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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싸움을 벌인 한쪽만 폭행죄로 기소했더라도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원 J(61)씨는 지난해 6월14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남대교 남단 한강둔치에서 벤치를 혼자 차지하고 앉아 있던 K(27)씨와 시비가 벌어졌다.

자신이 벤치 위에 놓아둔 색소폰을 K씨가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시 올려놓은 색소폰을 함부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는 이유였고, 이에 화가 난 J씨는 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K씨의 가슴을 5~6회 밀쳤다.

이로 인해 J씨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로부터 지난 4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J씨는 자신의 색소폰을 손괴하고 도망가려는 K씨의 자전거를 붙잡자 K씨가 자신의 손가락을 잡아 꺾고 비틀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는데도 검사가 K씨는 정당행위라며 불기소하고 차별적으로 자신만 폭행죄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남용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응세 부장판사)는 지난 6월 "범행 발생 동기 및 경위, 피해정도가 경미한 점 등을 참작할 때 형량이 무겁다"며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검사는 피의자의 연령ㆍ성행ㆍ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해도 그 행위자 또는 행위 당시의 상황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책임이 조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검사가 싸움 한쪽만 정당행위로 불기소했다는 사유만으로 나머지 일방에 대한 검사의 공소제기가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도 폭행 혐의로 기소된 J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싸움의 일방에 대해 정당행위로 불기소했다는 사유만으로 나머지 일방에 대한 공소제기가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J씨의 공소권남용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형사적 제재를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51조의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했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 남용으로 봐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공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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