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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원로 27명이 9일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며 비상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원로들은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전 정권을 탓하고, 방송과 언론을 탓하고, 배후를 논하기 훨씬 이전에, 경찰력으로 군화발로 물대포로 탄압하기 이전에, 극우단체들을 동원하기 휠씬 이전에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배후론' 운운하는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에 당당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쇠고기 재협상"을 천명했다.

 

비난 여론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부 목회자들의 발언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원로들은 "기독교인들이 더욱 비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진정으로 돕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위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르게 하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인 이명남 목사는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으로 주권을 포기하고 잘못된 협상을 하였기에 협상은 분명하게 철회돼야 하고 이제 잘못을 시인하고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는 "쇠고기 졸속 협상은 10년, 공교육의 시장화는 1백년, 대운하 말실 계획은 1천년 이상 한민족에게 재앙을 가져올 무서운 일"이라며 "한 기독교인으로서 목사이자 신학자로서 보수 기독교에서 내노라하는 큰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대운하를 찬성한다고 하고, 좌파와 사탄세력이라고 운운하는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합동측 증경총회장인 한명수 목사는 "과거 3선 개헌과 유신을 거쳐 5공·6공의 군사정권 때의 소위 기독교 원로들이 권력에 아부하는 발언과 행동 작태는 부끄러웠던 기독교의 지난 자화상이었다"며 "뉴라이트와 기독교사회책임 등 일부 지도자들과 일부원로들의 신권력적 처신과 오용성 발언은 사회 지탄을 받아 마땅하며, 구시대적 색깔론이나 숭미주의나 반북이라는 시대착오와 처신의 잘못된 자리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한국기독교장로회도 보수단체의 '맞불시위'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하여 온 국민이 갖는 우려에 공감하며 전 세대, 전 계층, 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당연한 저항운동이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일 촛불문화제에 대항하여 뉴라이트전국연합,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 단체들이 소위 '법질서 수호 및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촉구 국민대회'와 '구국기도회'라는 맞불집회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러한 집회를 일부 기독교계 인사들이 주도하는 것에 대하여 개탄하며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자랑스러운 한국교회의 역사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다수 국민의 염원에 대적하는 경솔한 행동을 자제해 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 대한 기독교원로 비상시국선언문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1. 오랫동안 기독교에 몸담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온 나라에 펼쳐지기를 기도해 온 우리들은, 어린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이루어 온 국민의 마음속에 진실과 정의의 외침으로 커져 가는 것을 한편으로 자랑스럽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 가운데 지켜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상황이 평화롭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깊은 침묵의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더 이상 침묵으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 지금 국민들의 외침은 단순히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 되었는데, 정말로 많은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그 기대의 반작용은 허탈과 분노로 남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화려한 수사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까?

 

오늘 국민의 눈에는 섬김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역사가 가야 할 더 성숙한 민주화의 희망이, 더 깊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 사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오만과 독선, 허위와 기만의 논리만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3. 왜 입니까? 국민들이 어리석고 모자라기 때문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이 국민들이 정부가 100일 동안 나랏일을 보는 그 동안에 갑자기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단 말입니까? 이명박 정부는 어리석은 국민을 만드는 정부였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정부 또한 이 국민의 어리석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4. 우리 눈에는 지난 백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무슨 일로 국민의 가슴속에 멍을 들게 했는지 너무 쉽게 보입니다. 어떤 이들을 장관으로, 비서진으로 기용했습니까? 국가적 환경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방식은 무엇이었습니까? 굶주리는 북녘동포들에게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는 우격다짐은 최소한의 민족적 자긍심,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에 의심을 갖게 하지 않았습니까? 북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였던 미국조차 식량을 지원하는 데 동족인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 민족을 이렇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임기제 공직자들에게 무슨 일을 벌였습니까? 공직이 선거의 전리품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교육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무엇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정책은 또 무엇이었습니까? 방송 장악을 해서 다시 국민을 우롱하겠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겠습니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까? 해외 변수만을 탓 할 있습니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했습니까?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보았습니까? 말을 줄입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아주 큰 병에 걸린 증거일 것입니다.

 

5.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민이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져야 할 마땅한 자세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전 정권을 탓하고, 방송과 언론을 탓하고, 촛불시위의 배후세력과 좌파세력 선동을 운운하기 전에, 경찰의 군화 발과 물대포로 탄압하기 이전에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6. 이제 이렇게 다 저질러 논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취임 초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리입니다. 마음을 크게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바입니다.

 

쇠고기 재협상을 천명합시다. 일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에 당당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총체적인 국정 쇄신도, 대운하 건설계획 취소도,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안는 정책도 지금 서둘러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적당한 정략적 발상으로 오늘의 난국은 결코 돌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일부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크게 꾸짖고자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계의 장로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기독교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더욱 비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진정으로 돕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위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길을 막는 것이며, 교회를 죽이는 일이 될 뿐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바른 판단과 성숙한 기도가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8. 우리는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금 정부와 교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진실에 기초해서 평화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내놓고 정부와 국민이 토론하고 대화함으로써, 더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루어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성실하게 맡은 자리에서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 정부와 교회 모두가 국민에게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함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국민과 함께 할 때만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6월 9일    기독교(개신교) 원로선언 참가자

 

금영균, 김경재, 김상근, 김성수, 김소영, 김재열, 김지길, 김용복, 김창락, 김형태,

문대골, 문장식, 박경서, 박덕신, 박영모, 박철수, 박형규, 서광선, 오충일, 유경재,

윤문자, 이규상, 이만열, 이명남, 이해동, 이해학, 이현주, 이형기, 조화순, 최완택,

한명수, 홍근수, 홍창의 (33명)

첨부파일
DSC_0348.JPG

태그:#비상시국, #원로 , #기독교 , #쇠고기 ,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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