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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장신대학교 배현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배현주 교수
ⓒ 교수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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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장신대학교가 한 여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놓고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이 학교 이사회가 최근 배현주(신약학)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키자, 이에 반발하는 보직 교수 전원과 총학생회를 비롯한 원우회까지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사회(이사장 이성만)가 제시한 탈락 사유와 절차에 대해서 배 교수 본인은 물론, 보직 교수들과 학생회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학교 법인이사회(이사장 이성만 장로)는 지난 2월 16일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배 교수 재임용 탈락을 결의하고, 배 교수 임용 만료일 하루 전인 27일 이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이사회는 배 교수가 2004년 첫 임용 당시 제출한 연구 논문 등이 몇 개 학술지에 중복 게재되었고, 이 중복 게재된 논문으로 연구비까지 중복 수령하였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배 교수는 지난 2월 22일과 23일 작성한 <재임용 탈락과 폐강 - 배현주 소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교수 평가 기관인 기획위원회에서 이 논문이 이미 중복 게재된 것이 아니라는 판정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회가 배 교수 재임용 탈락 사실을 임용 만료일 하루 전에서야 통보한 것은 사립학교법 53조와 교원인사규정 36조 규정(임용 만료일 2개월 전 통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이사회의 절차상 문제 또한 불씨로 남아있다. 

이사회, 교수 불러 앉히고 "'예'와 '아니오'로만 대답하시오" 

한편 배 교수는 이사회의 결정 내용 뿐 아니라 그것을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이사들의 비상식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재임용 심사기준이 되는 2006년 이후의 논문은 제외시킨 채, 이미 중복게재가 아니라고 결정이 난 바 있는 2004년 논문으로 또 다시 중복의혹을 제기하거나, 해명하려는 자신의 말을 가로막으며 '예'와 '아니오'로만 대답하라는 등의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이사회의에 불려간 후) 첫 질문이 2004년 임용될 때 쓴 연구 논문에 관한 것이어서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번 재임용의 심사는 2006년-2008년에 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네 가지 정도의 질문을 하셨는데 듣고 있던 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비학술지와 학술지, 영어 논문과 한글 논문, 학회 강연 팜플렛과 전문학술지 등의 구분도 하지 않으신 채 읽어 내려가시길래 속으로는 왜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으면서도 인내를 가지고 설명을 드리려고 하니까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더욱이 특정논문들을 언급하시고 그 논문들과 관련되어 학교에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부산논총 연구비와 학술지 개재료를 "받아갔지요?"라고 강조해서 질문하실 때에는 더더욱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나중에는 설명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학교 게시판)" 

밤낮없이 오는 문자 '총장께 연락하라', 거절하자 '강의위촉불가' 메시지 받아

또한 배 교수는 이사회의 부당한 결정 뿐 아니라, 학교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학교 관계자로부터 10여 차례나 "총장님께 전화하라" 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 차례 받았고, 급기야 늦은 밤에도 "총장이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을 독촉했다고 한다. 이 같은 독촉에 거부한 배 교수는 결국 '강의위촉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게 됐다고.

"밤에 피곤해서 잠자리에 눕는데 갑자기 아파트 인터폰이 울리고 어느 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자정 안에 총장님께 전화를 드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제가 밤늦은 시각에 장목사(장현운 부산장신대총장)님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신임 총장님과의 대화는 낮에 맑은 정신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 전화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의 의사를 애초에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말 사흘간 그분으로 인해서 받은 문자와 전화는 10건이 훨씬 넘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아침 저에게 온 메시지는 "자정까지 기다린 총장님 결정은 강의위촉불가임을 알려드립니다"였습니다. 강의를 주실지 마실지를 결정하시기 위해서 저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라는 시간에 전화를 했으면 강의를 주셨을 것인가 봅니다. 합리적이고 인도주의적 원칙이 아니라 권력을 지니신 분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면 일이 되고 안 되고 할 수 있다는 상황을 보면서 이것이 그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고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인지, 섬김을 위해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의 현실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학교 게시판)

이사회, "배 교수가 조용히 있으면 해결 될 것..."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산장신대학교 이사장인 이성만 장로(은성교회)는 한 기독교언론에서 "명분이 있어야 재심의를 할 수 있다. 교원 소청 심사가 진행돼 재고하라고 하면 이사회가 다시 논의할 것이며, 기획위원회가 업적 평가를 올렸지만 교원인사위원회(위원장 유화준 목사)가 심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해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용히 있으면 해결될 문제다. 배 교수가 아까운 사람이지만 시끄러우면 법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시 구산동에 위치한 부산장신대학교
 김해시 구산동에 위치한 부산장신대학교
ⓒ 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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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산장신대학교는 1953년 설립한 부산장로회신학교를 전신으로 하는 신학대학교로,  지난 2000년 대학인가를 받은 후 지난 2005년에는 전국 신학대학교중 등록금 환원율 1위를 기록했고, 사회복지과와 특수교육과 등 복지와 선교를 통합하는 전문 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사립학교 이사회의 고질적인 '무원칙 교직임용'의 전형으로 비치면서 부산장신대학교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을 학생들과 교수들은 우려하고 있다.


태그:#부산장신대학교, #배현주교수, #부산장신, #장로회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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