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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국가 출범 이후 국가 구성 3요소는 영토․주권․국민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외웠던 국가 구성 3요소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위협받고 있다. 그냥 하는 말장난이 아니다. 외교․안보․내치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반증해준다.

 

촛불민심을 발화시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과정에서 검역 주권을 포기 했다. 전임 정부가 훼손했다는 한-미 동맹을 ‘복원’하는 논리 중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을 선택했지만 거센 촛불 반발로 오히려 한-미 관계는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안에서는 “동맹을 위해 국민을 버렸다”는 비난이, 미국에게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답방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받아 되레 무시를 당했다. 국민건강권과 검역 주권과 한-미동맹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얻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 가장 강력한 독립투쟁을 기념하는 3·1절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를 향한 이명박 정권의 대일본 정책이라 할지라도 3·1절 기념사는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비판과 책임, 사과를 촉구는 당연한 일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그들이 자행했던 토지수탈 · 군대위안부 · 강제진용 따위는 한민족에게 자행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 인권을 훼손한 범죄행위이므로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4월20일 일본 후쿠다 수상과 정상회담에서는 “과거 마음 상한 일 가지고 미래를 살 수는 없다”며 “일본에 대해 만날 사과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가주권을 침탈한 세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미래지향만 외쳤다. 주권 개념과 민족 자주성 개념이 전혀 없는 발상이 나은 결과는 엄청났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침탈행위에 대한 용서를 빌기보다는 불과 석 달 만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교과서해설서에 기재하게 된다. 과거 아니라 미래로 가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주권 침탈 책임을 묻지 않은 결과 영토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

 

한-미 동맹을 위하여 사활을 걸었지만 미국에게서 날아온 소식은 가히 충격 그 자체다. 미국 연방정부 내 지명표기의 표준을 정하는 지명위원회(BGN)가 한국령으로 분류해온 독도의 영토주권을 '주권 미지정'(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지난 25일 변경해, 독도를 사실상 영토분쟁지역으로 구분했다.

 

미국은 영토분쟁에서는 당사국이 해결할 문제로 취급하면서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미 지명위원회 조치는 독도를 자국 영토로 삼기 위한 일본 정부에게 유리한 결정임은 분명하다.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 외교정책이 넉 달만에 엄청난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7월 11일 금강산에서 국민이 피격당하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이 희생당했는데 전임 정부들이 북한과 너무 잘 지낸 결과라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책임 전가를 시키고 있다.

 

2008년 국민생명권을 보호할 의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다. 자국 국민이 법적으로 적국 군인에게 희생을 당했는데도 아무런 조처 하나 취하지 못하는 책임은 피할 길이 없다.

 

영토 · 주권 · 국민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은 책임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에서 해결할 문제와 외교를 통하야 해결할 문제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었다.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이명박 정권 외교 ․ 안보 정책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망신사건’이다. 외교 ․ 안보 정책은 전임 정부와 단절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 · 안보 기본 원칙은 변화지 않아야 한다. 국내 정책은 정권 성격에 따라 전임 정권과 차별할 수 있지만 외교 · 안보 기본 원칙은 급변시키면 안 되는 이유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번 무너지 국가간 신뢰는 회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15년을 끌어 온 북한 핵문제가 해결 방향을 잡았고, 종착점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한반도는 이제 냉전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외교 안보라인은 냉전적 관점의 퇴행적 외교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북한정책을 '비핵개방3000’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처음부터 철저히 무시했다. 북한이 무시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이 미워서가 아니다. '비핵'은 외교 안보 전문가라면 남한이 주도하여 해결할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북미회담과 6자회담을 통하여 해결될 수밖에 없다. '개방'도 북한이 할 일이지 남한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준비와 계획 없는 외교 정책을 펴고 있으니 일이 터지면 변명과 책임 전가에 바쁘다. 심각한 문제다.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외교 정책을 보면 이명박 정권 외교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해도 거의 붕괴 직전임을 알 수 있다.

 

국가 외교 정책에서 대통령 의중과 결제 없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얼마나 되는가? 대통령 의중과 결제 없이 실무라인이 아무렇게나 외교정책을 결정하거나,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모르고 있었다면 그 나라 외교안보시스템은 붕괴되었음을 의미하다.

 

붕괴를 벗어나는 일은 외교 · 안보 정책 라인을 교체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임정부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과 냉전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면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라인 교체와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

 

 

 

 

 

 

 


태그:#이명박 정권, #안보, #외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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