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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되어 한 달여가 넘도록 구속 수감되어 있는 '촛불시민'의 석방을 위해 대전시민들이 탄원운동에 나섰다.

 

대전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노사모 회원 등은 지난 6월 29일, 경찰에 의해 체포·수감되어 현재까지 구속되어 있는 김장락(47)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소속 최현오 변호사와 노사모 회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26일 밤 10시경 자신의 직업인 퀵서비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만났다.

 

이 시민들은 '조선일보 폐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조선일보>가 위치한 '코리아나 호텔' 앞에 쓰레기를 쌓아 놓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평소 '안티조선' 운동을 열심히 해 왔던 김씨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뒤,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김씨도 폐지나 쓰레기 등을 모아 호텔 현관 회전문에 쌓아놓았고, 호텔 건물 앞에 있던 화분 5개를 뒤집어 거기에 심어져 있던 길이 30~40cm 가량의 인조나무도 호텔 현관 회전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집회를 마친 김씨는 다음날인 27일 새벽 0시 20분경 귀가를 위해 10분 쯤 걸어서 자신의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사복을 입은 경찰 4명에 의해 연행됐다. 김씨를 강제로 승합차에 태운 경찰이 김씨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자 김씨는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저 잡혀갑니다"라고 소리를 쳤고, 김씨의 연행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몰려와 김씨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이 때 경찰 4명 중 3명은 사라졌고, 남은 1명이 자신의 신분을 경찰이라고 밝혔다는 것. 이후 김씨는 시민들의 인도에 따라 서울광장 내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 천막에 들어가 30여분 더 대기하다가 대책회의 관계자의 요청으로 현장에 도착한 민변 소속 변호사의 상담을 받은 후 집으로 귀가했다. 이렇게 귀가 했던 김씨는 29일 경찰에 의해 다시 체포되어 구속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 및 도주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11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쓰레기를 건물에 쏟아 붓고, '조중동 OUT'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건물 회전문과 조명등에 부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시간 후 귀가하던 중 건물손괴 혐의 등으로 경찰관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날 잡아간다'고 소리쳐 시위대를 모은 뒤 도주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김씨는 현재까지 한 달이 넘도록 구속되어 있으며,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함께 활동했던 대전시민들, 김씨 탄원운동 나서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김씨와 함께 활동을 해왔던 대전지역 시민들이 김씨의 구명운동에 나섰다. 김씨의 본적은 대전으로 서울로 상경한 2006년 10월 이전에는 대전에서 주로 활동을 해 왔다.

 

그는 '노사모'와 '안티조선 카페' 등에서 '민족정기'라는 아이디를 쓰면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해 왔고,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서도 활동했다. 대전 유성 지역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배달 오토바이에 '조선일보, 이제는 딱 끊읍시다!'라는 깃발을 매달고 다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었다.

 

그는 틈만 나면 친일잔재청산 활동, 안티조선운동,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 등에 적극 참여해 왔으며, 자신이 경영하던 음식점이 적자에 시달리자 9000여만원의 빚을 떠안은 채, 지난 2006년 서울로 상경했다.

 

한 때 자신들과 함께 활동했던 김씨의 구속 사실을 접한 대전지역 전 노사모 회원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김씨의 '보석허가 탄원서'를 작성, 현재 2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저희는 대전에 살고 있는 시민들로서 김장락씨가 일단 조속하게 석방돼 생계에 복귀해야 된다는데 뜻을 같이해 이와 같은 탄원서를 작성하게 됐다"며 "한 달 이상 구치소에 수감돼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김씨의 소식에 가슴이 매우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미혼으로 하루하루 일을 해서 은행 이자를 갚아야 하는 경제적으로 딱한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며 "대전에서 해장국집을 경영할 때 그는 손님에게는 친절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는 적극적이었으며 교통질서도 잘 지키는 좋은 이웃이었다"고 김씨의 행적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던 김씨는 음식점이 망하고 빚이 생겨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뒤에도 택배일을 하면서도 빚을 갚아나가는 성실한 생활인이었다"며 "김씨가 계속 수감돼 있으면 이자 상환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길이 막히게 돼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은 또 "김씨는 이전부터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했었지만, 단 한 번도 폭력을 행사하거나 조장한 사실이 없는 평화적인 활동가였다"고 소개하면서 "일단 김장락씨가 경제활동에 복귀해 건전한 시민의 삶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재판부의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러한 탄원서와 200여명의 서명원부를 지난 5일 변호인의 보석신청허가서와 함께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앞으로도 김씨의 탄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계속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김씨 변호인, 5일 보석신청허가서 제출

 

또 김씨의 변호인도 지난 5일 김씨에 대한 보석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보석허가청구서에서 "김씨가 자신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도로점거와 경찰관 업무방해, 도주 등 김씨가 부인하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의 법정다툼이 예상되므로 하루 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김씨는 사업의 실패로 현재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으며, 대출채무를 변재하기 위해 퀵서비스 센터 사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라, 하루 속히 업무에 복귀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김장락씨 사건은 당시 '촛불시민의 경찰관 폭행'이라는 주장과 '사복경찰의 촛불시민 불법연행'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큰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다.

 

사건의 시작은 김씨가 사복을 입은 경찰관에 의해 연행되면서 부터다. 코리아나 호텔 손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번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씨를 따라가 현행범으로 연행했다.

 

승합차에 태워져 연행되던 김씨는 밖을 향해 '저 잡혀갑니다'라고 소리를 쳤고, 시민들이 달려들어 김씨를 끌어 내리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김씨가 괴한들에 의해 납치되는 줄 알고, 경찰들을 현행범으로 잡아 경찰에 인계하려고 했다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고,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법을 집행하려는 경찰에게 시민들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은 <'인민재판' 당한 경찰관(조선일보 6월 28일자)>, '사복경찰이 시민 납치 시도했다? 경찰 `강력팀장 시위대에게 구타당해(중앙일보 6월27일자)> 등으로 보도했고, <프레시안>은 "안 다치게 해줬더니 '인민재판'이라니" 라는 제목의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덕우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재 김씨가 코리아나 호텔 손괴 등에 대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있으면서도, 도주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태그:#김장락, #민족정기, #촛불시민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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