때 기독교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이 모두 발견된다"며 "다만 신앙의 표현과 대상이 다를 뿐"이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절대 종교성의 취약점은 권력 승계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에서 유행처럼 일어나는 대형 기업교회 세습제와 북의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수령세습제는 절대 권력에 기초한 근본주의 종교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는 평화통일시민연대 회원과 학생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에는 평화통일시민연대 회원과 학생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 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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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세습'... "인민을 위한 독재", "아래에서부터 추대"

신 교수는 "북 사람들에게 '독재 아닌가?'물으면 '우리도 독재인 것 안다'고 말한다"며  "북에서는 인민정권이 인민대중의 이익을 침해하는 세력과 요소에 '독재'를 실시하는 것은 인권유린이 아니라 철저한 인권옹호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북이 '독재'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독재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 권력은 인민에게 부여받은 것으로서 국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독재는 필연이며 철저히 인민을 위한 권력 재분배라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추대문화'에 대해서도 "지도자나 수령 선출이 추대개념으로 이루어져 외부에서 볼 때 '세습'이 되고 '독재'가 되는 것"이라며 "역사 과정에서 김정일의 세습이 전격으로 단행된 것은 아니"라 지적했다.

그는 "북은 어릴 때부터 각종 동맹·조직생활을 하고 대표를 뽑을 때는 '총화'시스템으로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계속 한다"며 "이러한 내부의사결정구조를 거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추대'이고, 이것을 외부에서는 '세습'이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0년이 넘는 사회주의식 독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검증할 것인가, 그리고 다양한 정보에 노출된 뒤에도 그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앞으로 과제"라며 "새로운 통일문화는 일단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우리가 북의 '주체'를 허락하고 안할 자격이 없으며, 북에 '주체영성'이 자리 잡아도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이라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은희, #평화통일시민연대, #평화통일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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