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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요리 중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지고 깊은 역사적 유래를 지닌 마포더우푸.
 쓰촨요리 중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지고 깊은 역사적 유래를 지닌 마포더우푸.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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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즐겨먹는 중국요리 중 하나인 위샹러우쓰(魚香肉絲). 돼지고기를 채 썰어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데, 이 역시 대표적이고 서민적인 쓰촨요리다.
 한국인이 즐겨먹는 중국요리 중 하나인 위샹러우쓰(魚香肉絲). 돼지고기를 채 썰어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데, 이 역시 대표적이고 서민적인 쓰촨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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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청나라 동치제 때 일이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한 상인인 원(溫)씨 집안에 자색이 고운 딸이 하나 있었다. 집안도 좋고 용모도 아름다웠지만, 원차오차오(溫巧巧)는 얼굴이 얽은 것이 문제였다. 대갓집에 딸을 보내길 포기했던 부모는 착하고 성실한 청년을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마침 목재상에서 일하던 천즈하오(陳志灝)를 찾아 결혼시켰다.

결혼 후 부지런하던 신랑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문밖에도 나오질 않았다. 부부간 금슬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시댁 식구들이 험한 흉을 보자, 신혼부부는 따로 살림을 차렸다. 천은 기름집에 취직하고 원은 집 앞에서 차를 끓여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생활이 안정되던 어느 날 남편은 기름을 운반하다 사고를 당해 죽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여읜 원은 비통한 심정을 간신히 추스르고 과부인 시누이와 '천차오차오구샤오더우푸펑댜오'(陳巧巧姑嫂豆腐烹調)라는 긴 이름의 식당을 차렸다. 쌍과부가 차린 식당으로 사람들은 이를 간단히 줄여, '천쓰샤오'(陳四嫂, 진씨네 넷째 형수)라거나 '차오구낭'(巧姑娘)이라 불렀다.

주변 두부집, 푸줏간, 기름집 등에서 사들인 두부, 쇠고기, 고추, 콩기름 등을 볶아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장사는 잘되고 식당은 커져갔다. 주변 사람들은 원에게 재혼을 권했으나 그는 평생 수절했다. 원이 죽고 나서 청두 사람들은 이름 없던 요리에 '마포더우푸'(麻婆豆腐)라는 명칭을 붙였다. '곰보 할머니네 두부'라는 뜻으로. 원의 얼굴에 마마자국이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사랑받는 쓰촨요리인 마포더우푸의 탄생 설화다. 마포더우푸는 전 세계에 널려있는 화교 식당의 메뉴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국요리다. 마포더우푸는 음식재료부터 쓰촨요리의 특징을 보여준다.

마포더우푸에서 두부는 가장 서민적인 식재료로, 가격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 핵심 재료인 고추와 산초(花椒)는 쓰촨요리의 맵고 얼얼한 맛을 내준다. 발효시킨 소스인 더우반장(豆瓣醬)은 짙고 깊은 맛을 우리게 한다. 쓰촨요리 중에서 가장 쓰촨요리답고 대표적인 음식인 셈이다.

중국 최초의 음식문화를 테마로 하여 문을 연 쓰촨요리박물관. 쓰촨요리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음식문화를 테마로 하여 문을 연 쓰촨요리박물관. 쓰촨요리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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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중앙홀에 있는 매표대. 청나라의 한 부호의 대청에 있던 가구를 배경으로 꾸몄다.
 박물관 중앙홀에 있는 매표대. 청나라의 한 부호의 대청에 있던 가구를 배경으로 꾸몄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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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요리는 귀족음식, 쓰촨요리는 서민음식 대표

중국은 요리의 천국이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와 더불어 음식 종류가 가장 많고 다양하다. '중국인은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의자 다리를 빼고 발이 달린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2004년 중국과 아시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SARS)의 전염원으로 사향 고양이가 지목되면서 중국인의 유별난 식도락 문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수십 개 문화권으로 나뉜다. 각 지방은 각기 다른 음식 문화를 꽃피워 발전시켰다. 산둥(山東)의 루차이(魯菜), 장쑤(江蘇)의 화이양차이(淮揚菜), 광둥(廣東)의 웨차이(粤菜), 쓰촨의 촨차이(川菜)는 중국 요리의 으뜸인 4대 요리로 손꼽힌다.

중국 4대 요리는 주변 지역 음식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맛과 조리법을 흡수, 재창조하여 독보적 지위를 지켜왔다. 드넓은 중국 대륙 어디를 가든 4대 요리를 장기로 하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중 식당 수가 많은 음식점은 단연 광둥요리와 쓰촨요리다.

중국 대도시에서 땅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을 차지한 식당은 단연 광둥요리점이다. 광둥요리는 해삼, 전복, 바다가재, 상어 지느러미 등 진귀한 해산물을 주재료로 써서 음식 값이 비싸다. 정치인, 관료, 부자 등이 접대를 위해 으리으리한 광둥요리점을 찾는 것은 중국에서 관행이다.

광둥요리가 권력과 부를 쌓은 중국인에게만 한정된 귀족요리라면, 쓰촨요리는 서민요리의 대명사다. 주택가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한 식당은 으레 쓰촨요리점이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중국 서민들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할 때 첫째로 고려하는 음식으로 쓰촨요리를 선택한다.

쓰촨요리는 중국인이 즐겨 찾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주재료로 다채로운 소스와 향료를 넣어 만든다. 저렴한 채소와 값이 적당한 버섯도 음식 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고추와 산초의 매운 맛은 중국인의 입맛을 잡아끄는데다 중독까지 시킨다. 쓰촨요리의 맵고 얼얼한 맛은 다른 지역의 애매모호한 맛과 확연히 구별되어 중국인을 매혹시켰다.

쓰촨의 한 농촌마을에서 수집한 청나라 때 기와로 멋들어지게 지은 전시관 입구.
 쓰촨의 한 농촌마을에서 수집한 청나라 때 기와로 멋들어지게 지은 전시관 입구.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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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들어서자마자 산초의 발생과 전래를 지도와 유물로 전시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시관을 들어서자마자 산초의 발생과 전래를 지도와 유물로 전시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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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사람 ... 음식이 맵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후난(湖南)요리도 중국에서 맵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한국의 영호남처럼 쓰촨과 후난은 서로 맞대고 있으면서 라이벌 의식이 강하고 매운 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매운 맛의 강도는 쓰촨이 한 수 위다. 후난 사람이 '매운 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不怕辣)고 한다면, 쓰촨 사람은 '맵지 않을까 두려워한다'(怕不辣)라 할 정도다. 한국요리도 쓰촨요리의 매운 맛에는 견주질 못한다.

쓰촨의 매운 맛은 단순히 '맵다'로 표현하긴 모자란다. 정확히는 맵고(辣) 시면서(酸) 얼얼한(麻) 맛이다. 이 독특한 매운 맛은 고추와 함께 산초를 쓰기 때문이다. 쓰촨요리는 고추와 산초를 음식에 통째로 그냥 넣는다. 그렇기에 맵고 얼얼한 맛이 더욱 강하다.

쓰촨 사람들은 고추와 산초를 그냥 넣어야 맛(味)에다 색(色)과 향(香)이 더해져 모습(形)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매운 맛은 음식만 모양을 내는 게 아니라 먹는 이의 얼굴까지 뻘겋게 달아오르게 하고 땀까지 뻘뻘 흘리게 한다.

쓰촨에서 유달리 매운 음식 문화가 발달한 것은 자연 조건과 관련이 크다. 쓰촨은 양쯔강, 민강(岷江), 퉈강(沱江), 자링강(嘉陵江) 등 네 개의 큰 강이 흘러 붙은 이름이다. 쓰촨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데다 분지 지형으로 강과 하천이 많다. 여름에는 무덥고 습도가 높으며 겨울에는 햇빛을 별로 볼 수 없다. 쓰촨 사람들은 이런 독특한 기후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흘려 건강을 유지했다.

쓰촨의 풍부한 물산도 음식 문화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예부터 쓰촨은 높은 산과 깊은 강으로 인해 외지와 단절되어 자급자족형 경제체제를 갖추었다. 그 시작은 2200여 년 전 이빙(李冰)이 쓰촨 태수로 부임하여 대규모 수리사업인 두장옌(都江堰)을 쌓으면서 비롯됐다. 두장옌의 물을 통해 비옥해진 청두평원은 중국 최대 곡창지대로 발전했다.

남으로는 동남아시아, 서로는 티베트고원과 인접하여 다양한 산물과 고산 약재가 유입되어 쓰촨을 더욱 풍성케 했다. 이런 쓰촨을 다른 지방 중국인은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 지칭하며 부러워했다.

쓰촨식 김치이자 발효음식인 파오차이를 담그는 항아리. 한나라 때의 유물이다.
 쓰촨식 김치이자 발효음식인 파오차이를 담그는 항아리. 한나라 때의 유물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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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요리는 다양한 향료와 소스가 들어간다. 쓰촨요리에 사용되는 향료와 소스를 만드는 기구들.
 쓰촨요리는 다양한 향료와 소스가 들어간다. 쓰촨요리에 사용되는 향료와 소스를 만드는 기구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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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요리, 한족과 소수민족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다

쓰촨요리를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무엇보다 쓰촨 사람들이다. 고대 쓰촨인은 중원의 한족 문화와 판이한 파촉(巴蜀) 문화를 잉태했다. 진나라 이래 한족은 끊임없이 쓰촨으로 유입되어 주류민이 되었지만, 쓰촨만의 문화 특성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쓰촨인은 티베트,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등지의 다른 소수민족 문화도 적극 흡수했다. 각기 다른 지방과 민족이 가져온 음식문화는 쓰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융합되면서 오늘날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창조했다.

쓰촨요리는 맵고 얼얼한 맛뿐만 아니라 미(味), 색(色), 향(香), 형(形)을 두루 갖추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고, 음식은 원색의 다채로움이 강렬하다. 후각을 자극하며, 매운 느낌을 확 피어오르게 한다. 이 때문에 쓰촨인들은 '먹는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食在中國 味在四川)라고 자부할 정도다.

요리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기질도 바꾸었다. 쓰촨에는 유독 혁명가가 많다. 중국 공산혁명 주요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 주더(朱德), 류보청(劉伯承), 천이(陳毅), 뤄루이칭(羅瑞卿), 량샹쿤(楊尙昆) 등이 모두 쓰촨 출신이다.

후난 출신인 마오쩌둥(毛澤東), 허룽(賀龍), 펑더화이(彭德懷), 류샤오치(劉少奇), 후야오방(胡耀邦) 등도 매운 맛이 특징인 고향 음식을 즐겨먹었다. 이 때문에 마오쩌둥은 대장정 중 "매운 것을 먹지 않는 사람은 혁명을 말할 수 없다"(不吃辣的東西的人不能講對革命)며 동지들을 격려했다.

이 말의 사실 여부는 논란이 많지만, 우리 사례만 봐도 수긍이 간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광주와 부산, 마산 사람들은 조선조 임진왜란 때는 의병 활동으로,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항쟁으로 크게 공헌했기 때문이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지역 사람들은 솔직담백하고 가슴이 뜨겁다. 실제 쓰촨 사람들은 중국인답지 않게 단순하고 속마음을 잘 드러낸다. 쓰촨을 다니다 보면 열정적이고 다혈질인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박물관 한편에는 음식재료의 재배지가 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가축과 야채를 직접 잡거나 뽑아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박물관 한편에는 음식재료의 재배지가 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가축과 야채를 직접 잡거나 뽑아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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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관한 신인 자오왕(?王)의 전각에서 예를 표하는 한 관광객. 자오왕 전각은 박물관 안쪽에 위치해 있다.
 음식을 주관한 신인 자오왕(?王)의 전각에서 예를 표하는 한 관광객. 자오왕 전각은 박물관 안쪽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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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요리박물관, 음식 관련 유물 3000여 점

청두시 외곽 피(郫)현에 자리 잡은 쓰촨요리박물관은 쓰촨요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5월 개관한 박물관은 중국 최초로 음식문화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10여 년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각종 음식 관련 유물 3000여 점을 수집했다. 현재는 소장품 중 1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에는 기원 전 8, 9세기에 쓰였던 토기 그릇 및 청동 잔부터 근세기의 식기, 술 주전자, 차기 등까지 다양하다. 모든 유물은 쓰촨과 주변 지방에서 출토되거나 수집된 것이다.

박물관은 크게 중앙홀, 전시관(典藏館), 음식체험관(互動演示館), 음식재료전시구, 자오왕각 등으로 나뉘어 있다. 중앙홀과 전시관 겉모습은 평범한 현대 건축물 같지만, 대문과 벽은 명·청시대의 문과 벽돌로 꾸며졌다. 고풍스런 음식체험관 입구를 꾸민 기와와 벽돌도 쓰촨 여러 곳에서 수집한 옛 건축자재다.

중앙홀 문 정면에는 '사람에게 먹는 것은 하늘이다'(民以食爲天)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 문장은 음식에 대한 중국인의 관념을 표현했다. 중국은 예부터 인구는 많지만 먹을거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역대 봉건왕조는 백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조정의 기틀을 다지는 첫 번째 과제였다.

이 때문에 중국에는 '왕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늘날 중국공산당이 전 세계 사회주의체제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정권 기반이 탄탄한 것도 13억 중국인을 굶주림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의 피폐한 현실을 직시하고 개혁개방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한 것은 쓰촨인의 실용주의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덩의 흑묘백묘론은 본래 쓰촨의 옛 속담으로, 자연재해가 잦았던 쓰촨에서 백성들의 굶주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해야 했던 지방관들이 즐겨 쓰던 말이었다.

박물관 내에 있는 식당이자 쓰촨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음식체험관.
 박물관 내에 있는 식당이자 쓰촨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음식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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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체험관에서는 요리사가 조리하는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음식체험관에서는 요리사가 조리하는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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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에서 시작된 산초, 실크로드 거쳐 동남아와 유럽으로 전래

전시관의 첫 전시물부터 매운 맛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박물관 측은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산초가 쓰촨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졌음을 유물과 자료로 고증하고 있다.

고추는 중남미에서 발견되어 유럽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지만, 쓰촨요리 매운 맛의 또 다른 핵심인 산초의 발원지는 쓰촨임을 강조한 것이다. 거우더(苟德) 쓰촨요리박물관 관장은 "산초는 남부 실크로드를 거쳐 동남아와 인도, 유럽으로 전래됐다"며 "산초가 퍼져나감으로써 매운 맛이 더욱 깊고 진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쓰촨요리박물관이 중시하는 전시물은 발효음식과 관련된 유물이다. 쓰촨은 중국 내에서 발효음식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박물관 측은 한국의 김치와 유사한 다양한 발효음식과 관련된 자료를 제시하여 중국이 발효음식의 종주국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밑반찬 음식이 '자차이'(搾菜)와 '파오차이'(泡菜)다.

자차이는 겨자의 한 종류인 개채(芥菜)의 뿌리를 주재료로 한다. 먼저 개채 뿌리를 그늘에 말려 소금에 절인 다음 눌러 짜서(搾) 물기를 뺀다. 이를 고추, 생강, 감초 등의 향신료를 넣어 절인 음식이다. 중국식 짠지인 셈이다.

쓰촨식 김치인 파오차이는 김치와 만드는 방법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파오차이는 배추와 무를 소금물에 절여 담가서 먹는다. 김치에 비해 발효 기간은 짧고 고추는 적게 넣을 뿐이다. 본래 김치는 12세기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 지금의 만주족이 야채를 절여 먹은 데서 유래했다. 고려에 '금치'(金菜)라 불린 이 음식이 조선 중종 때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소금물에 담근 야채라는 뜻으로 '침채'(沈菜)라 씌어 있다.

지금도 영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짐치'라 불리는데, 금치나 침채의 어원에 가깝다. 자차이와 파오차이가 언제 쓰촨에 전래되었는지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쓰촨 본연의 요리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김치가 가장 필수적이고 대중적인 반찬이듯, 쓰촨에서 자차이와 파오차이는 식탁에 꼭 올라야 할 절임 음식이다.

음식체험관 2층에 있는 대형 연회장. 청두 시민들이 각종 모임의 장소로 즐겨 이용한다.
 음식체험관 2층에 있는 대형 연회장. 청두 시민들이 각종 모임의 장소로 즐겨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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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체험관 1층 식당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거우더 관장. 요리사에서 사업가로 성공하여 쓰촨요리의 세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음식체험관 1층 식당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거우더 관장. 요리사에서 사업가로 성공하여 쓰촨요리의 세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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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돼지고기 생산량과 소비량 중국 선두

지금도 쓰촨의 특산물로는 피현의 파오차이, 허장(合江)의 자차이, 자딩(嘉定)의 차이중요(菜種油), 푸링(涪凌)의 오동열매 기름 등이 유명하다. 이 모두 절임 음식으로, 최소 1주일에서 최대 한 달은 제대로 발효시켜야 제 맛이 난다.

쓰촨은 돼지고기를 발효시키는 기술도 발달했다. 이빈(宜賓)과 루저우(瀘州)에서 '진화훠투이'(金花火腿)로 불리는 음식이 그것이다. 돼지고기의 다리 부분을 먼저 각종 소스에 절여 동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그러면 화훠투이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저절로 발효가 된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맛은 깊고 향은 진해진다.

거우더 관장은 "쓰촨은 돼지고기 생산량과 소비량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고대부터 쓰촨인은 무덥고 습도가 높은 기후조건에서 돼지고기와 야채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발효기술을 창안,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거우더 관장은 조상 대대로 요리사를 배출한 가문 출신이다. 1983년 중국 양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쓰촨요리기술학교를 졸업했다. 거우 관장은 1980년대 청두 시내의 유명 음식점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1991년 식당과 식품회사를 직접 창업했다. 1999년에는 화학회사를, 2002년에는 문화예술회사를 잇따라 설립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다.

거우 관장은 "유물을 수집하고 쓰촨요리박물관을 여는 데 1억 위안(한화 약 180억원)의 자금이 소요됐다"면서 "박물관은 쓰촨요리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세웠다"고 밝혔다.

쓰촨요리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달마다 청두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유명 요리사들이 정기적인 회합을 열고 새로이 개발한 쓰촨요리를 선보인다. 중국 양대 요리로 발전한 쓰촨요리의 명성을 유지하고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기 위해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를 한다.

중국의 변방 쓰촨 요리사들이 매운 맛이 음식의 최고봉이라 외치며 세계로 진출한 준비를 견실히 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중국요리 중 하나인 궁바오지딩(宮爆鷄丁). 닭고기 가슴살을 잘게 썰어 마른 고추와 땅콩을 넣어 볶은 음식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중국요리 중 하나인 궁바오지딩(宮爆鷄丁). 닭고기 가슴살을 잘게 썰어 마른 고추와 땅콩을 넣어 볶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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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쓰촨요리 중 하나인 셔우스양파이(手?羊排). 보기만 해도 고추와 산초의 맵고 얼얼한 맛이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쓰촨요리 중 하나인 셔우스양파이(手?羊排). 보기만 해도 고추와 산초의 맵고 얼얼한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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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Tip 1

쓰촨요리박물관은 청두(成都)시 서쪽 피(郫)현 구청전(古城鎭)에 있다. 박물관의 개방시간은 여름철에는 8:30~18:00, 겨울철에는 9:00~17:30이다. 입장료는 30위안(한화 약 5400원)이다. 박물관 내에는 오직 중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비는 50위안(약 9000원)이다. 박물관을 제대로 보고 체험하려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박물관으로 가는 교통편은 상당히 불편하다. 도심 각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탈 경우 3차례는 갈아타야 한다. 택시로 갈 경우 기사와 가격을 미리 정해야 하는데, 도심에서는 80위안(약 1만4500원), 청두기차역에서는 100위안(약 1만8000원)이면 된다. 단체 예약을 위한 전화번호는 (028)8791-8008이다.

# 여행Tip 2

청두에서 가볼만한 식당으로는 고급식당으로는 파궈부이(巴国布衣)를, 대중식당으로는 룽차오셔우(龍抄手)를 추천한다. 파궈부이는 1996년 설립된 청두의 대표적인 쓰촨요리 전문식당이다. 으리으리한 식당 규모,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 고풍스런 식탁과 의자, 친절하고 피드백 빠른 종업원 등 귀빈을 모시고 가도 무엇 하나 꿀릴 것 없다.

특히 식당 중앙홀에는 작은 무대가 있어 때때로 천극과 변검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청두뿐만 아니라 중국 여러 대도시에 분점이 있기도 하다. 청두 시내에는 치젠(旗艦)점과 쑤앙난(雙楠)점 두 곳이 있다. 치젠점 위치는 션센수난루(神仙樹南路) 55호이고 전화는 (028)8551-1888이고, 쑤앙난점은 광푸차오베이제(廣福橋北街) 8-19호이고 전화는 (028)8509-5777이다.

룽차오셔우는 1941년 문을 열어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청두의 대표적인 작은 먹거리(小吃) 식당이다. 룽차오셔우는 본래 만두에 매콤한 소스를 넣은 음식을 가리킨다. 지금은 룽차오셔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두의 작은 먹거리를 세트로 하여 맛볼 수 있다.

1960년대 식당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룽차오셔우는 1995년에는 중국정부가 지정한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에 선정되기도 했다. 본점 위치는 춘시루(春熙路) 남단 63호이고 전화는 (028)8666-6947이다.

고아하고 화려한 파궈부이 치젠점의 내부. 파궈부이는 청두의 대표적인 고급식당이다.
 고아하고 화려한 파궈부이 치젠점의 내부. 파궈부이는 청두의 대표적인 고급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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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차오셔우에서는 청두의 온갖 작은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룽차오셔우에서는 청두의 온갖 작은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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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쓰촨, #사천, #쓰촨요리, #사천요리, #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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