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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직장폐쇄, 땀 흘려 일한 대가는 '욕설과 협박'

 

8월이면 신라정밀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5년을 꽉 채운다는 최기환(32)씨는 지난 3월 설립한 전국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의 초대 지회장을 맡고 있다.

 

2일 만난 최기환 지회장에 따르면 신라정밀은 국내·외 유명 대기업에 선회베어링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 기업으로, 3~4년 전 5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가 220여 명으로 증원되고 2007년에는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만큼 급격히 성장해 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연일 계속되는 연장근무와 휴일특근을 마다하지 않고 땀 흘려 일해 온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의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할 때마다 당장 손에 들어오는 이익은 없었지만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노동강도에 휴일특근이라도 쉬겠다고 하면 각 공정별 책임을 맡고 있는 임원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급여나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을 당했고, 그것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이런 근무환경이 계속되자 동료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노조의 필요성이 확산됐고, 노조 설립 초기 모든 직원들이 가입했었지만 급여인상과 진급을 내세운 회사측의 회유와 압박에 몇몇 조합원이 탈퇴하고 현재는 약 85%의 직원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생산능력 고려안한 물량수주, 임원들 내세워 현장 외면

 

현재 국내엔 신라정밀과 같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강원도에 하나 더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당연히 주문량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수주에 아파도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공정 책임자인 반·직장들은 오히려 회사에 연장근무를 서약까지 해버렸고 통근버스와 식사시간도 연장근무에 맞게 조절됐다. 회사 역시 직원들에게 연장근무와 특근을 강요하는 반·직장들의 행태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회사 입장은 강경합니다. 이사님과 얘기했는데 '회사가 망하든 노조가 와해되든 둘 중에 하나다. 서로 윈-윈 하는 일은 없을 거다'라고 하시더군요."

 

최기환 지회장은 '모든 교섭권을 위임했다'며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대표이사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대표이사가 회사의 상황을 보고받는 통로는, 직원들에게는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고 회사에는 차질 없는 연장근무와 특근, 노조와해를 약속한 임원들이기 때문에 현장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언젠가는 겪어야할 일, 누군가 바꿔야 한다"

 

현재 신라정밀에는 직장폐쇄로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천막을 쳐놓고 있다. 회사는 천막에 전기를 끊고 화장실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마실 물도 밖에서 사다 마신다.

 

회사는 수습사원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직장폐쇄를 당해 공장가동률이 60%에 불과하다. 양쪽 모두에게 힘든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기환 지회장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이해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왔는지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들은 그들의 가장이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최 지회장도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잠시 결혼준비를 미뤄둔 상태다.

 

"지금까지 계속돼온 감당할 수 없는 연장근무와 특근으로는 회사가 발전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주문량을 맞춰오긴 했겠지만 이제 좀 더 생산적인 방법을 찾고, 노동자들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가 바라는 대로 노조가 와해된다고 해도 이런 근무조건에서는 똑같은 불만이 또다시 터져 나올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과 아산에 발행하는 주간지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라정밀, #최기환,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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