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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덕에 20대 소녀로 다시 태어났어요"

 

“아들아, 엄마가 해냈다. 기뻐해다오.”

 

세상을 떠난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예순을 목전에 둔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수능시험을 치러 대학 입학과 졸업까지 한 화제의 인물이 있다.

 

지난 12일 선문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한 만학도 이해숙(여·63·천안시 목천읍)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대학원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씨가 늦은 나이에 만학의 길을 선택한 것은 지금은 세상에 없는 큰아들 때문이다.

 

지난 97년, 당시 이씨는 중학교 졸업 학력이었다. 장남이 스무 살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씨는 아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통해 만학도들이 공부를 하는 광경을 보고 용기를 냈다.

 

“큰아들의 꿈은 선교사였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독교를 전도하던, 선교사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아들… 그 꿈을 이뤄주고 싶었고, 그래서 만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죠.”

 

이씨는 이제 남편의 꿈까지 함께 짊어지게 됐다. 2007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몫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아들의 꿈과 남편이 천직으로 여겼던 훌륭한 선교사가 되는 길, 그것이 앞으로 이씨가 가야할 길이다.

 

선교활동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평생교육사와 가요강사 자격증도 땄다. 졸업과 함께 경기도 구리시에 소재한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활동하게 된 이씨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선교활동을 강조한다.

 

20대로 돌아간 '60대 문학소녀'

 

“'나는 스물두 살이에요' 예순을 넘은 나이지만 습관처럼 언제나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게 모두 큰아들 덕분입니다. 제게 새 삶의 기회를 줬죠.”

 

4남매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온 56세의 가정주부였던 이씨.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잊고 지냈던 문학소녀의 꿈을 다시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재능을 보여 인정받기도 했다. 고교시절 전국고교백일장대회에 나가 3위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던 것. 그리고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합창단 생활의 꿈을 키우며 14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구리시립여성합창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번에는 봉사활동에 애를 쓰기 시작했다.

 

낮에는 노인정과 다문화가정 등을 찾아 봉사활동에 전력했으며, 밤에는 부족한 공부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졸업식에서 이씨는 졸업자를 대표해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에게 수여하는 가정연합협회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쉽지 않았죠.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동네주민을 비롯해 주위에 계신 모든 분들이 많은 힘이 돼 줬어요. 그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왕언니'로 살던 대학시절, '내 인생에 이런 날이 또 있을까?'

 

“대학시절 학우들로부터 ‘왕언니’로 불렸어요. 나이도 많거니와 나름 학교환경에 적응하려 많이 노력했는데,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나봐요…. 개인적으로 이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고령의 나이에 학창생활을 하다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물어보는 게 생활이 됐던 이씨를 귀찮아하지 않고 싫은 내색없이 친절하게 받아줬던 학우들이 고맙다는 그는 “학우들의 따듯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 졸업식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 아쉽고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특히 친아들처럼 따라주고 도와줬던 학우 이종태(39)씨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응태 신학대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볼링장도 다니고,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내 인생에 이런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요?”

 

자신이 느꼈던 행복을 이제는 남에게 전하려고 준비하는 ‘예비선교사’ 이해숙씨. 그는 “아들과 남편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하루를 48시간처럼 귀하고 감사하게 쓰겠다. 그래서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남편과 아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눈물을 삼키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졸업, #만학도, #선문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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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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