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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페에선 누구나 쉽게 고양이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
 고양이 카페에선 누구나 쉽게 고양이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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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양이가 대세다. 포털사이트 첫화면에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듯하다. 클릭하는 사람들도 많다. 댓글을 보면 빠지지 않는 내용이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글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한마리를 키운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고양이는 건강하게 잘 살면 수명이 십오 년이 넘는다. 십오 년이면 유치원생이 훌쩍 자라 성인이 되는 시간이고 여고생이 애기엄마가 되는 만큼의 시간이다.

그동안에 반려동물은 함께 자라면서 이사도 같이 다니고 주인이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 것도 지켜보면서, 때가 되면 자신도 짝짓기를 하고  새끼도 낳으면서 인간과 한 가족으로 동고동락한다.

고양이가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덥석 키워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임감 없이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귀여워 죽겠다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현실 속에 여러 장애가 등장하면 슬그머니 처분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사람을 말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얼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등을 따져보고 신중한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애묘인들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여 조언을 구하는 것을 권장한다.

고양이 카페 벽에는 사람에게 지친 고양이가 쉴 수 있도록 선반이 부착돼 있다.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보기만 할 뿐 만지지 않는다.
 고양이 카페 벽에는 사람에게 지친 고양이가 쉴 수 있도록 선반이 부착돼 있다.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보기만 할 뿐 만지지 않는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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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울 수 없지만 고양이를 만져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알르레기 비염 환자나 출산을 준비 중인 신혼부부도, 사감 선생님같은 이웃을 둔 아파트 거주자도 부담없이 고양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고양이 카페.

고양이 카페는 누구나 고양이를 만져보고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데려갈 수도 있고 카페에 있는 고양이와 함께 놀 수도 있다.

고양이를 만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소시지를 손에 들고 동네 길고양이를 쫓아다니던 나도 '제대로 만져보자'며 주말에 고양이 카페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발견한 곳은 홍대 놀이터 부근의 한 고양이 카페. 3층에 위치한 이곳의 입구에선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는 안내문이 먼저 눈에 띄었다. 또 청결제로 손도 소독을 해야한다. 모두가 고양이의 건강을 염려한 조치다.

문을 여는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역시 군데군데 퍼질러 있는 고양이들이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있는 동네표 고양이부터 이름있는 품종의 고양이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얼굴에 미소가 확 번지면서 나도 모르게 고양이를 향해 달려나가는 걸 직원이 붙잡는다. 테이블 위에 있는 안내문을 먼저 꼭 읽어보라는 것.

고양이 밥주는 시간. 이 때만큼 고양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는 없다.
 고양이 밥주는 시간. 이 때만큼 고양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는 없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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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에는 카페에 있는 고양이들의 사진과 이름, 특징이 적혀 있다. 또 잠자는 고양이를 깨우지 말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줄 수 없으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다.

일인당 하나씩 꼭 주문해야하는 음료를 시킨후 본격적으로 고양이들을 살펴봤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카페에 있는 고양이의 수는 무려 서른 마리.

눈에 띄는 고양이수가 그 정도는 안돼 보였다. 알고 보니 카페 한켠에 고양이 호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관리자와 고양이들만 입장할 수 있는 그 공간에서 많은 고양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했다.

홀에 나와 있는 고양이들도 피곤한 녀석들은 사람 손이 비교적 닿지 않는 선반 위에 올라가 있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곳의 고양이들이 사람을 너무 많이 접해서인지 고양이 특유의 생동감과 호기심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 나른한 고양이들의 눈이 반짝일 때가 있다. 바로 식사시간이다. 직원이 사료통을 들고 나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고양이들이 좀비(?)처럼 모여들기 시작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형 동네 고양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형 동네 고양이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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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고나면 자신의 반기는 사람의 무릎에 안겨서 그르렁거린다. 평소 고양이가 간절했던 사람들에겐 참 행복한 순간이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백퍼센트 애묘인으로 추정된다. 카페의 분위기상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잠시도 있을 수가 없다. 고양이 없는 한켠에서 조용히 커피만 마시기 어렵다.

딱히 자기 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따라 이리저리 사람들도 많이 움직인다. 역시 고양이 카페에선 고양이와 함께 노는 것이 정답이다.

이날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주로 여성들이 많았으나 남녀 커플도 많았고 엄마와 함께 온 여중생이나 중년의 커플도 눈에 띄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애묘인들의 아지트였다.

어느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고양이가 끌린다면 성급하게 입양하는 대신 이런 고양이카페에서 미리 고양이들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철없는 자녀들의 고양이 투정을 달래는 데에는 특효약이 될 것이다.

한 커플이 새끼 고양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커플이 새끼 고양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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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리에 드러누운 고양이를 지켜보는 고양이 카페 손님
 자신의 자리에 드러누운 고양이를 지켜보는 고양이 카페 손님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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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양이, #카페, #애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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