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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 이야기다. 막바지 작업을 끝내고 시간 여유가 나는 듯 했던 날, 거래업체 직원의 전화가 사무실로 걸려왔단다.

자기 팀의 팀장이 보자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가 그 직원에게 무슨 일로 그런지 물으니, 모른다는 말만 한다. 실무선에서만 일을 해왔기에 이런 '부름'이 그동안 없어 다소 긴장한 마음으로 약속 날짜에 찾아갔단다. 가는 길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자마자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내기에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이며, 잘 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달라는 말에 그쪽 업체의 팀장은 '알아서 잘 해달라'는 말로 그 날 30여분간의 '대면'의 자리를 마치고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시간이 얼마 지난 후, 다시보자 해서 갔고, 그 자리에서 결국 계약을 종료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간 한 두 번 더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앞에 이야기들로 미리 '선'을 깔아둔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하던 일자리에는 다른 업체가 '선'을 새로 깔며 들어왔다.

회사와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그건 종이에 적은 그냥 글자에 불과할 뿐이었다. 신의나 성실의 원칙이라는 말도 그냥 허울 뿐이었다. '을'이 '갑'을 상대로 일을 하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의사를 표명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에서 명시한 기간이나 일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실무선이 아닌 상층부의 '윗선'과 '적절한 방어'를 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감을 주면된다고 보고 일을 했지만. 내 마음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뒤늦게 한 번 더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일은 일이고 그 일을 다지기 위한 '작업'을 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미 물건너간 일이다. 다시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마음 속 다짐을 하고 돌아서는 길 밖에 달리 할 일이 없다.

이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가 지금 있는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겼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해서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던 그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 회사 내 하는 일은 무엇이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줄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 '줄'을 파악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조언 했다. '사내 정치'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배는 사내정치는 싫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자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거 안 하면 어떻게 승진을 하고 버티냐고 하니, 그래도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지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인정하고, 그 일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의 부서장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에게 아부나 아첨을 떨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신규사업 기획서들이 올라오지만, 그 일에 대한 평가를 하는 부서장들의 표가 모아지지 않는다면, 의지에 힘을 받지 못하면 일을 추진할 수 없다.

'사내 정치'라는 것이 나쁜 의미도 있지만, 물질의 힘이 아니라, 설득의 힘과 자기 표현의 힘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여기저기에 휘둘리고 휩쓸리다 보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일과 의지, 계획이 분명하다면 회사 내 업무 추진과정을 파악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뜻을 펼쳐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일의 '협력자'를 찾는 것이다. 상대방이 도와주기를 기다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런 꼴이 보기 싫다고 외면하고 피해버린다면 실력을 펼쳐보일 수도 없을뿐더러 인정받기는 더 힘들다. 더 나아가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회사로 경력이동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태그:#사내정치, #인맥,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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