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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걸 어쩌? 단속에 그만 걸려버렸네!"

 

속력을 줄여야 하는데 고만 속력을 줄이지 못해 과속 단속에 덜커덩 걸렸습니다.

 

워매~ 돈 아까운 거. 벌써 이번까지 세번쨉니다. 눈 뻔히 뜨고 당했으니, 아니 당해도 싸지요. 고속도로를 규정 속도로 달려야 하는데, 그만 고속도로 운전 생중계 방송 땜에 돈만 죽어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 사연 좀 들어보실래요?

 

아이들의 고속도로 운전 경주 생중계 방송

 

2년 전, 딸아이가 아파 고속도로를 타고 대도시 병원에 다녀야 했습니다. 딸은 369 게임에 끝말잇기가 끝나고 침묵하다 느닷없이 "운전 중인 아빠의 무료한 시간을 때워준다"며 듣도 보도 못한 '운전 생중계 방송'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고속도로 운전 경주 생중계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던 차들이 일제히 출발했습니다. 아, 어쩌나! 아빠 선수 꼴등으로 출발했습니다. 네, 아빠 선수 차 한 대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난이었죠. 속으로 "재미 삼은 중계방송, 그러고 말겠지"라고 여겼습니다. 아이는 중계방송 도중 양념도 섞었습니다.

 

"전방에 과속 단속중입니다. 속력을 줄이세요. 100으로 줄여야 합니다. 줄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예, 아, 돈이 많은가 봅니다."

 

"아빠 선수, 1차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했습니다!"

 

 

중계방송이 계속되자 슬슬 운전 재미가 나더군요. 그러다 보니 차츰 속력이 높아졌습니다. 장난 아니더군요. 중계방송에 맞춰 앞차를 추월하는 빈도 수가 높아지고 점점 자동차 경주를 하는 선수가 되어갔습니다.

 

"아빠 선수, 앞 차를 모조리 제쳤습니다. 드디어 일등으로 올라섰습니다. 아, 아빠 선수 1차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했습니다. 이제 2차 자동차 경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과태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추월에 정신이 팔려 깜빡 지나쳤던 게죠. 며칠 후 아내의 딱지도 날아왔더군요. 아이의 생중계로 부부가 함께 딱지를 떼인 것입니다. 부창부수라더니, 배를 잡고 웃었지요.

 

고속도로 운전 생중계, 또 과태료를 안기고...

 

지난 주말 가족들과 갑작스레 부여를 가게 되었습니다. 동물ㆍ식물ㆍ물고기 이름 대기 등을 한 후, 한동안 잠잠하던 아이들이 또 쌍으로 운전 중계를 하더군요.

 

"예, 엄마 선수 30등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야, 그러지마. 규정 속도로 가야 해. 그러다 또 딱지 떼겠다."

"언제 1위로 올라설지 모르겠습니다. 차량번호 ○○○○ 차를 제치고 29위로 올라섰습니다. 네, 또 차 한 대를 따라잡고 있습니다. 드디어 따라 잡았습니다…."

 

점점 재미가 '솔찬'하더군요. 운전대를 잡은 아내도 점점 신이 난 표정이었습니다. 마치 자동차 경주에 나선 선수처럼 비장한 표정까지 보이더군요. 그런데 '쌩쌩' 빨리 달리던 차도 많더군요. 그 차를 뒤따르며 깜빡하던 한순간 망하고 말았습니다.

 

"속도 줄여! 이동식 카메라야."

"얼마짜리 과태료지?"

 

아이들의 고속도로 운전 생중계는 또 과태료를 안기고 말았습니다. 딱지 날아올 걸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합니다.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번번이 속아 넘어가는 게 우습기도 했습니다. 참, 철딱서니 없지요~ 잉!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과속 운전, #과속단속, #이동식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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